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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6개월 대차대조표|경제분야

‘퍼주기 공방’ 1억1900만 달러 VS 7억달러

  • 하태원 scooop@donga.com

‘퍼주기 공방’ 1억1900만 달러 VS 7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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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당국 차원의 경제협력사업도 자칫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7월과 8월의 1, 2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경의선 및 문산-개성간 도로 연결에 합의해 우리측은 지난 9월18일 착공식 및 비무장지대 지뢰제거 등의 작업에 착수했지만 북측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간 차원의 대북(對北)경협사업도 정부의 관리기능 부족과 법적 제도적 장치의 미비 때문에 많은 부침을 겪고 있는 분야다.

현 정부 대북경협사업의 원칙은 이른바 ‘정경분리(政經分離)’다. 정부는 민간의 대북사업에 대해 승인권은 갖지만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업 승인단계에서 민간업체가 낸 사업계획서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 남북관계 개선 기여 여부만 판단할 뿐이다. 사업수익성이나 손실보전은 정부의 고려 밖이다.

그렇다 보니 대북경협에 나선 기업의 피해가 속출하고 대북투자 의욕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6·15 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당국간 교류협력이 활성화됐는데도 올해 민간분야 대북경협사업 및 사업자 승인은 단 3건에 불과하다.

통일부측은 “사업에 대한 수익성 판단은 사업자가 독자적으로 해야 한다”며 “사업 실패에 대해 정부가 손실보전 등을 해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정경분리 원칙 적용을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간기업이 사업성을 검토하는 단계에 정부측이 북한사회의 특성이나 북한시장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채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전문가는 “정부가 남북화해협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북한의 시장가치를 부풀리거나 정확한 가이드라인 제공 의무를 게을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동용승(董龍昇)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은 “북한의 시장가치나 성숙도를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투자가치는 제로에 가깝다”며 “민관 합동으로 남북경협을 사전에 협의하고 검토할 수 있는 컨설팅그룹이 생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지평의 임성택(林成澤) 변호사는 “현 상황은 대북사업에 따른 모든 위험을 기업이 감수하게 돼 있다”며 “남북이 ‘공동재판소’를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공동조정위원회’를 설치해 기업의 위험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4대 경협합의서 타결의 의미

그나마 남북 양측은 지난 11월11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부당국자간 경협실무회담에서 ▲투자보장 ▲이중과세 방지 ▲청산결제 ▲상사분쟁 해결 절차 등 4개 분야 합의서에 가서명한 뒤 12월12일부터 4일간 열린 4차 장관급회담에서 서명함으로써 남북한 사이의 경제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표4 참조).

4개 분야 합의서는 양측 기업인들이 상대 지역에서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하고, 이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투자보장 합의서는 남북이 상대방에 최혜국대우를 보장하고 투자관련 자금에 대해 자유로운 송금을 보장하고 있으며, 투자에 대해 공공목적의 수용이나 국유화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중과세 방지 합의서는 소득면제 방식을 채택해 한곳에서 세금을 물리면 다른 곳에서는 면세를 받게 하는 내용. 이자 및 배당소득과 로열티 등 투자소득은 국제관례에 따라 소득발생지역에서 10% 이하의 낮은 세금을 물리고 본국에서는 그 차액만 내게 했다. 연예인과 체육인이 당국간 합의나 승인을 받아 상대지역에서 활동해 돈을 벌 때에는 상대 지역에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청산결제 합의서는 남북 기업이 제3국이 아니라 남북이 지정하는 은행을 통해 거래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해 부대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남북간에 직접적인 환결제나 송금 등이 가능해진다. 또 미국 달러화 외에 남북이 합의해 환율을 직접 정하는 제3의 ‘가상통화’로 결제를 할 수 있다.

상사분쟁 해결 합의서는 분쟁이 일어났을 때 당사자간 해결을 원칙으로 하고 안 될 경우 남북상사중재위원회를 통해 조정토록 했다.

남북간에 경협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틀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지금까지 대북투자란 것이 얼마나 허술하고 위험천만한 사업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양측은 앞으로 국내법 절차를 밟은 뒤 2001년 상반기 중 발효시키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어쨌거나 4개 분야 합의서가 채택됐으니 앞으로 남한 기업의 북한 진출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재계는 대북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투자보장과 이중과세방지 등의 제도적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또 청산결제합의서가 효력을 발휘하면 남북간의 교역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적 합의와 절차의 투명성 갖춰야”

전문가들은 현대와 토지공사가 추진중인 ‘개성공단’이 대북경협의 성패와 북한의 변화의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향후 8년간 총 2000만평 규모로 조성될 개성공단은 1단계로 북방한계선 북서쪽 4㎞ 지점에 100만평 규모의 시범공단 조성공사가 2001년 상반기에 시작된다.

개성공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북측이 전면적인 개방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 국지적인 경제특구 방식의 개방을 시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개성공단이라는 지적 때문. 제한된 범위지만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한 변화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는 동시에, 우리로서도 경제난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중소업체들의 활로로 활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 본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남북경제협력관계의 활성화는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과 남북 평화정착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통일부 교류협력과의 조명균(趙明均) 심의관은 “남북경협의 활성화는 북한의 자율적이고 안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북한경제를 재건하는 효과를 가져와 궁극적으로 남북관계 전반을 진정한 화해와 협력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숙(徐大肅)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도 “앞으로 대북경제협력은 물론 대북정책 전반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도 대북경협 추진에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동아 200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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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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