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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김선겸의 낯선 땅, 낯선 사람 (1)

하늘과 맞닿은 환상의 길 카라코람 하이웨이

  • 김선겸

하늘과 맞닿은 환상의 길 카라코람 하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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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만에 수속을 마친 버스가 다시 길을 재촉했다. 버스가 고도 4000m가 넘는 곳에 이르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파키스탄인이 두통 증세를 호소했다. 고산병 증세였다. 그는 괴로운 듯 계속 이마를 조아리고 있었다.

몇 시간 후 버스는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최고점인 중국과 파키스탄의 경계에 도착했다. 해발 4900m 지점에 위치한 국경 주변은 너무나 아름답다. 눈부신 설산이 푸른 하늘 위로 솟구쳐 있고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이 조그만 연못을 이뤄 은빛 물결로 반짝인다. 파키스탄의 국경검문은 여권조사만으로 간단하게 끝났지만 경치에 반한 여행자들은 버스에서 내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느라 정신이 없다.

버스가 파키스탄 영토로 넘어가자 바로 쿤제라브 패스(Khunjerab Pass)가 시작된다. 쿤제라브는 ‘피의 계곡’이란 뜻으로, 오랜 옛날 산적이 이 길을 넘던 대상과 수도승을 상대로 약탈을 자행해 늘 피가 계곡에 흘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하늘과 맞닿은 환상의 길 카라코람 하이웨이

캬슈가르 시장에서 양고기 꼬치를 굽는 모습. 양고기 꼬치는 카슈가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왼쪽). 카슈가르의 노천시장 모습. 카슈가르는 중국 영토이지만 중국과는 인종이나 종교, 언어가 전혀 다르다.

이 계곡은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하이라이트다. 꼬불꼬불한 길이 끝없이 이어지는 계곡의 한쪽은 수십m의 낭떠러지이고, 다른 한쪽 산자락에는 바위덩어리가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듯이 위태롭게 걸려있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쿤제라브 패스를 통과하면 장수마을로 유명한 훈자와 서스트에 당도한다. 수만년 전에 생긴 빙하를 비롯해서 아름다운 계곡과 산이 많고 순박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많은 여행자들이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실질적인 종착지로 삼는다.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자연의 제약을 넘어서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를 상징하듯 보여주는 길이다. 문명이 발달하기 훨씬 전부터 혜초나 법현, 현장법사 등의 구도승과 실크로드의 대상들이 이 길을 개척했고, 그것이 토대가 되어 오늘날의 도로가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넘을 때는 철저히 자연과 동화되어야 한다. 자연을 이겨낸다는 오만함이 아니라, 자연의 숭고함을 깨닫고 그들과 하나가 되고자 할 때 또 다른 길이 보일 것이다.

하늘과 맞닿은 환상의 길 카라코람 하이웨이

카리마바드에서 경작한 감자를 수확하는 아이들(왼쪽).노천시장에서 면도를 하고 있는 서양 여행자



신동아 200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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