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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부적격 의원’인가

  • 김당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누가 ‘부적격 의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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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시민연대의 공동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태호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이때의 경험을 국감모니터 활동기에서 “국민 대다수의 지지와 국회의원 대다수의 반발, 이 극단적인 인식 차이야말로 우리 정치의 낙후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국회는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바다 위에 떠 있는 고립된 섬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태호 국장에 따르면 이때 이미 시민단체는 정치권에 대한 ‘반란’을 예비하고 있었다.

“국감시민연대를 둘러싼 논란의 진정한 의미가 국감 그 자체의 방청과 평가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국감방청을 봉쇄했던 국회의원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더 본질적인 의미는 선거와 선거 이외의 시기에 유권자가 정치에 얼마나 개입할 수 있으며 발언할 수 있느냐 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이 갈등의 전초전인 국감모니터 과정에서 정치권은 견제의 제도화, 감시의 제도화, 상호평가에 의한 발전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전제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냈다. 그러나 의정평가를 위한 시도는 국감모니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당의 고유한 영역으로 치부되어 왔고 그만큼 문제가 많았던 ‘공천’과정에 대한 감시운동, 현행 선거법이 법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민주주의 대전제에 위배됨이 없다고 판단되는 낙선운동 등이 후속작업으로 기획될 것이다.

그러한 운동은 국감과정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정치권과 시민단체 간의 더 큰 갈등양상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시민단체의 대표성, 공정성 시비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명확한 것은 이 과정은 불가피하며 많은 유권자들이 이러한 활동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참여사회’ 11월호)

장원 총선시민연대 대변인(녹색연합 사무총장)에 따르면 참여연대,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이 주축이 된 총선시민연대는 정치권에서 우려하는 대로 경실련과의 ‘경쟁’ 관계 속에서 급조된 것이 아니라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대한 ‘반란’을 준비해 왔다. 다만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바다 위에 떠 있는 고립된 섬 여의도’에서만 그 반란의 기미를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1월12일 412개 단체로 출범한 총선시민연대는 출범 사흘 만에 500여 단체로 늘어났다. ‘시민 반란군’의 세가 이처럼 놀랍게도 빨리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인터넷통신이다. 인터넷통신을 통한 정보의 공유와 검색은 ‘시민 연대’를 끊임없이 확장시켜줄 뿐만 아니라 ‘시민군’에게 정확한 정보공개라는 스마트폭탄을 제공해준다. 정보의 공유와 검색을 통해 연대의 틀을 갖춘 시민군은 이미 정치권을 견제할 강력한 영향력을 갖추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에서 보여준 ‘다국적 시민군’의 강력한 영향력은 이제 전세계적인 추세며 우리 사회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총선시민연대는 이미 선거법 87조 개정을 위해 국내 정치·헌법학자 및 해외 NGO의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법적 논쟁에 대비해 5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변호인단도 구성할 계획이다.

다양한 낙선운동 사이트와 전국화

웹호스팅 서비스회사를 운영하는 정규환씨(글래드인터넷 대표)는 사이버 공간에서 시민군을 지원하는 ‘시민 게릴라’ 중의 한 사람이다. 정씨는 지난 12월부터 ‘도박 의원 13명’을 시작으로 출마자 및 가족들의 병역사항, 토론실 등을 개설해 네티즌의 적극적인 선거행위(낙선)를 유도하는 낙선운동 사이트(www.naksun.co.kr)를 운영해오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선관위의 지적을 받은 뒤로 사이트의 타이틀을 ‘낙선 밀레니엄’에서 ‘그냥 밀레니엄’으로 바꾸어 ‘그냥’ 운영하고 있다. 정씨가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시민단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정씨는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와 정보통신위원회에서 자원 봉사자로 활동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게릴라 활동은 선거 자체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에 빠져 있던 네티즌들의 정치 무관심을 일깨우고 있다.

1월12일 오후 개설한 총선시민연대 웹사이트(www.ngokorea.org)는 하룻만에 접속건수가 9000건을 넘어섰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낙선운동 찬반 여론조사에도 5000여명이 참여해 97~98%의 압도적인 찬성을 나타내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린 안은정(여·대학생)씨는 “그동안 정치인들에게 회의를 느껴 첫 투표권 행사를 포기하려 했지만, 정치를 바꿔보려는 시민연대들의 용기와 노력을 보면서 생각을 바꿨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 참정권 행사의 뜻을 밝히는 시민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낙선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새천년 민주당 청년위원회(정동영 위원장)도 최근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해 “시민단체의 선거 개입이 시대의 흐름인 만큼 막기 힘들다”며 시민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 87조의 개정을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

