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외

  • 담당· 김진수 기자

    입력2002-10-08 16: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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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알란 졸리스 지음/ 정재곤 옮김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credit: 소액신용융자)’로 널리 알려진 그라민은행의 설립자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의 자서전. 그라민은행은 방글라데시 전역에 1175개 지점을 두고 240만명에게 1600억타카(한화로 약 3조3600억원)를 융자해주는, 직원수 1만2000여 명의 대형은행.

    이 은행의 성공은 인간이 기아와 가난으로 고통받도록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고 믿는 유누스의 신념이 빚어낸 결과이자, 제도권 금융이 극빈자들에게 갖는 편견을 뒤엎는 대출방식인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가능성을 보여준 쾌거다.

    미국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고 방글라데시 치타공대학 경제학과 학과장으로 있던 유누스는 1976년, 고리대금업자에게 빌린 돈으로 수공예품을 만들어 근근이 생계를 잇는 대학 주변 마을주민 42명에게 856타카(27달러)를 빌려준다. 이들에게 조금의 여유자금만 있더라도 고리대금업자의 착취 없이 자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누스는 신용이 모든 인간의 기본적 권리란 신념을 갖고, 보증이나 담보 없이 신용만으로 극빈자들에게 소액융자를 해줌으로써 그들이 인간 존엄성을 잃지 않고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1983년 그라민은행을 설립한다. 지금까지 고객들은 90%를 넘는 높은 원금 상환율로 보답하고 있다.

    (세상사람들의 책/ 384쪽/ 1만3000원)

    ◇ 말, 권력, 지식인

    김호기 지음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가 지난 일년간 발표한 사회비평과 에세이들을 모은 사회비평집.

    저자는 우리 시대 대표적 지식인들의 이념을 진보주의, 중도주의, 보수주의의 세 갈래로 분류하고, 그들의 삶과 사상을 사회학적으로 조명해 지식사회의 이념 구도를 해부했다. 지식인과 지식사회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들을 다각도로 탐색하되, 대중적 글쓰기에 입각해 간결하고도 설득력 있는 분석을 제공한 것이 특징.

    이 책의 핵심은 제3부인 ‘한국 지식인과 지식사회의 구도’. 저자는 분석대상으로 선정한 지식인 12명 중 신영복 강만길 손호철 조희연 교수를 진보주의로, 한상진 김우창 정운찬 최장집 교수를 중도주의로, 송복 이상우 함재봉 교수와 이동복 객원교수를 보수주의로 분류한다. 그리고 21세기의 지식인상은 지금까지의 ‘관료적 지식인’과 ‘저항적 지식인’을 넘어 제3세대랄 수 있는 ‘성찰적 지식인’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성찰적 지식인’은 지식인의 한계를 겸허하게 성찰하면서도 자신의 전문지식으로 그와 연관된 사회발전에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지식인을 뜻한다.

    (아르케/ 320쪽/ 1만원)

    ◇ 뉴욕 에스키모, 미닉의 일생

    켄 하퍼 지음/ 박종인 옮김

    과학의 거만함과 문명의 몰이해가 빚은, 한 에스키모 소년의 비극적 삶을 통해 윤리성을 갖추지 못한 과학과 문명의 무의미함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는 북극으로 떠나는 탐험가 로버트 피어리에게 에스키모 한 명을 뉴욕으로 데려와 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피어리가 에스키모를 데려온다면 살아있는 인종표본으로 아주 흥미로운 연구대상이 될 것이라 믿었다. 뉴욕에 온 에스키모 6명 중 4명이 차례로 병사하자 그들의 유골은 박물관 석학들에게 넘겨져 전시됐다.

