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월호

인터넷 법률상담 변호사들의 무료서비스 경쟁

  • 하태원 scooop@donga.com

    입력2006-10-25 1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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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천년을 맞이한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지각변동을 몰고온 화두는 ‘정보화’다. 법조 정보화의 중심은 사이버 공간에서 법률상담을 무료로 실시간(real-time)에 해 준다는 ‘사이버 로펌’ 설립 운동. 사이버 법률공간은 수요자가 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한 뒤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의 호응이 높다. 저마다 최고임을 자부하는 ‘사이버 로펌’들의 경쟁력과 서비스 내용을 밀착 취재했다. 》
    지난 1월11일 중견변호사들의 모임인 ‘정강법률포럼’은 100여명의 변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1달여 동안 무료법률상담을 실시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정강법률포럼은 한달 동안 6328건을 처리, 하루 평균 200여건의 무료법률 상담을 실시하는 등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포럼은 1차 무료법률상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365일 무료법률상담을 실시한다며 차제에 일종의 사이버 로펌인 ‘로서브’를 출범시켰다.

    정강법률포럼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탓인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386 변호사’들도 3월23일 100여명의 변호사를 끌어 들여 ‘디지털로’라는 무료법률 상담중심의 ‘사이버 로펌’ 출범을 전격 발표했다.

    이밖에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옷로비 사건으로 법무부 장관직을 물러나야 했던 김태정(金泰政·59) 변호사도 ‘로우씨(www.lawsee.com)’를 출범 시킨 뒤 1000여명이 참여하는 초대형 사이버 로펌을 만들겠다고 호언하고 있고 주인중(朱寅重·47) 변호사도 70여명의 변호사와 법률사건 경매회사인 ‘로마켓(www.lawma rket.co.kr)’을 선보였다.

    정보화 대전의 시작

    하지만 이 바람의 원조격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 100여명이 참가해 지난해 8월 문을 연 ‘오세오닷컴’. 오세오닷컴도 무료법률 상담은 물론 다양한 법률정보를 가진 ‘법률종합정보포털’을 자부하며 네티즌들의 욕구에 부응하고 있다. ‘백가쟁명(百家爭鳴)’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하다. 이와 같이 법조계의 정보화 대전(大戰)은 이미 시작됐다.



    ‘신동아’는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인터넷 무료법률 상담사이트들이 상담 의뢰인들의 요구에 얼마나 잘 부응하고 있는지를 검증하기로 했다. 민사와 형사사건 각 하나씩을 같은 시간에 각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뒤 답변을 받는 방식을 택했다. 얼마나 신속하게 답변하고 또 답변의 질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무료 법률상담 사이트를 공개 테스트하기 위해 ‘출제’된 민사와 형사사건은 임의로 만들어 낸 사건이 아니라 사법연수생들이 PC통신 하이텔에 개설한 ‘열린마당’에 실제로 상담 의뢰된 내용 중 무작위로 선택했다.

    ‘신동아’가 올린 첫 번째 질문은 할부보증을 선 뒤 재산이 가압류된 채권채무관계 사건. 인터넷에 올린 대략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친구가 자동차를 살 때 할부금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는데 그 친구는 제3자에게 금전채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장기간 돈을 갚지 않자 채권자는 자기 앞으로 친구의 차량을 명의이전해 버렸다. 그뒤 친구와 친구의 차를 명의이전해간 채권자 모두가 할부금을 연체했고 결국 보증보험회사가 내 아파트를 가압류 한 것이다. 경매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나, 경매가 진행되면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나.’

    질문은 토요일인 지난 4월1일 오후7시부터 11시사이에 10곳의 법률상담 사이트에 올려졌다. 4월12일까지 상담결과를 기다린 끝에 7곳에서 답변을 받아볼 수 있었다. 답변 내용은 ‘보증보험에 대한 연대보증채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체로 일치했다.

