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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부패방지위원회, ‘꿩 잡는 매’인가 ‘또 다른 권력기구’인가

기로에 선 부패방지위원회, ‘꿩 잡는 매’인가 ‘또 다른 권력기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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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이 지나친 부방위가 당사자 소명도 듣지 않고 발표부터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검찰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부방위가 기본이 안돼 있는 것 같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부방위의 명예는 땅에 떨어질 것”이라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부방위 측은 “피신고인에 대한 조사권이 없고 고발대상자의 증거인멸을 우려해 당사자의 해명을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6월27일 서울지검 특수1부가 이들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C 전 총장이 받았다는 수천 만원짜리 카펫은 실제로는 200만원짜리였으며, 인사 청탁 명목이 아닌 공직 취임 축하용이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었다. 카펫을 받은 다음날 돌려줬으며 이후 전달자였던 B씨가 집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

검찰의 ‘반격’으로 출범 5개월을 갓 넘겼던 부방위의 위상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9명 중 6명이 법조인 출신인 위원 전원회의에서 기소를 확신하고 고발하기로 했던 사건이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7월9일 부방위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며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8월14일 이를 기각해 사건을 둘러싼 소동은 일단 막이 내렸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아직 의혹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이와 관련해 신고인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수사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우선 검찰은 카펫을 판매한 상점 종업원의 ‘1997년 9월 이전에 고가 카펫은 취급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증거로 채택했지만, 경실련은 예전부터 이 상점이 이란산 고급카펫을 수입했음을 입증하는 세관문서를 제시했다. 검찰이 증거물로 제시한 카펫이 전달됐던 카펫과 다른 것이라는 B씨 운전기사의 증언도 함께 공개했다. 조직의 전직 수장이 연루된 비리 의혹 사건을 검찰이 과연 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었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리는 다르다”

공식적으로 부방위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 그러나 부방위 곳곳에서 공식입장과는 다른 견해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부방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B검사, C 전 총장 등이 모여 대책회의를 했다고 들었다. 의식하든 하지 않든 담당검사 입장에서는 대선배인 피신고인들의 증언에 더 무게를 두지 않았을까”라고 이야기했다.

법원의 재정신청 기각 또한 검찰의 수사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인 한계가 있었다는 것. 기각 결정 직후 위원회는 대법원에 다시 한번 재정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국 위원 전원회의의 표결을 거쳐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부방위의 한 위원은 “담당국장이 ‘대법원까지 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게 없었다. 오히려 법원의 권위를 부정한다는 이미지만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전한다.

사건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 전원회의는 대통령이 임명한 3인, 대법원이 추천한 3인, 국회(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 각 1인)가 추천한 3인 등 총 아홉 명으로 구성된다. 사건 보고서가 위원들에게 전달될 때는 관련자 신원이나 소속기관 등은 모두 삭제되거나 익명으로 처리한다. 위원들은 전원회의 자리에 참석했을 때 비로소 실명대조표를 받아본다.

위원들은 피신고인이 자신과 잘 아는 사람일 경우 심의를 회피할 수 있는 권한 및 의무를 갖고 있다. 실제로 헌법기관 장관급 인사에 대한 고발을 결정하는 자리에서는 위원 몇 사람이 심의를 회피하고 자리를 뜨기도 했다.

부방위의 한 위원은 검찰간부에 대한 고발여부를 결정하던 전원회의 자리를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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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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