    살아남은 에스키모 2명 중 1명은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뉴욕에 혼자 남은 미닉은 자연사박물관 건물관리인 윌리엄 월래스에게 입양된다. 그러나 얼마후 양아버지의 파산으로 미닉은 더 이상 교육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친부의 가짜 장례식이 치러진 뒤 그 유골이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미닉은 뉴욕생활과 미국의 이중성에 환멸을 느껴 고향 그린란드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이방인이었던 그는 뉴욕으로 가지만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되고, 결국 1918년 28세의 나이에 폐렴으로 사망한다. 저자는 이런 미닉의 사연을 추적해 1986년 책을 펴냈고, 1993년 자연사박물관은 에스키모들의 유골을 반환했다.

    (청어람미디어/ 376쪽/ 1만2000원)

    ◇ 몸이 원하는 밥, 조식(粗食)

    마쿠우치 히데오 지음/ 김향 옮김

    조금 낯설지만, ‘조식(粗食)’은 ‘조촐하고 소박하게 차린 음식’을 뜻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조식은 ‘밥상에 현미밥과 된장국, 김치를 올리면 건강해진다’는 또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떻게 이 세 가지만으로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고 건강해질 수 있을까?

    저자의 해답은 다음과 같다. 그는 남아돌 만큼 먹을 게 많아도 현대인 다수가 영양실조란 점에 착안, 이 ‘포식시대의 영양실조’ 현상을 ‘석탄난로’에 비유한다. 즉 난로(몸)는 적당한 양의 석탄(음식)이 들어가 완전연소(소화)될 때 기능을 다하는데, 난로에 연료는 가득하지만 제대로 불붙지 않은 채 불완전연소를 일으키는 게 요즘 현실이란 것. 때문에 고기반찬을 과잉섭취하거나 보약을 먹는 것보다는 오히려 주식을 조상들이 먹던 그대로 간소화하고 몸을 정화하여 충분히 소화하는 것이 몸을 훨씬 건강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성장기 어린이는 완전식품인 우유를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 ‘다양한 이유식을 섭취해야 유아의 두뇌발달에 좋다’는 등의 식생활 관련 고정관념에도 비판을 가한다. 우리 의식 깊숙이 뿌리박힌 이런 그릇된 ‘신화’들은 미국의 식량 수출전략과 궤를 같이하며 동양의 주식문화를 허물어뜨려 과거 50여 년간 고혈압, 당뇨병, 비만, 아토피질환 등 생활습관병을 급증시켜왔다는 것이다.

    (디자인하우스/ 200쪽/ 1만원)

    ◇ 한국을 떠나 성공한 사람들-남태평양편 1, 2

    우길 지음

    현재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은 600만여 명. 전세계 200여 개국에 흩어져 있는 이들은 국내 인구의 13%에 달한다. 나라를 잃은 민족을 빼고는 인구대비 최고의 기록이다. 이들 중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적으로 뛰어들어 독특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행작가인 저자는 그들을 찾아 2000년부터 각국을 여행하며 낯선 곳에서 새 삶을 개척해온 ‘멋진 한국인’ 300여 명의 성공담을 들었다. 이 책은 그중 남태평양에서 성공한 한국인들의 이야기다.

    의류회사 영업과장이란 피곤한 직함을 떨치고, 남태평양 바닷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정상호, 왕십리에서 자개공장을 운영하다 자개조개 원산지 바누아투에 가서 조개껍데기로 떼돈 벌고 그곳의 명사가 된 자개상 홍종국, 피지 최대의 기업인 통조림공장을 운영하며 람부카 전 수상과 친구가 돼 피지를 움직이는 전정묵, 한국 원양어업회사가 모두 떠난 남태평양에서 홀로 수산회사를 운영하며 참치 잡는 마지막 선장 박민식씨 등 26명의 흥미진진한 인생 스토리를 소개했다.

    (금토/ 각권 328쪽/ 각권 9000원)

    ◇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최순우 지음

    한국미의 본성을 속시원히 밝혀 ‘동양의 안목’으로 불린 혜곡 최순우(1916∼84) 선생의 산문집. 유고선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가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정작 한국미에 미쳐 산 그의 진면목에 대해선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개성 송도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할 무렵, 미술사학자 고유섭에게 감화를 받아 한국미술사 연구에 뜻을 세운 그는 ‘조선고적연구회’에서 활동하며 개성의 고고유적지들을 답사했고, 특히 고려청자 연구에 관심을 쏟았다. 그후 국립박물관 학예연구관을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장을 거쳐 작고할 때까지 40년 가까이 박물관에 봉직하며 우리 문화재와 강산의 아름다움을 밝힌 글들을 발표했다.