    가장 먼저 답변이 올라온 곳은 ‘오세오닷컴(www.oseo.co.kr)’과 ‘디지털로 (ww w.digitallaw.co.kr)’. 상담을 의뢰한 당일 곧바로 답변이 올라왔다. 오세오닷컴의 답변 내용은 ▲ 차량할부에 대한 보증을 섰으므로 보증보험회사의 청구에 따라 할부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지만 친구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 아파트에 대해 경매절차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할부금 청구소송이 선행돼야 하므로 곧바로 경매가 진행되지는 않는다 ▲ 친구관계이므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라는 답변이었다. 디지털로의 경우도 대동소이한 답변을 보내왔지만 가압류된 집이 강제집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취해야 하는 조치에 대해 한결 자세한 설명이 덧붙여졌다.

    일요일인 4월2일에는 답변을 한 사이트가 한곳도 없었고 4월3일 정강법률포럼이 운영하는 ‘로헬프(www.lawhelp. or.kr)’에서 답변이 날아왔다. 보증채무를 면할 길은 없지만 친구명의의 재산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가압류를 해두는 것이 재산상 손해를 면할 수 있는 길이라는 답변이었다. 속시원한 답변을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는 애교섞인 변명도 포함됐다. 4월4일에는 ‘종합법률정보(www. kolis.co.kr)’에서 답변이 올라왔다. 2문장으로 간략한 답변이었다. 연대보증인으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변호사를 만나세요”

    답변을 보낸 지 6일이 지난 4월7일에는 개인변호사 자격으로 법률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명식(사시39회·my.drea mwiz.com/kmsatto)변호사의 답변이 도착했다. 역시 보증채무를 거부할 수 없다는 요지.

    답변이 오긴 했지만 ‘로가이드(www. lawguide.co.kr)’는 ‘직접 변호사와 상담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다소 무성의한 대답이었다. 온라인으로 상담을 하겠다는 애초 취지와도 다소 어긋나는 경우였다. 답변이 온 것도 상담을 의뢰한 지 5일 만인 4월 6일이었다. 이에 대해 로가이드 법률상담 사이트를 운영하는 관계자는 “상담을 맡고 있는 변호사의 개인사정으로 답변이 늦어진 것 같다”며 “상담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하지 못하다 보니 답변이 늦어지더라도 신속하게 답변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 놓았다.

    무료법률상담을 폐지하고 유료상담을 실시하고 있는 ‘예스로(www.yeslaw. com)’의 경우 자유게시판에 사연을 올렸지만 ‘법률상담은 자유게시판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도우미변호사(유료변호사)를 이용하시면 신속하고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며 상담에 응하지 않았다. 한술 더떠 조인스 로닷컴이 운영하는 법률상담 사이트인 ‘로클리닉(law.joins.com)’은 4월12일 현재까지 묵묵부답. 기다리다 못해 해당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답변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 변호사는 “질문이 종종 누락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 질문을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클리닉을 운영하는 관계자는 “미답변 목록에 분명히 올라 있다”고 말했다. 이 운영자는 “해당 변호사는 지난 2달간 61건을 상담의뢰 받아 52건을 답변할 정도로 나름대로 열심히 답변하고 있으며 답변도 빠른 편에 속하는데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로클리닉은 4월13일 답변을 보내왔다).

    어떤 면에서 부산 경성대학교가 운영하는 법률상담(law.kyungsung.ac.kr)은 기성 변호사들이 참여하는 ‘사이버 로펌’에 비해 알찬 측면이 있었다. 경성대 법률상담실은 해당 문제가 법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것이 아니지만 친구 사이에 일어났으므로 타협점을 찾아보라는 말로 운을 뗀뒤 집이 가압류 당했다고 해서 곧바로 경매절차를 밟지는 않는다고 해 불안해 할 상담자를 안심시켰다. 그뒤 해당 할부금의 채무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는 절차를 밟아 구상권 청구대상자를 명확히 한 뒤 구상청구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통보하라고 훈수했다.

    7줄 이상으로 답하라

    두 번째 질문은 형사문제였다. 친구가 술취한 40대 남자와 버스 안에서 시비가 붙어 싸움을 했다는 내용. 술취한 40대 남자가 폭력을 행사해 앞니가 흔들리는 등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고 친구는 정당방위였는데 검찰로부터 벌금 30만원을 내라는 통지를 받아 억울하다는 사연이었다. 1차 때와 같은 요령으로 4월6일 10개 법률상담사이트에 질문을 올렸다.

