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들은 종종 임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종현 회장은 아예 회장실 안에 작은 주방을 마련해 놓고 몇 시간씩 점심 식사 겸 회의를 주재하곤 했다. 미국 유학파로 개방적이고 소탈한 성품의 최 회장이었지만, 하늘 같은 ‘회장님’을 모시고 식사한다는 것은 결코 편한 일이 아니었다. SK 이노종 전무는 “회장님이 워낙 식탐이 없으신 분이라 밥도 반찬도 직원 식당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간소했다. 퍼주는 양이 많지 않아 회의가 끝나면 벌써 배고프다는 사람이 나올 정도였지만, 회장님이 여러 번 권해주시지 않는 이상 더 달라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한다.
삼성 이병철 회장과의 식사는 아예 ‘어전(御田)식사’로 불렸다. 자리는 임직원이 공항에서 이회장을 영접할 때와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서열에 따라 배정되었다. 이 회장은 ‘고생이 많다’며 임원들의 앞접시에 생선회나 초밥 따위를 얹어주곤 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긴장 때문에 밥을 제대로 넘길 수 없었다.
정주영 명예회장과 식사하려면 전쟁을 앞둔 심경으로 밥상 앞에 앉아야 한다. 식사 시간은 길어야 4~5분. 회장이 수저를 들면 비로소 식사를 시작하고, 회장이 숟가락을 놓는 순간 먹기를 멈춰야 한다. 당연히 식사시간에 대화란 없고 실내에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돈다.
이렇듯 직원들에게 총수는 왕 또는 아버지에 비견할 만큼 멀고도 어려운 존재다. 오죽하면 정 명예회장의 별명이 ‘왕회장’이겠는가. 회사를 지배하는 건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이고 그 속에서 총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일인지하 만인지상. 위로는 오직 ‘정권’이 있을 뿐, 조직의 우두머리요 아버지이며 상전이고 지도자였다.
총수들이 직원을 아끼는 방식 또한 자식을 다독이는 아버지의 그것에 가까웠다. 이병철 회장은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 자신이 쓰던 넥타이나 구두, 골프채 따위를 나눠주었다고 한다. 요즘 같으면 ‘쓰던 물건을 어떻게 선물로 주느냐’며 큰 불평을 살 일이다. 이 회장은 또 노조의 데모를 ‘가장에 대한 자식들의 도전’으로 해석해 ‘삼성 무노조 정책’을 고집스레 고수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사장은 ‘안된다’ ‘어렵다’는 말을 가장 싫어했다. 김회장이 시킨 일이라면 직원들은 밤을 새우건 몸이 아프건 무조건 해내야 했다. 임원들도 김회장 의견에 거의 반론을 제기지 않았다. 얘기해도 통하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우전자 배순훈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신동아 인터뷰에서 “독립 경영하라면서 회장 자리에 앉혀 놓고는 인사권도 자금 결제권도 주지 않았다. 중요한 결정은 여전히 김 회장이 주재하는 기조실 회의에서 결정됐다. 나는 진정한 의미의 전문 경영인이 아니었다”고 토로한 바 있다. 내 돈을 밑천 삼아, 내 실력으로 일으켜 세운, 나와 내 가족의 재산. 대다수 재벌 총수들은 운영하는 회사에 대해 심정적으로 대강 이러한 생각을 품고 있었던 듯 하다.
비슷비슷한 얘기들을 죽 늘어놓으면 벤처 회장들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며 펄쩍 뛴다. 벤처기업에 있어 직원은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능한 엔지니어가 없으면 기술도 없다. 창의적인 기획인력이 없으면 새 사업도 없다. 벤처 전쟁은 사람 전쟁, 사람만 잡으면 90% 끝난 싸움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견해다.
모 그룹 상무를 거쳐 고희에 가까운 나이에 벤처기업 사장으로 변신한 K씨. 상명하달식 조직체계가 몸에 밴 그에게 벤처 사장은 적응이 쉽지 않은 자리다.
