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신동아-미래전략연구원 공동기획 | 이념 vs 이념

“대표자가 잘못하면 주권자가 끌어내려야” “시민 숙의 통해 의사결정 독점 깨뜨리자”

9 직접민주주의

  • 패널 | 김형찬 정성헌 하승수 정리 | 송홍근

“대표자가 잘못하면 주권자가 끌어내려야” “시민 숙의 통해 의사결정 독점 깨뜨리자”

2/6
“대표자가 잘못하면 주권자가 끌어내려야” “시민 숙의 통해 의사결정 독점 깨뜨리자”

1월 3일 ‘신동아’ 회의실에서 김형찬 미래전략연구원 원장(가운데)의 사회로 정성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왼쪽),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직접민주주의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김형찬 세상을 나쁘게 만들려고 등장한 이념은 아마도 없을진대, 한국 사회의 이념 대결은 격하기 그지없다. 진영으로 나뉘어 상대를 공격하는 일도 잦다. 이 기획의 취지는 특정 이념을 두고 대립 각을 세워 토론하자는 게 아니다. 비슷한 생각을 가졌으나 다른 분야에서 활동한 이들이 모여 특정 이념에서 배울 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미래전략연구원이 온라인으로, ‘신동아’가 오프라인 잡지에 연재한 여덟 차례의 토론 내용을 독자에게 전했다. 아홉 번째 토론 주제는 직접민주주의다. 정성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모셨다.

직접민주주의란 게 도대체 무엇이고, 왜 이 시대에 직접민주주의가 요구된다고 생각하는지 하승수 위원장부터 말해 달라.

하승수 직접민주주의는 대표자에게 권력을 위임해 그 대표자가 정책을 결정하게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아니라 주권자인 시민이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일컫는다.

최근 스위스에서 1인당 월 300만 원 가까운 돈을 기본소득으로 국민에게 제공하자는 안건이 시민들에 의해 발의됐다.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되면 스위스 헌법에 그 내용이 반영되고 부결되면 없던 일이 된다.

이렇듯 시민이 정책을 제안하는 것을 주민발의(주민발안), 혹은 국민발의(국민발안)라고 한다. 일정 사람들의 서명을 받으면 주민투표나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돼 있다. 발의된 특정 정책에 대해 투표하는 것을 주민투표, 국민투표라고 칭한다. 선출한 공직자를 해임할지, 말지 투표할 때는 주민소환, 국민소환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한국에도 지방자치 단위에서 주민투표와 주민소환, 국가 단위에서 국민투표가 도입돼 있기는 하다.

‘민’이 소외된 민주주의

김형찬 지금 말씀한 제도는 예전부터 있던 것 아닌가.

하승수 그렇다. 유럽, 미국에서는 이런 제도가 꽤 발전해 있다. 한국도 헌법 개정 때 국민투표가 필요하다. 또 국가 안위와 관련한 사항에 한해 대통령이 국민투표에부칠 수 있도록 돼 있다.

한국에서 그간 헌법 개정과 관련해 국민투표가 여러 차례 실시됐지만 그것은 모두 위부터 아래로의 방식 아니었나. 제안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찬반을 묻는 형식의 투표에만 국민이 참여한 것이다. 제안을 만드는 과정에 국민이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주민투표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후 주민투표제가 도입돼 여러 차례 투표가 이뤄졌으나 안건은 모두 중앙정부나 지자체 장이 제안한 것이었다. 스위스의 사례처럼 국민이 안건을 제안해서 투표한 적은 없다. 국민발의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차원에서도 주민투표 제도가 도입돼 있으나, 사정은 비슷하다. 수차 투표가 이뤄졌으나 안건은 모두 중앙정부나 지자체 장이 제안한 것이었다. 주민이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는 있게 돼 있지만, 발의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주민소환 제도도 갖춰놓기는 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소환하려는 주민소환 투표가 몇 차례 있었으나 투표율이 낮아 개표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요컨대 한국의 직접민주주의는 아직까지 일천한 수준이라고 하겠다.

김형찬 최근 직접민주주의와 관련한 논의가 많은 까닭이 뭐라고 보나.

하승수 대의제가 불신을 받으면서 직접민주주의가 조명을 받는 것 같다. 국회의원 총선거, 대통령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가 정책을 결정하는 게 대의제다. 대표자에게 ‘알아서 판단하라’고 의사결정권을 무기속위임(자유위임)하는 것이다.

대통령,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 정책에 대해선 국민이 제각각 의견을 표시할 수 없지 않은가. 결국 사람을 보거나 정당을 보고 특정인을 지지하게 된다. 딜레마는 선출된 사람이 국민의 의견과 상반되는 정책을 추진하거나 집권 세력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정책이 수립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위임을 받은 이들이 부패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자에게 의사결정권을 무기속위임하는 대의제가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게 된다. 쉽게 말해 대통령, 국회의원이 굉장히 잘못하고 있는데,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외국에서도 부패가 심각하거나 선출된 공직자가 잘못된 정책 결정을 연거푸 내놓을 때 직접민주주의가 강조됐다. 20세기 초 미국 여러 주에서 주민투표, 주민소환을 도입하는데, 당시는 사적 이해에 따른 정책 결정이 만연한 데다 부패마저 심각할 때였다.

2/6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대표자가 잘못하면 주권자가 끌어내려야” “시민 숙의 통해 의사결정 독점 깨뜨리자”

댓글 창 닫기

2019/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