    법리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단순 폭행사건이라 대부분의 사이버 로펌에서 4월6일과 7일 사이에 신속한 답변을 올렸다. 답변 내용도 ‘일반적으로 서로 싸운 경우 상처의 경중을 떠나 함께 처벌을 받으므로 상대방도 벌금 통지를 받았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대동소이했다. 정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면 형사와는 별도로 치료비나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덧붙여졌다.

    온라인 취재결과로 조금씩 드러난 우열표를 가지고 오프라인 취재에 나섰다.

    4월 10일 오전 10시반. ‘오세오월드’란 이름을 버리고 벤처들이 밀집한 테헤란밸리로 둥지를 옮긴 ‘오세오닷컴’에서는 대주주인 최용석(崔容碩·38) 변호사 주제로 전략회의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송무(訟務)업무를 완전히 떠난 채 오세오닷컴의 운영에 치중하고 있는 최변호사의 모습은 영락없는 벤처기업 사장. 이날 회의의 주제는 최근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사이버 법률시장에 신규참여한 경쟁업체들에 대한 비교분석과 앞으로 오세오닷컴이 지향해야 할 방향.

    오세오닷컴은 민사일반, 임대차, 특허, 노동, 형사 등 16개 분야를 세분해 분야별로 담당 변호사들이 빠른 상담을 해주고 있다. 내규(內規)에 72시간 안에 답변을 하도록 했으나 대부분 48시간안에 답변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신속한 답변이 이루어질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최용석 변호사는 “오세오 법률자문단의 구성 변호사는 나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며 “후배 변호사들에게는 때로 으름장을 놓기도 하고 동료나 선배들에게는 읍소하는 방법으로 신속한 답변을 유도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정말 형식적으로’ 건당 소정의 봉사료를 지급하기는 하지만 업무가 과중하고 소소한 금전적 이득에 연연하지 않는 변호사들의 특성상 금전적인 보상으로 신속한 무료법률상담을 유도하기는 곤란하다는 것. 그에 덧붙여 답변은 최소한 7줄이상으로 한다는 묵계도 정했다. 질문의 성격상 단 두줄이면 끝나는 답변도 있지만 성의가 없다는 인상을 남길 우려가 있으므로 하한선을 7줄로 못박았다.

    무료법률상담을 실시한 첫날 무려 350여건의 상담이 밀리는 등 1달 내내 매일 100여건의 ‘민원(民願)’을 처리했던 정강법률포럼의 ‘로서브’는 최근 한숨을 돌렸다. 하루 평균 30건밖에(?) 접수되지 않아 담당 변호사들로서는 여유롭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것. 정강법률포럼의 조소현(曺沼鉉·43)변호사는 “상담을 의뢰하는 사람의 수보다 성실한 답변을 위해 준비하는 변호사가 더 많으니 자연히 사이트 운영에 여유가 생겼다”며 “이제는 신속성은 물론이고 답변의 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 무료법률상담에 뛰어든 디지털로는 48시간이 지나도록 답변이 안 될 경우 경고를 주는 등 약간의 ‘강제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상담의뢰는 즉시 처리된다.

    그에 반해 제이에스 미디어가 운영하는 로가이드나 청림인터렉티브가 운영하는 콜리스 종합법률정보는 참여변호사의 열의부족과 변호사 수의 부족 등으로 원활한 상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다. 로가이드는 지난 99년 2월 일찌감치 문을 열어 사이버 법률상담에서는 효시(嚆矢)격. 하지만 설립자인 김준성(金浚性)변호사가 작고하면서 11명의 참여변호사가 다소 열의를 잃은 상태다.