한편 흥사단, 경실련, 기독청년회, 여자기독청년회 등 48개 시민·종교단체로 이뤄진 ‘공명선거실천 시민운동협의회’(상임대표 손봉호·이하 공선협)도 1월13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총선에서 불법선거 감시운동과 함께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개인 신상과 재산 규모·경력 등을 유권자에게 알리는 ‘후보자 바로알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공선협은 이를 위해 인터넷사이트(ww w.koreango.org)를 개설해 ▲후보자 의정활동 내용 ▲개혁입법 기여도 ▲지역감정 조장 ▲부정부패사건 관련 여부 등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 각종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공선협은 “선거법 제87조를 어기면서까지 낙선운동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 취지에 공감하며 선거법 87조 폐지를 위해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튿날 전국 52개 지역조직과 20만여명의 회원을 가진 전국 기독청년회(YMCA)가 총선시민연대 참여를 결정함에 따라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은 시민운동의 대세를 형성하게 되었다. 기독교청년회는 “이번 총선에선 시민단체들이 독자노선보다는 공동전선을 형성하라는 게 역사적 요청”이라며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시민사회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시민단체들이 ‘악법’을 어기면서까지 강행하는 낙천-낙선운동이 시민단체들의 독자노선과 시민들의 외면으로 실패할 경우 시민사회가 더 깊은 절망의 늪에 빠지고 시민단체들은 존립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에 찍히면 ‘반타작’ 이상

미국에서 시민단체나 개인의 낙선운동은 매우 활발하다. 개인이든 단체든 그들의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밝히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아예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시민단체가 낙선운동과 같은 정치행위를 할 경우 그 단체에 기부금을 내는 개인 또는 단체에게 면세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총선시민연대의 최열 상임공동대표(환경련 사무총장)는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낙선운동을 전개하는 시민단체는 환경단체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환경보존투표자연맹’은 환경보호에 가장 역행하는 후보 12명을 ‘더티 더즌’(더러운 12명)이라고 낙인찍은 뒤 이들의 낙선을 위해 총공세를 펴왔다. 98년 선거에선 한 명을 더 늘여 상원에 출마한 5명, 하원에 출마한 8명 등 모두 13명을 골라 텔레비전 광고 등에서 총공세를 편 결과 13명 가운데 9명을 낙선시키는 데 성공했다. 96년 선거 때는 12명의 ‘더티 더즌’ 가운데 7명을 낙선시켰다.”

총선시민연대 장원 대변인은 정치권의 불법 시비와 관련해 “낙천-낙선운동 대상자 명단 발표 뒤 공동대표단이 직접 낙선운동을 위해 각 지역 순회유세에 나서는 한편, 지역별로도 자체 프로그램으로 운동을 펼치는 방식을 취하는 등 정당의 선거운동에 버금가는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당국이 현행 선거법을 적용해 관계자들을 구속하는 등의 사태에도 대비하기 위해 전국민 모금운동에도 나서기로 했다. 장대변인은 “지난 1월12일 412개 단체로 출범한 총선시민연대는 참여 희망 단체가 계속 늘어 이미 참여했거나 신청을 해와 검토중인 단체는 500곳이 넘어섰다”면서 “하루만에도 몇천만원씩 시민들의 기부금이 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선시민연대는 ▲부패행위 ▲선거법 위반행위 ▲반민주-반인권 전력 ▲의정활동의 성실성 ▲법안 및 정책에 대한 태도 ▲반의회-반유권적 행위 등 6가지 기준과 ▲재산등록 변동사항 ▲병역사항 ▲공약사항 ▲주요경력 자료 등의 기초조사 등을 통해 15대 국회에서 활동한 320여명의 전현직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1차 자료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과 교차 심의를 거쳐 공천 부적격자를 선정한다.

또 절차의 객관성을 위해 선정 절차는 1차 자료 수집 → 관련자 및 전문가 자문 → 공동사무국에서 3배수 추천 → 집행위원회 심의 → 상임공동대표단 및 상임공동집행위원장 심의 → 유권자 100인 위원회 심의 → 상임대표단 최종 결정 등을 거치게 된다. 장원 대변인은 “낙천-낙선운동의 ‘표적’은 가능한 한 최소화하겠지만 일단 선정이 되면 모든 평화적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시범·집중적으로 낙천-낙선운동을 펼쳐 2000년을 정치개혁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미 ‘시민 불복종’의 주사위는 던져졌고 ‘총선 개입’을 선언한 NGO들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결국 오는 4월 총선은 헌정 사상 최초로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역사적인 총선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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