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여름이다. 도시는 열기를 내뿜고 사람들의 옷은 부쩍 얇아졌다. 준비성이 많은 것인지 성미가 급한 것인지 벌써부터 여름 휴가를 고대하는 직장인들도 있을 터이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해외여행. 휴가비가 넉넉한 사람이라면 걱정이 없겠지만 없는 돈 쪼개 여행자금을 마련한 사람이라면 더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골몰할 수밖에 없다.
해외여행 초보자가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여행사나 항공사가 마련한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각종 인쇄매체, 인터넷 사이트에 즐비한 패키지 상품 광고가 여행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조금 더 능동적인 사람이라면 직접 정보를 찾아 나선다. 서점에서 여행관련서적을 찾아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관련정보를 찾기도 한다. 인터넷 사용인구가 2000만명을 넘어선 지금은 책보다는 인터넷 활용률이 더 높아졌다. 검색엔진에서 ‘여행’ 두 글자만 입력해도 각종 여행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대강 어디로 갈지를 정한 다음에는? 역시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거나 여행사를 찾아간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 태반이 정보는 인터넷에서 찾고 실제 여행상품은 오프라인에서 구매한다. 온라인 여행사 웹투어의 한재철 이사는 “아직 인터넷 여행 서비스 이용률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항공사나 여행사에 전화를 걸고 직접 찾아가는 수고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많지만 여행 고수들은 앉아서 모든 여행준비를 마친다. 인터넷에 없거나 인터넷으로 할 수 없는 일은 별로 없다. 여행지 선정, 일정 작성, 항공 및 숙박 시설 예약, 현지교통편 검색까지 모두 인터넷에서 처리할 수 있다. 시간 절약은 말할 것도 없고 여행사를 직접 찾아가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여행 준비를 끝낼 수도 있다.
실구매율은 30대가 높아
‘호주 핵심일주 6일 95만원, 북유럽 369만원. 항공료, 호텔(특급), 조·중·석식 포함.’ 여행 초보자가 보기에는 패키지 상품만큼 실속 있고 편리한 여행 상품도 드물다. 실제로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항공권 따로 숙박권 따로 구매하는 자유여행보다 저렴한 가격에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조건 저렴한 방법만 찾는 것은 모처럼 큰 맘 먹고 단행하는 여행을 망치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는 것이 여행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패키지 상품은 잘 알려진 대로 광고와 실제 내용이 다른 경우가 많다. 특급 호텔이라고 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여관 수준인 경우도 있고 식사가 부실한 경우도 있다. 여행사에 항의해서 다른 상품으로 바꿀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정신적 피해는 고스란히 여행객에게 돌아온다.
또 막상 패키지 여행을 해보면 여행사에 내는 비용 외에 예상치 못한 돈이 드는 경우도 많다. 가이드가 임의로 쇼핑 일정을 넣는다든지, 유흥업소로 안내하는 것.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여행업계의 고질적 병폐”라고 말했다. 그는 “여행사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종종 패키지 덤핑이 일어나는데 어차피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서비스 질을 낮추거나 옵션 관광을 종용할 수밖에 없다”며 “고객은 패키지 가격만 보고 저렴하게 여행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여행사 투어익스프레스의 전용권 차장은 “정보를 찾고 활용하는 데 익숙한 20대들은 획일적인 패키지여행 대신 항공 따로 숙박시설 따로 교통편 따로 예약하는 자유여행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최근 투어익스프레스는 고객자료를 조사 분석한 결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여행 상품을 예약하는 주 연령층은 20대로 나타났지만 실구매율은 30대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전 차장은 “이런 차이점이 나타나는 이유는 20대보다 30대가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20대는 패키지 여행보다 자유여행을 많이 이용해 일정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권 따로, 숙박시설 따로 예약한다는 것은 여행자에게는 무척이나 번거롭고 까다로운 절차임에 틀림없다. 해외여행 초보인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자유여행의 매력을 맛보고 싶다면 과감히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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