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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 올스타 박찬호

호텔경영 꿈꾸며 고급영어 배우는 베벌리힐스 백만장자

  • 송재우 < 스포츠평론가 > jwsong@sports.com

ML 올스타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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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지 8년째를 맞이한 박찬호는 선수로서의 위상, 연봉, 주변 환경 등이 달라졌다. 그래도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성실한 연습태도다. 고교시절부터 연습벌레였던 박찬호는 ‘배고팠던 시절’의 습관이 여전하다. 그와 공주고 동기인 손혁의 말을 빌리면 “정말 지독했다”고 한다. 대학 진학 후 서울에 진출한 고교 동기들의 술자리 모임에서도 박찬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팔굽혀펴기를 하는 등 주위 시선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구단주였던 피터 오말리가 경기를 보기 위해 구장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멋진 투구를 보이겠다며 욕심을 부리곤 했다. 언젠가 한번은 초반에 난타를 당했는데 허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구장에서 아파트까지 뛰어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나중에는 날마다 집까지 뛰어가는 ‘훈련’으로 변했다.

투수의 강속구는 강한 하체에서 나온다. 시간만 나면 뛰고 또 뛰는 박찬호는 1970년대 최고의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리던 톰 시버에 버금가는 강한 하체를 갖게 되었다. 체격 조건이 우수한 미국 선수들도 박찬호의 하체를 보면 놀란다. 보통 사람의 허리와 맞먹는 박찬호의 허벅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박찬호가 연습에 열중하는 모습은 평상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현지 특파원이나 지인들을 만나더라도 박찬호는 연습 시간이 되면 여지없이 털고 일어선다. 만약 그 자리를 피하기 어렵다면 일단 연습을 마치고 되돌아오는 일이 있더라도 연습은 꼭 하고야 마는 ‘독종’이다.

박찬호가 1996년 처음으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됐을 때 가장 힘들어한 것은 바로 이동이었다. 땅덩어리가 넓어 LA에서 뉴욕까지는 비행기로 5시간 걸린다. 시차가 3시간이기 때문에 경기의 피로보다도 이동에 따른 체력의 열세를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벤츠를 몰고 드라이브

30℃를 웃도는 날씨에 투수가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지면 보통 2~3kg의 체중이 준다. 박찬호는 187cm의 키에 93kg의 당당한 체격이지만 선천적인 체력에서 미국 선수들에게 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이 뛰고 몸관리를 철저히 한다. 그런 까닭에 힘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고 정면승부를 펼칠 수 있는 것이다.

6개월에 걸친 페넌트 레이스의 절반은 원정경기다. 보통 팀들은 원정경기를 갈 경우 숙소를 한 군데 정해놓고 그 도시에 갈 때마다 같은 호텔을 이용한다. 혈기 방장한 젊은 선수들에게 다소 따분할 수도 있는 생활이다.

국내 프로 선수와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자신만의 독특한 취미 생활로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애쓴다. 어떤 선수들은 게임기를 항상 가지고 다니며 호텔방에서 게임을 즐기고, 메이저리그 경력이 짧은 선수들은 볼 만한 곳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박찬호는 ‘아이 쇼핑’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박찬호는 올시즌 소득이 990만달러에 달하지만 결코 호화 쇼핑을 하지 않는다. 배고팠던 시절의 습관이 몸에 배서인지 박찬호는 철저하게 ‘알뜰 쇼핑’을 고집한다. 백화점을 둘러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 도시 사람들에게 물어서 가격이 싸면서도 물건이 다양한 곳을 찾아다닌다.

시즌이 끝나고 국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 박찬호의 패션 감각이 상당함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눈썰미가 있다는 말이다. ‘박찬호식 쇼핑’의 특징은 싸더라도 비싸보이는 물건을 고르는 것이다. 1997년 뉴욕 원정경기에서 돌아온 박찬호는 현지 특파원들에게 새로 산 시계를 자랑한 적이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꽤 비싸 보이는 고급 시계 같았다. 박찬호는 특파원들에게 시계 가격을 맞혀 보라고 했는데 특파원의 대답과 박찬호가 밝힌 실제 가격에 큰 차이가 있었다. 당시 박찬호의 표정은 득의만면 그 자체였다.