“직원이 상전이에요. 그 친구들 없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 회사 운영과 관련된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꼭 옛날 회장님께 보고하듯 꼬박꼬박 알려줍니다. 정보 공유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사장과 직원은 완벽한 공동운명체입니다. 스톡옵션과 우리 사주로 꽁꽁 묶여 있어요. 사장은 지배하는 게 아니라 조정만 합니다. 저처럼 기술 없는 사장은 더 조심해야지요. 명함조차 제 손으로 내밀지 않는 그룹 총수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일 겁니다.”
야후코리아 염진섭 사장에게 직원은 동업자다. “저뿐 아니라 직원들도 스톡옵션을 통해 모두 부자가 됐습니다. 수천, 수억 원, 그 이상도 있지요. 벤처의 기본 정신은 ‘윈(win)-윈(win)’과 나눔(share)입니다. 자본금 9억 원으로 수조 원짜리 회사를 만들었으니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어요.”
아이소프트 이철호(38) 사장은 얼마전 소유 주식 중 3만주를 직원들에게 액면가로 배분했다. 이 회사 주식은 요즘 장외시장에서 주 당 2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니까 약 60억원 가치의 주식을 나눠 준 셈이다. 이 사장은 “100억원 짜리 기업의 지분 50%보다 1000억원 짜리 회사의 10% 지분을 갖는 게 더 낫다”고 말한다. 직원에게 최선을 요구하려면 그만큼의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올 1월 출범한 인터넷 포털업체 인터게이트 코리아의 권오덕(43) 사장은 아예 한 술 더 떠 “직원들 갑부 만들어 독립시키는 게 꿈”이라고 한다.
“그래서 벤처에는 노조가 없습니다. 사장들이 워낙 알아서 잘 하거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회사가 발전할 수 없어요. 또 노조 활동의 핵심은 단체협약인데, 각 사람의 능력에 따라 보상 체계가 다 다른 벤처에서 ‘단체’로 뭔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벤처기업협회 김용호 기획조정실장의 설명이다.
족벌 경영·경영권 세습
대부분의 재벌이 총수 가족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직계 자손은 물론 ‘사돈의 팔촌’까지 요소 요소에 참 알뜰히도 박혀 있다. 그렇다 보니 총수 가계도가 그룹 구성도와 얼추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앞서 적은 대로 사업 시작 자체를 동생, 매제 등 가족들과 함께 한 경우에는 나름대로 자리를 나눠 가질 명분이 선다.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장자가 이룬 부를 손아랫사람들에게 증여하는 것도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일이다. 문제는 능력이 없는데도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책을 맡긴다거나, 장남이기 때문에 경영권을 세습하는 식의 가내수공업적 기업 운영이다. 최근 현대그룹 총수자리를 놓고 벌어진 형제간의 낯뜨거운 전면전이 그 대표적 사례다.
벤처기업 중에 경영권 세습 운운할 만큼 연조가 오래된 회사는 아직 없다. 다만 친척을 직원으로 쓰는 문제에 있어서는 회사마다 조금씩 방침이 다른 듯하다.
아이월드네트워킹 허진호 사장은 “능력은 있는데 제 친척이라 도리어 입사하지 못한 사람이 몇 명 있다”고 전한다. “저야 별 상관없지만 직원들은 그렇지 않겠죠. 왜 저 사람이 입사했을까, 혹시 내 잘잘못을 사장에게 고스란히 옮기는 건 아닐까, 쓸데없이 걱정만 많아질 겁니다. 직원들 사이에 비밀이 생기고 뒷말이 오가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죠. 특히 인화가 가장 중요한 벤처에선 아주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반대 사례도 있다. 인터넷 벤처 1세대로 주목받던 모 사장은 계열사가 생기는 등 회사가 커지자 친척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역시 벤처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친구가 “별로 좋지 않은 태도”라고 충고하자, 그는 “드라마 ‘왕과 비’도 보지 않았느냐. 조직마다 내 사람을 심어 놓아야 안심할 수 있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 요즘 그 회사는 투자자들이 사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직원들이 빠져나가는 등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세간의 우려대로 섣불리 ‘재벌식 경영기법(?)’을 도입했다 낭패를 본 케이스다.
