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호

시마당

애월(涯月)에서

  • 이대흠

    입력2017-08-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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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월(涯月)에서


    당신의 발길이 끊어지고부터 달의 빛나지 않는 부분을 오래 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무른 마음은 초름한 꽃만 보아도 시려옵니다 마음 그림자 같은 달의 표면에는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발자국이 있을까요

    파도는 제 몸의 마려움을 밀어내며 먼 곳에서 옵니다 항구에는 지친 배들이 서로의 몸을 빌려 울어댑니다 살 그리운 몸은 불 단 노래기처럼 안으로만 파고듭니다

    아무리 날카로운 불빛도 물에 발을 들여 놓으면 초가집 모서리처럼 순해집니다 먼 곳에서 온 달빛이 물을 만나 문자가 됩니다 가장 깊이 기록되는 달의 문장을 어둠에 눅은 나는 읽을 수 없습니다

    달의 난간에 마음을 두고 오늘도 마음 밖을 다니는 발걸음만 분주합니다




             

    이대흠
    ●1968년 전남 장흥 출생
    ●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상처가 나를 살린다’ ‘물속의 불’ ‘귀가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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