매년 참가하는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도 박찬호는 시간만 나면 쇼핑을 간다. 주로 구입하는 품목은 캐주얼 스타일의 스포츠 웨어, 또는 부모님과 LA에서 한의학을 공부하는 동생에게 줄 선물 등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스포츠 카를 몰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을 꿈꾸듯이 박찬호도 시간이 나면 드라이브를 즐긴다. 처음 구입한 차는 일본의 지프. 위상이 높아진 다음에는 무상으로 빌려주는 벤츠 2인승 스포츠 카를 타다가 안전을 생각해 올해부터 벤츠 세단으로 바꿨다. 10만달러를 호가하는 8기통에 300마력이 넘는 성능 좋은 자동차이기 때문에 속도 위반을 하지 않는 선에서 틈나는 대로 속도의 매력에 빠져든다.

LA에 머물 때는 가끔 영화도 즐긴다. 시즌 중 이런 시간을 많이 갖기는 어렵지만 비시즌에는 속이 후련한 액션 영화를 자주 본다(사실 박찬호의 베벌리 힐스 저택은 아직까지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주변에 가수 마돈나의 집이 있는 만큼 호화로울 것이라는 추측만 나돌 뿐이다. 측근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미니 영화관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이곳을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가족 등 극히 가까운 지인들뿐이다. 일 년 내내 박찬호를 따라다니는 특파원조차 집 안을 구경한 적은 없을 정도. 박찬호가 집 공개를 꺼리는 이유는 사생활 보호도 있지만, 자칫 국내팬들에게 사치로 비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라고 한다).

시즌 중 박찬호가 가장 즐기는 여가 활용법은 바로 잠이다. 박찬호는 잠을 푹 자야만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평일 경기가 주로 야간에 치러지기 때문에 경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어머니 정동순씨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면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일어난다. 원정경기를 가서도 오전 10시나 11시까지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오후 2시 이후에는 경기장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잠을 푹 자고 경기장에서 몸을 푼 다음 경기에 임하는 것이다.

일본 선수와의 경쟁

1994년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며칠 못 가 마이너리그로 떨어졌다. 그가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것은 1996년이다. 그 사이 팀에서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중남미에서 동양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다저스가 일본 프로야구의 노모 히데오를 영입한 것이다. 아직 아마추어 때를 벗지 못한 박찬호와는 다르게 노모는 1995년 메이저리그 데뷔와 동시에 순항을 계속했다. 그해 4월 데뷔전에서 샌프란시코에게 5이닝 동안 특유의 꽈배기 폼에서 나오는 포크볼을 구사하며 삼진 10개를 잡아냈다. 이때부터 노모의 애칭 ‘토네이도’가 메이저리그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1996년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박찬호는 주로 불펜 투수로 가끔씩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생겼을 때 선발로 올라가는 처지였다. 때문에 16승을 올리며 팀내 에이스로 대우받던 노모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당시 박찬호는 노모와 자신의 실력 차이를 인정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판단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박찬호는 “앞으로 2~3년 뒤에, 프로로서 충분히 경험을 쌓은 뒤 진정한 비교를 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박찬호의 이 말은 실제로 2년 뒤 현실로 나타났다. 1998년 박찬호는 15승을 올리며 메이저리그에서 돋보이는 투수로 성장했고 노모는 6승 12패라는 비참한 성적을 거두며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됐다. 또한 99시즌을 앞두고 노모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요구당하는 비참한 상황을 맞았고 밀워키에서 겨우 자리잡는 듯했으나 지난해 다시 디트로이트에서 8승 투수로 주저앉았다. 그 사이 어깨 수술을 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던 노모에 비해 박찬호의 성장세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박찬호와 노모가 한국과 일본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이들의 성공으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매년 한국과 일본을 찾아 스카우트에 열을 올린다. 실제로 많은 선수가 제2의 박찬호나 노모가 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넜다.

현재 아메리칸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에 몸담고 있는 노모와 다저스의 박찬호가 맞상대를 하려면 월드시리즈에서나 가능하다. 그 동안 박찬호는 일본인 투수 이라부, 요시이 등과 맞붙어 일방적인 우세를 보였다. 이제 이치로와 신조라는 일본 프로 출신 타자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불꽃 튀는 투타의 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같은 동양인 선수로서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하지만 지기 싫은 오기가 발동하는 것이 메이저리그에서의 한·일전이다. 특별히 일본 선수와의 대결에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짐짓 여유를 보이는 박찬호. 그래도 국내 팬들은 일본 선수와의 대결에서 멋지게 승리하는 그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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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우 < 스포츠평론가 > jwsong@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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