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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레이더|한화갑 vs 이인제·권노갑

‘동교동 분열’ 이후 민주당 권력지도

  • 천영식·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동교동 분열’ 이후 민주당 권력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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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엇보다 큰 변화는 ‘한화갑 대 이인제’ ‘한화갑 대 권노갑’의 대립구도가 굳어졌다는 점이다. 차기를 꿈꾸는 여타 후보들도 이 구도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조망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민 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지난 8월30일. 새로 임명된 최고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권노갑(權魯甲) 최고위원은 “앞으로 당과 정권 재창출의 중심에 서겠다”고 깜짝발언을 했다.

‘중심에 선다는 게 무슨 의미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권최고위원은 “서영훈(徐英勳)대표를 제외하면 내가 가장 연장자로서 당에서 논의할 때 주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당연한 표정으로 강조했다.

장내는 일순 긴장감이 돌았다. 이날 권위원의 발언은 앞으로 닥칠 민주당의 험로를 예고하는 듯했다. 경선 1위는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이 차지했지만 당의 실질적인 내부조정역은 자신이 맡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물론 이날 발언은 자신감의 반영이라기보다 초조감의 반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스스로 당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강박감이 작용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어찌됐든 현장에 있던 당직자들은 “앞으로 만만치 않겠다”는 반응을 이구동성으로 쏟아냈다.

드러난 兩甲갈등

민주당은 실제 전당대회 이후 적잖은 물밑변화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권노갑위원과 한화갑위원 사이의 ‘양갑갈등’이 기정사실화했고 대권을 꿈꾸는 주요 세력들간에 권력재편 움직임이 요동을 치고 있다.



물론 외향적으론 한화갑위원의 압도적 1위, 이인제(李仁濟)위원의 당내 착근 성공, 김중권(金重權)·정동영(鄭東泳)위원의 선전, 권노갑위원의 공개정치무대 복귀 등이 이번 전당대회의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 그렇지만 전당대회 이후 역학관계의 가장 큰 변화는 ‘한화갑 대 이인제’, ‘한화갑 대 권노갑’의 대립구도가 굳어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향후 전개될 여권 세력재편의 핵심 포인트다.

차기를 꿈꾸는 여타 후보들도 이 구도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조망해야 하는 형국이다. 단적으로 이인제위원을 반대하는 여타 세력이 한위원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노무현(盧武鉉)해양수산부장관이 경선과정에 은밀히 한위원을 지원했고 김근태(金槿泰) 김중권 정동영위원 등은 한위원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았다. 한위원은 ‘호남주자배제는 역차별’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와 자신은 물론 고건(高建)서울시장에게도 대권행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한위원이 이번 경선을 통해 이인제위원과는 결별의 수순을 밟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위원 스스로 경선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이인제 불가론’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보다는 당내 한위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위원과 한위원은 경선 때 각각 ‘이인제 불가론’과 ‘한화갑 비토론’을 들고 감정싸움을 벌였다. ‘이인제 불가론’은 신한국당경선에 불복해 뛰쳐나온데다 영남지역이 기피하는 이인제위원으로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한화갑 비토론’은 호남출신인 한위원이 최고득표를 하게 되면 민주당이 동교동당으로 전락, 정권재창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논리다.

각각 상대방이 부각돼서는 안 될 이유를 밝히며 서로를 공격하는 논리인데 이위원과 한위원은 각각 상대방에서 이런 논리를 확대재생산하며 자신을 견제하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한위원은 “대권 당권 얘기를 하지 말라”며 이위원을 궁지로 몰았다. 이 발언에는 단순히 대권 당권을 거론할 시기가 아니라는 측면보다 실제 이위원이 대권주자가 되기 힘들 것이라는 깊은 회의론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갑·이인제의 갈등

물론 한위원이 이위원의 대권후보 자격을 두고 직접 시비를 건 적은 없다. 다만 대권 얘기 자체를 하지 말라는 점과 이위원도 여러 명의 대권후보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는 점이 공개된 생각의 전부다. 그렇지만 ‘이인제 대세론’을 밀어붙이려는 이위원측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동교동 ‘장형’인 권노갑위원까지 자신에게 가세했는데 한위원이 거의 노골적으로 반대를 표명하는 상황을 이위원은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위원측은 누차 “대권가도의 가장 큰 걸림돌이 한위원”이라며 한위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실제 한위원이 경선과정에 제기한 ‘영남공조’와 ‘개혁공조’라는 두 틀은 이위원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위원의 힘이 커지면 커질수록 한위원의 누르는 힘도 상대적으로 커지는 작용-반작용 현상을 낳고 있다. 경선을 거치면서 한위원과 이위원의 대립은 공공연한 사실로 등장했다.

한위원의 향후 욕망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일단 한위원 주변 인사들은 “한위원이 대권에도 도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호남주자 배제는 역차별’이라는 논리가 하나의 증거로 제시된다. 항간에는 96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당선을 예언한 현불사 설송스님이 한위원의 차기가능성을 암시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한위원은 경선과정에도 설송스님뿐 아니라 많은 승려들의 후원을 받았다.

그렇지만 한위원이 스스로 대권도전의사를 피력한 적은 없다. 한위원의 궁극적 목적이 대권인지 당권인지 정확히 구분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당권이라고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또 정-부통령제 개헌을 통해 부통령직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측근들은 대권이든 당권이든 부통령이든 어떠한 열매를 따기 위해서라도 대권도전설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와 같은 한위원의 행보는 이인제위원뿐 아니라 권노갑위원과도 필연적인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당권장악과 킹메이커 역에 뜻을 두고 있는 권위원이니만큼 한위원을 최대 적수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경선에서 한위원의 압도적 1위는 그에게 힘이 쏠리는 현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선 후 한위원의 행보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항상 서영훈대표 옆자리에 앉아 힘을 과시하고 있어 자신이 확보한 당내위상을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최소한 당내에서 한위원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나마 있다면 권위원이 유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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