한 벤처기업 사장은 “나도 능력 모자라고 재미없어지면 그만둘 건데 자식한테 뭘 물려주느냐”고 반문한다. “만약 내 아이가 사업이 하고 싶다면 제 아버지가 그랬듯 좋아하는 분야에서 맨손으로 시작해야 할 겁니다. 능력이 우선되지 않은 경영권 세습은 주주와 직원들에 대한 배신이자 죄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명분·부의 환원
재벌이 부르짖는 사업 명분은 시기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다. 그중 가장 일관되게 유지돼온 캐치프레이즈가 수출보국이었다. 60년대 후반 이후 수출 확대를 통한 외화 획득은 기업인의 절대 사명이자 ‘지고의 선’이었다. 수출이란 명분 앞에서는 독점도, 부실도, 근로자 인권 침해나 사주의 부도덕성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면 오늘날의 벤처기업가들에게 주어진 최고의 사명은 주주에게 많은 이윤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수출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업주의 능력과 도덕성이다. 미 ‘포천’지는 얼마 전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의 평가 항목’ 8가지를 발표했다. 혁신능력, 경영의 질, 직원의 능력, 재무건전성, 자산 운용, 장기 투자의 가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제품 및 서비스의 질. 이 중 무려 3가지가 경영진의 도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논할 때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이 부의 환원이다. 재벌이 주로 문화재단을 만들거나 불우이웃돕기 성금처럼 돈 그 자체를 제공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춰온 반면, 대다수의 벤처기업들은 ‘전략적 환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사장 개인 재산을 이용한 기부는 얼마든지 하되, 회사 차원의 도움이라면 반드시 반대급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벤처기업들은 대학 연구소를 지원하거나 대학생들에게 현장 실습 기회를 제공하는 식의 ‘생산적 기부’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이제 벤처는 우리 나라 경제의 주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재벌과 벤처를 나눠 이리저리 비교하는 따위의 일은 더 이상 의미 없는 작업이 될지도 모른다. 둘은 서로 닮아갈 것이고, 서로의 장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활발히 교류하거나 때론 몸을 합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부는 한 순간이지만 벤처 정신은 영원하다는 사실이다. 애플컴퓨터 스티브 잡스 회장는 ‘포천’지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벤처기업가는 세계를 바꾸는 일,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일에 인생을 걸어야 한다. 돈을 버는 것은 그 다음이다. 창업은 부모가 되는 것과 같은 경험이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 애정을 가지라. 혁신적인 신상품 개발에 정신을 쏟으라. 벤처 붐의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발전시키려 노력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명분·부의 환원
1994년, 취재 차 정주영 명예회장의 서산 농장 방문에 동행했을 때의 일이다. 오전, 오후로 나눠 그 넓은 간척지를 다 둘러본 정 회장은 저녁 식사 후 직원들을 데리고 근처 횟집으로 향했다. 전복죽에 민물고기 회를 안주 삼아 막걸리 두 사발을 맛있게 들이킨 정 회장은 나오면서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어 만 원 짜리 지폐 한 움큼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세어 보지도 않고 주인 아낙에게 쑥 내밀었다. 주인은 또 그것을 심상하게 받았다. 한 두 번 있어온 일이 아닌 듯 했다.
정 회장은 지갑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 짐작이지만, 그 날처럼 직원들 밥 한 두끼 사주는 것 외엔 돈 쓸 일이 거의 없는 터에 굳이 거추장스러운 장지갑을 안주머니에 넣고 다닐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정 회장뿐이 아니다. 재벌 총수들은 아무래도 보통 사람들에 비해 소비에 대한 감각이 둔하다. 자기 손으로 뭔가 필요하고 욕심나는 것들을 사보는 기회가 많아야 할 텐데 정신없이 바쁠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것들이 요구하기도 전에 갖추어져 있는 상태인 까닭에 ‘돈 쓰는 재미’를 느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다 못해 늘 입고 다니는 슈트도 전용 양복점에 치수가 기록돼 있어 누군가 색깔과 디자인만 대신 골라주면 된다.
