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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현지취재|보잉사의 야망

다목적 전투기 F-15K로 한국 하늘을 장악하라!

  • 이정훈 hoon@donga.com

다목적 전투기 F-15K로 한국 하늘을 장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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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추력과 견고한 기체는 급기동을 가능케 하는 충분조건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공중전에서 승리할 수 없다. 공중전에서 이기려면 조종사의 눈놀림이 매우 빨라야 한다. 왜 조종사의 눈놀림이 빨라야 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자동차 운전을 예로 든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운전자의 시선은 대개 차 유리창 너머에 펼쳐지는 교통 상황에 고정된다. 그러다 라이오 채널을 맞추거나 속도계를 보아야 할 때면, 운전자는 재빨리 시선을 자동차 안에 있는 라디오나 계기판으로 내려야 한다. 공중전에 들어간 전투기에서도 이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공중전에 들어간 조종사의 시선은 조종석 유리창(‘캐노피’라고 한다) 밖에서 벌어지는 공중전 상황에 고정돼 있다. 그러다 속도를 살피거나 기타 다른 계기를 보아야 할 때는 순간적으로 시선을 조종실 안에 있는 계기판으로 내려야 한다. 물론 이러한 행동은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다. 그러나 공중전은 워낙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선을 내리는 사이 추적중인 적기를 놓치거나 적기로부터 역습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조종사가 시선을 내리지 않고도 계기판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다.

이따금 사무실에 앉아 멍하니 유리창 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유리창이 유리창 밖 상황뿐만 아니라, 사무실 안쪽의 상황도 비쳐주는 거울 구실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유리창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시선의 초점을 맞추면 유리창 밖 상황이 보이고, 유리창에 초점을 맞추면 유리창에 비친 사무실 안을 살펴볼 수가 있다. 시선 방향을 바꾸지 않은 채 초점만 변경함으로써 유리창 밖 상황과 사무실 안 사정을 모두 볼 수 있는 것이다. 전투기의 캐노피도 기본적으로는 유리창이므로, 이러한 역할을 할 수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응용해 조종석에 특수한 장비를 설치한다면, 조종사는 시선을 내리지 않은 채 캐노피에 비친 계기판을 보고, 즉시 초점을 변경해 캐노피 밖의 공중전 상황에 집중할 수가 있다. 조종사가 머리를 든 상태(Head Up)에서 계기판을 볼 수 있도록(Display) 한 것을 영어로 Head Up Display라고 하는데, 미국의 과학자들은 이 장비를 ‘허드(HUD)’로 명명했다. F-15A는 허드를 장착한 최초의 전투기인데, 허드 장착으로 F-15A의 공중전 능력은 현저히 강화되었다.



호타스도 최초 채택

공중전에서 이기려면 눈 놀림뿐만 아니라 손 놀림도 빨라야 한다. 전투기 조종실에는 자동차 운전석에 있는 기어 스틱(변속기)처럼 생긴 두 개의 막대가 있다. 이 막대는 스로틀(throttle)과 스틱(stick)이라고 하는데, 조종사는 양손에 하나씩 부여잡고 전투기를 조종한다. 그러다 무기를 쏘거나 다른 조작을 해야 할 때는, 손을 계기판 쪽으로 옮겨 그곳에 있는 단추를 눌러야 한다. 이 경우 조종사의 손 이동이 느리거나, 손을 옮기기 위해 시선을 내려야 한다면, 기동성이 강한 전투기라도 적기로부터 역습을 받게 된다.

공중전 능력을 배가하려면 조종실 안에서 조종사의 손 이동을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 맥도널더글러스사는 스로틀과 스틱 위에 조종과 전투에 필요한 거의 모든 단추를 집합시켰다. 조종사로서는 이 단추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있다가, 필요시 컴퓨터의 마우스를 클릭하듯 눌러주면 되므로, 조종실 안에서 손을 옮길 필요가 없어졌다. 이러한 설계는 ‘조종사가 양손을 스로틀과 스틱에 올려놓고 있다’는 뜻의 영문 Hands 0n Throttle And Stick의 머리글자를 따서 ‘호타스(HOTAS)’라고 한다. 호타스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F-15A가 처음 채택할 때까지는, 그 어떤 비행기 제작회사도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 허드(HUD)와 호타스의 개발로 F-15A는 그 어떤 전투기보다 강한 전투 능력을 갖게 되었다.

강력한 제공기를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조건은 ‘좋은 시력’이다. F-15A는 최대 150㎞까지 탐지하며 공대공과 지대공 모드를 겸한 휴즈사의 APG-63 레이더를 채택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전투기에 적기만큼이나 두려운 존재는 적의 방공 레이더망이다. 지상에 설치된 방공레이더는 전투기에 설치된 레이더보다 탐지거리가 훨씬 더 길다. 따라서 전투기를 향해 방공미사일을 먼저 발사할 수 있다. 맥도널더글러스사는 이러한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ALR-56 레이더 피탐(被探) 경보기’를 F-15A에 장착했다. 이 경보기는 적이 쏜 레이더파가 전투기에 닿는 즉시 경보를 발한다. 따라서 조종사는 위험 회피 조작과 기만에 들어갈 수가 있다.

我生然後에 殺他

적의 방공레이더망에 걸려든 F-15A가 취할 수 있는 회피 조작에는 적 레이더를 향해 강력한 전자파를 쏴 적 레이더 화면을 “지-지” 거리게 하는 것(이를 전자 재밍이라고 한다)과 레이더파 반사 능력이 좋은 은박지의 일종인 ‘채프(chaff)’를 쏘는 것이 있다. 채프를 쏘면 적 레이더 화면은 채프에서 반사되는 레이더파로 하얗게 변한다.

F-15A는 그 틈을 이용해 방공미사일 사정권 밖으로 달아날 수 있는 것이다. F-15A에는 전자파를 쏘거나 채프를 발사하는 ALQ-35라는 장비가 설치돼 있는데 이 장비는 적의 방공레이더망에 걸려들었음을 알려주는 ALR-56 레이더 피탐 경보기와 연결돼 있다.

로랄사가 개발한 ALQ-35는 ‘플레어(flare·불꽃)’라는 기만 장비도 발사한다. 플레어는 영어 뜻 그대로 거대한 불꽃을 쏘는 물체인데, 플레어가 쏘는 불꽃은 F-15A 엔진에서 나오는 불꽃보다 강하다. 대부분의 방공미사일은 전투기 꽁무니에서 나오는 엔진 불꽃을 감지해 따라 들어간다. 그 때문에 플레어를 발사하면 방공미사일은 불꽃이 강한 쪽으로 유도돼 플레어를 맞히고 폭발하므로 F-15A는 위기를 벗어날 수가 있다. 바둑을 둘 때 중요한 원칙 중에 하나가 상대 대마(大馬)를 잡기에 앞서 내 집부터 살려야 한다는 ‘아생연후 살타(我生然後 殺他)’다. 공중전에서도 이와 똑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F-15A는 강력한 생존장비를 갖췄기 때문에 손색없는 제공기로 활약할 수 있었다.

F-15A는 작전 목적에 따라 조종사 두 명이 타게 제작됐는데, 이러한 복좌기를 F-15B라고 한다. 하지만 F-15A와 F-15B는 같은 전투기이기 때문에 둘은 F-15A/B로 통칭하고 있다. 미 공군은 F-15A를 340대 도입하고 F-15B는 47대 도입했다. 1976년 이스라엘 공군이 F-15A/B기 51대를 수입했다. 이 전투기에는 이스라엘의 약칭인 I자가 붙어 F-15I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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