    형의 유업(遺業)을 이어받은 김진성(金辰性)사장은 “인터넷상에서 질문해오는 것은 대부분 중복되는 것이 많으므로 이미 상담했던 사항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상담 변호사들의 부담을 줄일 것”이라며 “이에 덧붙여 다른 인터넷 사이트들의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상담 변호사를 충원해 상담 기능도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콜리스’의 경우도 고영소(高永昭·45) 변호사 혼자서 밀려드는 상담을 감당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현재 사이버 법률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사활을 건 ‘쟁패(爭覇)’를 벌이고 있는 ‘사이버 로펌’들은 그 태생과 성격에 따라 3가지 정도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오프라인 주체와 온라인 주체가 일치하는 형태로 로가이드가 대표적. 로가이드를 매개로 뭉친 변호사들이 중심이 돼 하나의 법무법인을 탄생시키기도 했지만 최근 급속도로 팽창한 사이버 법률상담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다소 벅찬 느낌이다. 일치하지는 않지만 개인변호사들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법률상담기능을 갖춘 ‘구멍가게’ 형태도 오프라인 주체와 온라인 주체가 일치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개인법률상담소를 운영중인 김명식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갓 졸업해 나를 알리는 기회로 삼는 동시에 공익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고 무료법률상담을 시작했지만 솔직히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차다”고 말했다.

    둘째 유형은 변호사가 주도하는 사이버 로펌형. 최용석 변호사가 주도하는 오세오닷컴이나 조소현, 홍순협(洪淳協·40) 변호사 등 정강법률포럼 멤버들이 이끄는 로서브, 민변출신 변호사가 주축인 디지털로 등이 같은 유형이다. 이 경우는 100여명 이상의 대규모 법률자문단이 참가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 ‘코어그룹’에 있는 변호사와 주변에 있는 변호사들간에 충성도 편차가 종종 드러난다.

    마지막 유형은 비법률가인 인터넷 사업가가 주도하고 변호사는 상담기능을 위해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다. 유료로 운영되는 예스로나 콜리스 종합법률정보 등이 그에 속한다. 이 유형은 변호사의 광범위한 참여에 한계를 느끼기 때문에 법령이나 판례, 법률상담사례 등 데이터베이스 확충에 더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날로그’변호사가 사이버로 간 이유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사이버 로펌’의 유형이나 특징에 따라 무료법률기능의 중요도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로서브나 디지털로는 사이버 무료법률상담은 ‘사이버 로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디지털로에서 활동중인 법무법인 한결의 안식(安植)변호사는 “그동안 빈곤층과 지방을 중심으로 법률서비스 대중화에 노력해온 민변에 인터넷이란 공간을 매개로 한 무료법률상담의 시작은 제3차 법률서비스 대중화 운동에 해당한다”며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는 무료법률상담이 법조 정보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조소현 변호사도 사이버 로펌 성패의 열쇠는 무료법률상담 기능의 활성화에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법적 약자인 국민이 가장 원하는 것은 자신이 연루된 분쟁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것이지 법령이나 판례가 아니라는 것. 법령이나 판례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는 일반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법조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라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최용석 변호사는 “인터넷 무료상담기능은 일종의 ‘계륵(鷄肋)’이라고 보는 것이 나의 견해”라며 “오세오닷컴의 지향방향도 무료법률상담보다는 사이버 종합법률정보 포털”이라고 말했다. 수요자들의 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법률상담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법률상담에 치중하지는 않겠다는 것.

    로가이드나 콜리스도 오세오닷컴과 비슷한 생각. 로가이드의 경우 당사자들이 직접 소송을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 가압류 가처분 등 채권보전 ▲ 각종 소장작성 ▲ 강제집행신청 등 법정출석을 제외한 소송의 전과정에 필요한 법원제출서류의 작성 및 법률자문을 제공하는 사이버상의 ‘도우미변호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콜리스도 무료법률상담보다는 탄탄하다는 정평이 있는 판례, 법령, 법조 인명록 등을 찾아보기 쉽도록 정비하고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더욱 치중할 생각이다.

    무료법률상담 기능을 수행하는 사이버 로펌의 대거 등장은 그동안 변호사가 주도하던 공급자 위주의 시장을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 시장으로 옮기게 하는 촉매 구실을 하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하면 공개시장이 없어 상품의 질을 검증받지 않고도 잘 나갈 수 있던 변호사들에게 자신의 자질이 공개검증 받을 수 있는 장이 마련된 셈.