1세대의 경우 절약이 몸에 배서, 2세대는 아버지의 엄한 교육 때문에 ‘작은 돈 쓰기’에 의외로 소극적인 총수도 적지 않다. 쌍용그룹 창업주인 고 김성곤 회장은 평생 휴지 한 장을 반씩 나눠 쓰고 대봉투도 꼭 한 번 쓴 것을 두 번, 세 번 다시 썼다. 현대자동차 정몽준 회장은 설렁탕 한 그릇으로 손님을 접대하는 일이 흔하다. 값에 비해 맛있고 든든하다는 것이 정 회장이 설렁탕을 선호하는 이유다.
어떻게 보면 돈 쓰는 재미를 만끽하고 사는 건 디지털 부자들일지도 모른다. 사치를 부린다기는 뜻이 아니다. 경제적 풍요가 주는 여유와 편리함을 한껏 즐길 자세가 돼 있다는 의미다.
아이월드네트워킹 허진호 사장은 벤처 2세대의 선두주자다. 94년 인터넷접속서비스업체인 아이네트를 설립, 동종업계 매출 1위의 우량 기업으로 키워놓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느닷없이 회사를 떠나더니 올 3월 말 다시 아이월드네트워킹이란 벤처기업의 사장으로 돌아왔다. “자리잡은 회사를 운영하는 것보다 창업이 훨씬 재미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중도에 전 회사를 그만두는 바람에 충분한 보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어쨌건 허 사장은 지금, 제법 많은 현금을 보유한 재산가가 됐다.
“돈을 꼭 써야 할 일이 있을 때 크게 주저하지 않고 실행해 옮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지요. 친구들한테 마음 편히 술도 한 잔씩 사고, 아이들 교육비 걱정 같은 거 하지 않아도 되고. 그렇다고 이전과 그렇게 많이 달라진 건 아니에요. 사람이 돈을 쓰는 덴 분명 한계가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전 아이들 옷을 자주 사주는 편인데 돈 많이 벌기 전이나 지금이나 고르는 물건엔 큰 차이가 없어요. 가격에 합당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똑같고요.”
허 사장은 “한 50억~100억원 정도만 있으면 하고 싶은 일 실컷 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서민들에겐 어마어마하지만 그에게는 충분히 욕심 낼 만한 돈이다. 아니, 앞으로 벌 돈에 비하면 지나치게 적은 액수라고나 할까.
한국벤처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터보테크 장흥순(40) 사장은 “150억 원이면 충분하겠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집 사고 땅 사는 데 쓰겠다는 뜻은 아니에요.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을 때 돈이 없어 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었으면 하는 거지요. 회사 주가가 많이 올랐고 그래서 서류상으로는 만만찮은 부자가 된 것이 사실이지만, 아내에게 ‘맘놓고 쓰라’며 천만 원 짜리 수표 한 장 척 내놓지 못했어요. 식구들이 오히려 절 놀리지요. 그 많은 돈 다 어디 갔느냐고요.”
사실 수천 억원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벤처기업가 중 그 돈을 100% 마음껏 쓸 수 있는 이는 한 명도 없다. 모두 주식에 매인 돈이니만큼 함부로 현금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페이퍼 머니(서류상 돈). 개중에는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처럼 경영권에 약간의 주식을 처분하거나, 야후코리아 염진섭 사장처럼 스톡옵션 일부를 팔아 100억원 가량의 현금(세금 제외)을 마련한 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아직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의 안철수(39) 소장은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되면 일약 수천 억대의 재산가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벤처기업가다. 그러나 그는 아직 전세집에 살고 있다. 집 살 돈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그럴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돈이 생기면 기술 개발과 회사 발전을 쓸 겁니다. 벤처기업가가 돈에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회사를 제대로 유지해갈 수 없어요.”
일정 규모 이상의 부는 재벌에게나 벤처기업가에게나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인 모양이다. SK 최종현 회장은 생전에 측근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재산이 한 30억 원쯤 될 때까지는 돈 모으는 게 재미있었어. 아내와 통장을 들여다보며 이런저런 궁리도 많이 했지. 그런데 그 액수를 딱 넘어가고 나니 재미가 없는 거야. 서류상 숫자는 자꾸 올라가는데 정작 돈 만지는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회계사, 은행원들이거든. 사람이 돈을 쓰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어. 30억이나 300억이나, 따지고 보면 똑같은 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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