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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한국경제 간판 CEO 열전|박인구 동원 F & B 사장

먹거리로 1조 매출 도전하는 맛의 전도사

  • 장인석 < CEO전문리포터 > jis1029@hanmail.net

먹거리로 1조 매출 도전하는 맛의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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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21회 행정고시에 합격할 때까지 그는 지금의 7급 공무원시험 대여섯 개 정도에 합격했다. 어느날 총무처 인사과장이 그를 불렀다.

“너 이놈 시험 선수야? 왜 시험 다 붙고도 현직에 안 나가냐.”

경제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32세가 돼서야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판검사보다는 행정부 관료가 훨씬 더 다이내믹한 삶이 될 것으로 판단한 그는 느긋하게 공부하여 힘들이지 않고 행시에 합격했다.

“우연히 합격한 것이라 해야겠죠. 남들처럼 절에 가서 공부하고 고시원에서 죽어라고 책만 파진 않았거든요. 또 그렇게 공부할 시간도 없었고…. 제 남동생은 정말 죽어라 공부해서 제가 행시에 합격한 다음해인 23세에 외무고시에 합격했지요. 1년 사이에 형제 둘이 고시에 패스하는 바람에 고향에서는 난리가 났지요. 그 동생은 국제법 전문가로 현재 외무부 안보심의관으로 있습니다.”

법대 출신이 상공부를 선택한 까닭도 독특하다. 그는 연수원 10개월간의 교육에서 또다시 1등을 차지,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당시에는 5등까지 원하는 부서에 보내주고 나머지는 무작위로 추첨해서 각 부서로 보냈다고 한다. 나이 많은 선배들한테 물어보니 재무부로 가라고 했다. 당시 재무부는 행정부의 꽃이었다. 하지만 젊은 선배들은 나이도 많고 학벌도 별로인 그가 재무부에 가봐야 뻗어나가기 힘들 것이라며 만류했다. 그는 고민 끝에 차선책으로 상공부를 선택했다.



상공부에 근무하면서 그는 유학을 가고 싶었다. 2년간 영어를 죽어라고 공부했지만 1년에 2명만 뽑는 자체 선발시험에서 합격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때 미국대사관에서 험프리 장학생을 뽑는다는 공고를 봤다. 거기에 응시하자 그의 잡초 같은 인생이 높이 평가돼 합격, 2년간 미국유학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유학을 마치고 온 지 1년 뒤 미국과 무역관계 마찰이 생겼다. 당시에는 대사관에 상무관이 한 명 있었는데, 사무관급 상무관을 한 명 더 보내기로 해서 박사장이 선발됐다. 상무관으로서 활동하면서 마침내 깊숙이 감춰져 있던 ‘끼’가 발동했다. 그 ‘끼’는 상품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다.

“3년반 근무하면서 철강과 자동차 등 각종 수출업무를 담당했지요.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은 건 거의 매일 백화점에 출근하다시피 했던 거예요. 수많은 상품을 살피고 연구하면서 어떤 제품이 미국시장에 맞는지를 파악하고 싶었거든요. 전 그 당시 백화점에 가장 많이 갔던 외교관으로 기억되고 싶었고, 그것이 상품학에 대해 눈을 뜨게 한 계기가 된 듯싶어요.”

한승수 장관 시절 서기관으로 승진한 그는 다시 유럽상무관으로 파견됐다. 미국과는 전혀 다른 유럽에서 근무하면서 그는 상품과 수출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기를 수 있었다. 전자상거래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보람을 뒤로 한 채 전자기기과장을 끝으로 그는 20년의 공직생활을 접었다.

“공직은 공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고, 기업은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죠. 다른 부서에 있었다면 기업인으로의 변신이 어려웠겠지만 상공부는 기업인을 가장 많이 만나는 부서죠. 반(半)기업인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었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상공부에 있으면서 전체를 보는 시야를 갖게 된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혀끝을 만족시킬 때까지

동원정밀을 2년 만에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켜 CEO로서의 자질을 검증받은 박사장은 동원F&B를 맡으면서 마침내 자신의 상품학을 개화시켜 나가고 있다. 300종이 넘는 상품을 자식처럼 아끼면서 모두 맛을 직접 보며 품질을 개량해 나가고 있다.

중국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참치크래커를 비롯 녹차를 함유한 초록사이다, 한번에 잡채, 원두커피인 맥널티 등이 그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신상품.

“참치캔에서만큼은 세계 일류기업에 근접해 있지만 국내유통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백화점식으로 많은 상품을 만들고 있어요. 여러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동원 하면 믿을 수 있는 회사, 주부들의 친근한 벗이란 이미지를 주고 있다는 점이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소년축구에 3억원을 지원하는 것도 그 같은 동원의 이미지 구축을 위한 것. 홍보효과만을 노린다면 프로축구를 지원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축구 저변 확대와 기초를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유소년축구를 지원한다. 박사장은 앞으로 회사가 돈을 더 벌면 여자축구팀을 창단하고 싶다는데, 회사에 여성인력이 많고 남자축구보다 빠른 시일 내에 세계를 제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1조원 매출과 1억달러 수출, 1000억원의 수익이 목표라는 박사장은 이것만 이룬다면 잡초처럼 살아온 이제까지의 삶을 정리하고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늦게 결혼했으니 60세까지만 일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후에는 자기 계발과 취미생활을 하며 살고 싶다고 한다.

“기업에서는 여유가 없어요. 특히 식품회사는 제각각 다른 소비자의 입맛을 맞춰야 하고 또 재료에 따라 맛도 조금씩 달라지므로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요. 식품산업은 소비자의 혀끝을 만족시켜야 하는 첨단산업이므로 고도의 긴장과 기술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그래서 동원인들 사이와 고객, 협력사, 거래처 등과의 관계에서 행동방식을 정리한 행동기준을 만들었다. 동원인을 보면 동원제품을 사고 싶을 정도로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다. 오는 12월1일이면 선포 1주년을 맞는 이 행동기준 덕분에 동원인들의 자세가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박사장은 자평한다. 이 행동기준에는 그가 잡초처럼 살며 몸에 밴 성실과 근면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원F&B의 미래는 밝다.



신동아 200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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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석 < CEO전문리포터 > jis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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