    그렇다면 태평성대를 누리던 ‘아날로그 변호사’들은 왜 그 좋던 시절을 팽개치고 사이버화하는 것일까? 해답은 역시 디지털 정보혁명과 변호사 시장환경의 급격한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법조계, 특히 변호사업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미 전국가, 전사회적으로 몰아치고 있는 디지털 혁명의 풍파속에서도 고고하게 무풍지대로 남아있으려고 했다. 하지만 국내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사법시험을 합격한 사람들의 모임인 변호사업계라 해도 디지털 혁명의 영향에서 예외일 수 없음을 변호사 자신들이 절감한 것.

    ‘젊은피’들의 쿠데타

    이와 함께 변호사업계는 지난 3년간 급격한 양적 팽창이 이루어졌다. 수년간 지속돼온 사법시험 300명 시대가 무너지더니 매년 100명씩 합격자가 증가, 올해는 700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와 같은 법조인 증가추세는 당분간 지속돼 오래지 않아 사법시험 1000명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법시험 합격자의 증가는 판사와 검사 등 ‘재조’의 법조인구 증가로도 연결되지만 대부분 변호사의 증가와 직결된다. 이제는 ‘등받이 높은’ 의자에 편하게 앉아 의뢰인을 기다리고 있어서는 ‘장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게다가 IMF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소송까지 연결되는 사건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등 변호사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이와 같은 내우외환(內憂外患)속에서 변호사 업계가 나름대로 활로를 찾아 나선 것이 바로 사이버 로펌화라는 것이다.

    사이버 로펌화를 지향하는 법조 정보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그동안 ‘봉’으로 여겨져 왔던 법률수요자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조소현 변호사는 “법조정보화 운동의 가장 큰 순기능은 수요자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공급자의 정보가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공개된 것”이라며 “중간상인을 없애고 법률수요자와 변호사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 졌으므로 그동안 고수됐던 고액 수임료 관행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호사들로서도 직거래 시장이 생기면 사무장이나 법조 브로커에게 지불했던 비용을 절감한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정보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따져보면 변호사 업계를 ‘다 바꿔’보겠다는 신흥세력의 역풍(逆風)도 감지된다. 즉 법원이나 검찰 등 재조출신이나 서울대 법대출신 변호사가 아니면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여타’ 변호사가 디지털 혁명의 물결을 타고 ‘쿠데타’를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강법률포럼의 로서브에 참여한 변호사들이나 디지털로에서 무료법률상담을 해주고 있는 변호사 대부분이 이른바 ‘386세대’ 라는 ‘젊은 피’들이다.

