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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적응 현장을 가다③

영국 런던·에식스

해수면 급상승 맞서 100년을 내다보는 위기관리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

영국 런던·에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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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런던 템스강의 홍수방어벽과 에식스의 블랙워터강 하구 프로젝트는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꼽은 대표적인 기후변화 적응 사례다. 북해 쪽 해수면의 급상승으로 인한 런던의 홍수를 막기 위해 만든 홍수방어벽이나 제방을 트고 경작지를 염습지로 바꿔 해안 침식을 막은 사례는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영국 런던·에식스

템스강 홍수방어벽.

20년 전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처음 이 홍수방어벽에 대해 들었는데, 이제야 이곳에 왔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8월26일 오후 런던 템스강 하류의 홍수방어벽(Thames Barrier) 방문자센터에서 만난 스티븐씨는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이었다. 영국 중부 노포크 킹스린(King′s Lynn)에 살고 있는 그는 런던 여행 중 일곱살짜리 아들에게 이 홍수방어벽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고 했다. 통제센터에서 300여m 떨어진 강변에 들어선 방문자센터에는 이처럼 교육적인 목적으로 찾는 사람이 하루에도 100명 이상 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붐비는 국제도시 중 하나인 런던이 늘 홍수의 위험 앞에 노출돼 있다는 것은 좀 의외다. 그러나 도시 중심에 템스강이 흐르고, 사실상 이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세워졌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귀결이다. 역사적으로 큰 피해를 기록한 대홍수만 해도 1263년, 1663년, 1928년 등 여러 번 있었다.

템스강 홍수방어벽이 없던 과거에는 1879년 제정된 템스홍수방어조례에 따라 더 높고 튼튼한 제방을 쌓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이는 1970년대까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해법이었다. 그러나 제방을 높이 쌓으면서 템스강의 조망이 나빠졌다. 1953년 영국 남동쪽 해안가를 강타한 대홍수 때는 3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런던의 저지대도 큰 피해를 보았다. 이를 계기로 홍수 방어를 위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됐다.

1982년 템스강 홍수방어벽 완공

이후 새로운 홍수방어책을 위한 심층 연구가 이어졌고, 1966년 허먼 본디(Herman Bondi) 경의 보고서가 나온 뒤 제방을 높이는 것과 함께 상황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문을 강에 설치하는 것이 최상의 해결책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마침내 1972년 국왕의 재가(Royal Assent·의회를 통과한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에 따라 템스강 홍수방어벽 설치가 가능해졌다. 이 방어벽은 1974년 건설에 들어가 1982년 완공됐고, 1984년 5월8일 엘리자베스 여왕이 정식 가동 버튼을 눌렀다.

당시 건설 및 관련 비용은 5억3500만파운드(2007년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14억파운드· 한화로 약 2조6600억원)가 들었다. 여기에는 하류 쪽으로 17㎞ 가량 제방을 높이고 보강한 비용도 포함됐다. 환경부 지역 기후변화 프로그램 매니저 팀 리더씨에게서 방어벽의 원리에 대해 들었다.

“이 홍수방어벽은 템스강을 가로막는 열 개의 철문과 교각으로 구성됩니다. 3700t에 달하는 각각의 철문은 길이가 최대 61m이며, 높이는 5층 빌딩(약 20m)과 맞먹지요. 철문은 속이 빈 드럼통을 절반 자른 형태로 평소에는 바닥에 누워있는데, 위기상황이 되면 크레인이 이 문을 끌어올려 강물을 막게 됩니다. 철문의 중심축은 양쪽 교각에 있고, 이를 중심으로 회전해서 강물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철문의 회전 개념은 찰스 드레이퍼(Charles Draper)가 고안했고, 디자인은 런던시청의 렌들, 팔머, 트라이튼이 맡았습니다.”

영국 런던·에식스

템스강 홍수방어벽 방문자센터(왼쪽). 템스강 홍수방어벽의 원리를 보여주는 단면도(오른쪽). 철문 오른쪽이 강 하류 쪽이고 왼쪽이 런던 시내 쪽이다. 수위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90도 회전한 철문이 강물을 막으면 바다에서 역류해 들어오는 물을 막을 수 있게 된다. 한강의 경우 비가 많이 오면 상류 쪽에서 모아진 물이 한강 수위를 높여 서울을 위협하지만 템스강은 그 반대다. 수위가 높아진 바닷물이 템스강을 타고 올라와 런던 시내 쪽을 위협하는 것이다. 기차처럼 빠른 폭풍해일(storm surge)이 런던 쪽으로 밀려들면 2m 이상 수위 상승을 초래한다. 즉 템스강 홍수방어벽을 닫을 경우 북해 쪽 템스강이 런던 중심부 쪽 템스강 수위보다 2m 이상 높아진다.

폭풍해일 혹은 밀물 범람은 특정한 조건에서만 일어난다. 저기압전선이 대서양을 가로질러 영국제도를 향해 움직일 때 그 아래쪽 바다가 수면 상승을 초래한다. 이렇게 상승한 수면이 저기압대와 같이 이동한다. 그런데 이 저기압대가 스코틀랜드 북쪽을 통과하거나 북해 쪽으로 이동하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심해로부터 상승한 이 물이 상대적으로 낮은, 북해의 남쪽 부분에 도달할 때 밀물 범람이 일어난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이 수면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 또 이런 수면 급상승이 템스강 하구와 도버해협의 좁은 부분에서 매달 초승과 보름께 일어나는 한사리 때와 겹치면 역시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방어벽 문 양쪽 수위 차 2m

90여 명의 템스강 홍수방어벽관리소 직원들은 36시간 전에 위험한 날씨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 기상청 소속 폭풍조수예보국(Storm Tide Forecasting Service)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자체적으로 컴퓨터 분석을 거쳐 다가올 밀물의 높이를 예측한다. 그에 따라 통제관들이 철문의 개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일단 문을 닫게 되면 썰물이 빠져나간 뒤에도 1~2시간 지나야 문을 연다. 문을 닫기 전에 템스강 홍수방어벽 직원은 템스강의 선박 이동을 통제하는 기관인 런던항관리국(Port of London Authority)에 관련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그러면 런던항관리국에서 이동 중인 선박에 신호를 보내게 된다. 홍수방어벽 교각에도 빨간 불이 들어와 폐문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그러나 이런 치밀한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가끔’불의의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1997년 10월27일 오전 7시 심한 안개 때문에 3000t급 선박이 교각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해 방어벽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 것이다. 일상적인 관리에서도 어려운 점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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