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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화제의 당선자 수기

‘인지도 0’에서 시작해 ‘DJ저격수’를 물리쳤다

  • 김성호

‘인지도 0’에서 시작해 ‘DJ저격수’를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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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명함 뒷면에 새로 추가한 나의 현직이다.

‘충북 영동군 용산초등학교 동창회 운영위원’

‘재경 대전고등학교 총동창회 이사’

‘대전고 언론인 동문회 운영위원’

‘서울대 정치학과 동창회원’



‘미 하버드대 한국학 동창회원’

‘한겨레신문 정치부기자 사우회원’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

변호사출신 후보의 아이디어를 원용해 무려 한꺼번에 7개의 현직을 추가할 수 있었다. 나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역 시 유권자들로부터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영동이 고향인가 보죠, 나도 충청도인데.” “대전고등학교 나왔 군요. 나도 대전에서 여고를 나왔어요.” “내 친구가 서울대 외교 학과 나왔는데….” “아, 정치부기자를 했군요. 그럼 정치 잘 알겠 군요.” “학벌이 굉장한데요.” “정치를 처음하는 것 같은데, 이 번에는 때묻지 않은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지….”

유권자들이 나를 대하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정 도의 정보만 갖고도 나에 대해 상당히 친근감을 느끼는 유권자가 많 았던 것이다.

정치신인들이 이처럼 가장 기초적인 ‘자신을 알리는 싸움’에 매달 릴 때 현역의원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현역의원들은 의정보 고회라는 형식을 통해 아파트 방안까지 들어가, 주부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업적을 마음껏 홍보하고 있었다. 현역의원들은 현역이라는 프리미엄에다 의정보고서에 자신의 학력이나 경력 등을 모두 쓸 수 있게 돼 있다. 또한 의정보고회 형식을 통한 아파트의 사랑방 좌담 회가 상대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이나 비방 기회로 악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다보니 ‘100m 경주에서 현역의원들은 70m 앞서 달리고, 정치신 인들은 출발선에서 달리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나는 이번 선거운동을 통해 현행 선거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16대 국회가 개원되면 내가 제일 먼저 하려고 하는 것 도 현행 선거법의 개정이다. 현역의원들이 정치신인들의 발은 묶어 두고 자신들만 선거운동을 하려고 하는 현행 선거법을 그대로 존치 시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스스로에게도 떳떳지 못한 일이기 때 문이다.

선거운동과정에서 아쉬웠던 대목은 순수한 자원봉사자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아직 우리 정치문화가 성숙하지 못해서인지 자원봉사라는 개념이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은 완 전히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이 된 운동원들로 선거운동이 이뤄지고 있 다. 우리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보니 순수한 의미의 자원봉사 자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공조직 우선으 로 선거운동을 하게 되고 돈이 적지 않게 들게 된다.

그러나 돈을 요구하는 일반 유권자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현실을 통해 우리 정치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느낀 대목이다. 또 공천권을 당원이나 유권자들에게 돌려준다면, 순수한 자원봉사자가 주축이 된 선거운동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일 반 유권자들 가운데는 직접 선거운동원으로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젊은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며 순수하게 도와주는 경우도 꽤 있었다.

지구당에 여성이 없다

지구당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한 것도 문제였다. 또한 지구당이 지나 치게 남성 위주로 구성돼 있어 선거운동과정에 여성들과 접촉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지구당 고문이나 부위원장 등 지구당의 핵심간부 50여명 중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 여성간부라고 해야 여 성부장밖에 없었다. 유권자의 절반이 여성인데 지구당 간부 중에 여 성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시대역행적인 지구당 운영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구당은 50, 60년대식으로 완전히 남성위주로 운영되고 있었다. 남성들의 연령도 60, 70대가 대부분이어서 시대흐 름과 국민들의 여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여성유권자와 접근하기 위해 공조직과는 별도의 여성자원봉 사조직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중구조의 선거조직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실제 서울 등 수도권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 여성표인데도 지구당은 거꾸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거운동도 유권자들의 열망과는 달리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었 다. 유권자보다는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시대흐름을 제대로 못 읽 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거운동이 깨끗하고 정직하게 이뤄지려면 먼저 정책대결과 인물대결이 돼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후보들 자신이 이런 정책대결과 인물대결에 대한 자세가 부족한 것 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자기 이야기만 하면 되는데도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이나 비방 등에 쉽게 기우는 경향이 있었다.

내가 유권자와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칭찬이 “다른 사람을 비난 하지 않아서 좋다”는 것이었다. 나는 선거운동 초기부터 ‘어떤 경 우에도 다른 후보에 대한 비난이나 비방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 고 이를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내가 다른 후보에 대해 일절 비방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유권자들의 평가가 이렇게 좋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나는 상대 후보가 나의 가정문제 등을 비난하더라도 해명도 대응도 하지 않았다. 내가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내 나름의 정치철 학과 정책, 비전 등만 밝히면서 직접 유권자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 소했다.

가정문제뿐 아니라 고도근시 때문에 정상적으로 신체검사를 받아 국 가 비상사태 때 동원되는 제2국민역으로 편입된 병역문제를 가지고 도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그래서 선거운동중에 하루 시간을 내 시력이 나쁘다는 안과진단서를 떼 올 정도였다.

이런 흑색선전과 근거없는 비방이 판을 치다보니 정책대결을 기대하 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강서지역의 케이블방송인 강서케이블텔레비 전과 지역신문인 서서울신문이 공동주최한 정책토론회도 진정한 의 미의 토론회가 되지 못했다. 한 후보가 갑자기 토론회 불참을 통보 하는 바람에 나와 다른 후보의 양자간 토론회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책토론회는 나름대로 의미도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토론회 사회자도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아 공정성을 보장받을 수가 있었다. 토론내용도 기본적인 국회의원 자질문제와 경제, 교육문화 등에 대한 질문에 이어 지역개발문제 등을 둘러싼 후보간의 상호질 문도 가미됐다.

나는 이번 정책토론회에 참석하면서 앞으로 국회의원 선거도 텔레비 전 토론회를 통한 상호비교 평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느꼈다. 지역 별로 정책토론회가 활발해진다면 합동연설회는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합동연설회에 모이는 청중의 90%는 각 당별로 동원 된 숫자다. 당원이나 지지자를 동원하려면 돈이 든다. 합동연설회는 사실 자기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세과시하는 것 이상의 큰 의미는 없 는 것이다.

그나마 바람직한 현상은, 후보들은 정책토론회를 꺼리지만 유권자들 은 정책토론회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는 점이다. 선거운동과정에 유 권자들로부터 “케이블방송에서 정책토론회 하는 것을 봤다”거나 “왜 다른 후보는 안 나왔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정 책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한 후보는 선거가 끝난 뒤 “토론회 불 참으로 상당한 손해를 봤다”며 후회했다고 한다.

이미 텔레비전 토론회는 지난 15대 대선을 통해 정착됐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4년 후에는 국회의원선거에도 지역 케이블방송을 통한 텔레비전토론회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처음 정치에 입문한 이른바 ‘386세대’의 정치신인으로서 이번 선 거를 통해 여전히 낡은 정치문화가 상존하는 것을 느끼기도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 유권자들의 의식이 매우 성숙해 정치문화 진전의 희 망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어찌됐건 강한 의지와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겠다는 정치신인의 흔들 리지 않는 신념만 있다면 극복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본다. 실제로 나는 ‘휴대폰 2개’만 갖고 정치를 시작했지만, 정치입문 두 달도 채 안돼 결국 상대후보를 이길 수 있었다.

신동아 200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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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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