    변호사들의 공인의식

    연수원을 갓 졸업한 신참 변호사들도 개인별 홈페이지를 만들고 무료법률상담을 해주는 등 얼굴 알리기에 열심이다. 올해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곧바로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김명식 변호사도 사이버 법률시장에서는 당당한 ‘스타’다. 김변호사는 “무료법률상담을 하다보니 법률전문가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을 놓고도 쩔쩔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하루에 2,3시간만 짬을 내 상담을 해줘도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상담사이트가 오픈된 지 3개월이 지나면서 질문이 꾸준히 증가해 이제는 신속한 답변을 하는데 한계를 느낀다는 김변호사는 “상담한 내용이 곧바로 수임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지방에서도 나를 안다며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민초(民草)’들이 인터넷상에 상담의뢰하는 내용은 법리적으로 복잡하거나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는 많지 않다. 그저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임대차분쟁, 채권·채무관계 등 소소한 법적 분쟁들이 대부분이다. 법률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 골머리를 썩히지 않고도 금방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경우들이다. 즉 정말로 변호사를 선임해 민사나 형사사건으로 몰고가지 않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의 경우 사이버 무료법률상담에 참여하는 변호사가 성의만 보이면 원만한 합의에 이르도록 유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남소(濫訴)를 막는 측면도 있다. 최악의 경우 소송으로 가더라도 온라인상에서 변호사들의 상담을 받고 임한다면 한결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무료법률상담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늘 아래 똑같은 사건은 없다는 말이 있다. 임대차분쟁, 채권채무분쟁, 특허분쟁, 이혼사건 등 분야를 나누다 보면 유사한 사건은 있을지언정 모든 조건이 같은 사건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에 질문을 올리는 경우 객관적인 조건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은 과장하고 불리한 측면은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단 한번의 상담으로 완벽하게 궁금증을 해소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와 같은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사이버 로펌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 변호사들과의 1대 1 ‘채팅 법률상담’. 일정한 주제를 놓고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법률상담에 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시도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송무업무에 바쁜 변호사들이 선뜻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변호사 중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만큼 ‘손(타자가)이 빠른’ 이가 거의 없다는 것. 게다가 서초동 법조타운에 아직 인터넷 전용라인이 깔린 곳이 많지 않아 전화선으로 접속하는 관계로 환경도 열악하다. 더구나 판례나 법전을 수시로 인용해야 하는 특성상 아직까지 직문직답을 해야 하는 채팅법률상담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무료로 진행되는 법률상담인지라 상담에 응하는 변호사들이 ‘금전적 보상’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무료법률상담의 미래를 다소는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는 변호사들은 일종의 공인이므로 일반 대중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명분이 무료법률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이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100여명 이상의 참여변호사를 자랑하는 대부분의 사이버 로펌들의 경우도 실제로 온라인 상담에 참여하는 변호사는 많아야 30% 정도다. 나머지는 그저 발족 당시 이름만 올려놓고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일부 무료법률상담 사이트의 경우 참여 변호사가 대거 이탈하거나 상담의뢰된 사건에 응답하지 않은 채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겨둬 의뢰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오로지 공익을 추구한다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지난해 4월 ‘온라인 직접상담’ 코너를 폐지한 것도 변호사의 공적 사명감에 의존하는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게 하는 실례다. 87년 서민층의 법률구제를 위한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서울지역 본부와 5개 출장소, 전국 12개 지부 35개 출장소를 갖춘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그동안 무려 139만4000여건의 컴퓨터 상담을 실시한 무료법률상담의 원조. 하지만 폭주하는 상담수요를 감당할 만한 인력을 대지 못해 무너지고 말았다. 공단 관계자는 “수요자의 요구를 알고 있다”며 조만간 인력을 확보해 온라인 무료법률 상담을 재개할 의사를 나타냈다.

    ‘사이버 상담료’를 지불하지 않는 사이버 로펌들은 변호사들에게 무료법률상담은 결국 잠재적인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당근’으로 제시한다. 즉 당장은 아니지만 ‘상담‘이 ‘수임’으로 직결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로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중앙일보 김진원기자는 상담과 수임이 직결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김씨가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로클리닉에 상담 변호사로 참여한 박모(여) 변호사 때문이다. 2달간 131건을 상담한 박변호사는 실제로 몇 개의 사건을 수임했다. 또한 법률상담이 자신을 널리 알리는데도 큰 몫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김씨는 “9월에 미국에 연수를 떠나는 박변호사는 ‘잠재적인 고객과 계속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싶다”며 미국에서도 계속 무료상담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순수하게 자원 봉사로 운영하는 로클리닉인데도 단 한명의 변호사도 이탈하지 않는 것도 무료법률상담에 참여하는 변호사에게 금전적인 보상이 필수는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률상담의 유료화 논쟁

    물론 ‘상담=수임’이라는 모델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법률상담 내용이 대부분 소송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작은 분쟁일 경우가 많고 소송으로 발전하더라도 소송가액이 1000만원도 채 안 되는 소액재판이 대부분이라는 것. 즉 수임 가능성도 희박한데다 큰 돈벌이도 안되는 사건 하나 맡으려고 변호사들이 컴퓨터에 붙어 앉아 있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로가이드의 김진성 사장은 우리 사회의 ‘연고(緣故)의식’ 때문에 상담과 수임은 직결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김사장은 “사이트를 운영해본 결과 전문변호사를 선호하기보다는 자신과 연줄이 있거나 소송이 시작됐을 때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상담을 실컷 한 뒤 다른 변호사에게 의뢰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고 말했다.

    법률상담도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므로 용역제공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철학(?)’하에 법률상담을 유료화한 곳도 있다. 예스로의 경우가 그것. 지난해 11월부터 3달간 무료로 법률상담을 하던 예스로는 올해 2월부터 ‘도우미 변호사’서비스를 유료화했다. 상담 1건당 1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법률상담을 한다는 것. 예상대로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접속 건수도 크게 줄었다.

    예스로의 김효열 부사장은 “돈 1만원을 받고 상담을 해주면서 수익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지적”이라고 잘라 말한다. 김씨는 “무료상담이라는 점을 악용, 장난스러운 질문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으로 상담의 질이 떨어지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었다”며 “적은 돈이지만 1만원을 내고 상담을 함으로써 질문하는 사람도 신중해질 수 있고 답변하는 변호사도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는 목적으로 시도한 유료화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는 것이 자체판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예스로는 참여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한 법률포럼을 구성할 계획이다. 즉 예스로에서 맡고 있는 전문분야별로 학술 모임을 가져 변호사들 자신도 전문영역을 강화시키는 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상담의 질도 높이겠다는 복안. 특이한 것은 예스로의 경우 참여 변호사들로부터 50만원씩의 가입료를 받는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관리해주며 변호사 개개인에 대한 홍보를 해주는 대가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

    하지만 법률상담 등 각종 서비스에 대한 유료화를 선뜻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이버 로펌’들은 예스로의 유료화 조치에 대해 ‘성급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듯하다. 즉 상담변호사의 수나 답변의 신속성, 상담의 전문성 등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예스로측이 빈약한 서비스를 토대로 성급하게 유료화로 간 것은 스스로의 수명을 단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사이버로펌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 가입한 한 변호사는 예스로에도 복수로 가입하고 있는데 우리 사이트에서는 한달에 평균 80여건을 상담하지만 예스로에서는 단 3, 4건을 상담하는데 그치는 등 활동이 미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이버 로펌의 미래

    가장 최근에 사이버 로펌시장에 참여한 ‘디지털로’는 참여 변호사들이 지속적으로 열의를 가지고 무료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나름대로 구상했다. 벤처식 경영기법에서 해답을 구한 것. 법무법인 한결의 안식 변호사는 “디지털로에 참여한 변호사들이 지분을 균등하게 나눠갖는 방식을 채택,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높이는 한편 디지털로에서의 상담실적을 계량화해 연말에 스톡옵션을 주는 방식으로 경쟁을 유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률상담의 경우 상담한 실적은 물론 상담속도에 따라 가산점을 주어 경제적으로 보상하는 것.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4000여명의 변호사가 활동하는데 그중 서울에만 2000여명의 변호사가 밀집돼 있다. 그중 오프라인에서 재래식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사이버 로펌 등 인터넷 법률상담을 병행하는 변호사는 700여명으로 추산된다. 즉 18% 정도의 변호사가 정보화 물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앞으로 사이버 변호사들의 수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법조 정보화 운동은 공급자의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던 재래시장을 탈피해 이제는 철저히 법조서비스라는 용역을 사는 수요자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옮겨가는데 크게 기여하고있다. 미국에도 ‘사이버 로펌’이 있지만 미국의 사이버 로펌은 법률상담을 하는 곳이 아니라 법률 전문가를 위한 자료창고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사이버 로펌에 상담기능이 없는 것은 오프라인 변호사들이 이미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돼 언제든 간편하게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프라인 변호사가 부응하지 못한 법률상담 기능을 사이버 로펌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어야 할 법은 그동안 법률지식을 독점한 일부 계층이 법률지식을 갖지 못한 다수를 괴롭히는 수단이 돼왔다. 변호사수의 급증과 정보통신 혁명은 사이버 로펌의 출범과 법률정보의 대중화를 촉진했다. 이제는 사이버 로펌의 증가가 온라인 법률정보 수준을 한 단계 높여갈 것인지 주목된다.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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