    이 책에선 아름다움을 가려내는 눈이 어떻게 길러지는지, 우리 곁을 둘러싼 아름다운 것들은 무엇인지와 함께 아름다움에 얽힌 인연, 성형하지 않은 ‘조선의 미남미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첫눈에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이나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봐야 하는 근시안적인 신경질이 없으며, 거칠고 성글어 보여도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보면 시원하고 대범하면서 담담하고 조촐하다.’ 단순한 ‘호고(好古) 취미’에 머물지 않는, 최순우 선생의 진솔한 감회다.

    (학고재/ 280쪽/ 9500원)

    ◇ 가피

    박삼중 지음

    ‘가피(加被)’란 부처가 자비의 힘을 베풀어 사람들에게 힘을 주어 돕고 지켜준다는 뜻. 세상엔 행복을 바라면서도 업장이 두터워 어두운 삶을 살거나, 사바세계에서 삶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저자는 직접 만나본 그들을 위해 불교 이론을 설명하거나 부처의 가르침을 강설하기보다는 영험설화들을 들려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 책은 ‘사형수의 대부’로 널리 알려진 저자가 포교현장에서 소개한 내용들을 주로 다뤘다. 그 일화들은 예전부터 내려오는 연기설화뿐만 아니라 현대의 영험설화까지 망라돼 있다. 예컨대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 가정 파탄으로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 사업실패로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 등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일상에서 겪게 되는 고통을 참회하고 공양하여 ‘가피’를 받아 어렵고 힘든 세상을 극복한 과정에 관한 이야기다.

    (열매출판사/ 344쪽/ 9000원)

    ◇ 다르게 사는 사람들

    윤수종 엮음

    우리 사회의 병폐 중 하나가 낯선 것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과 적대적 대응은 아닌지?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 이야기’란 부제에서 보듯 이 책은 트랜스젠더, 넝마주이, 레즈비언,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비전향 장기수 등 소외된 이웃들이 체험해야 했던 수난의 고백록이다.

    이른바 ‘다수자’들이 소수자들을 어떻게 포용하고 더불어 살아갈 것인지,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소수자’적인 삶을 영위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성찰하게끔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 모두는 소수자다!’라고 강변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표준화된 인간상을 거부하는 소수자의 시대라는 것. 또한 ‘소수자적’으로 변하고 있는 그런 시대의 틀을 거부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역설한다.

    (이학사/ 288쪽/ 1만원)

    ◇ 나는 알코올 중독자

    허근 지음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소장 허근(50) 신부의 극적인 알코올중독 탈출기. 알코올중독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려 부끄러운 지난날을 ‘고해성사’한다는 그의 토로대로, 자신의 알코올중독 체험과 극복과정, 알코올중독의 증상과 결과, 단주생활 가이드 등을 담았다.

    허신부는 신학교 시절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사제서품을 받은 후 서울 돈암동성당 보좌신부와 김수환 추기경 비서로 일할 당시만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것이 1982년 해병 군종신부로 배치되면서 술과의 질긴 악연이 시작됐다.

    주량은 급속히 늘었고, 제대 후 일선 성당의 주임신부로 있으면서 음주벽이 악화됐다. 심지어 술자리에서 신자를 때려눕힌 적마저 있을 정도였다. 밥 대신 술 먹는 생활을 계속하면서 위와 간은 극도로 약해졌고 몸무게도 46㎏으로 줄었다.

    그러나 1998년초 서울대교구 김옥균 보좌주교의 권유로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게 된 허신부는 광주 성요한병원에서 5개월간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 끝에 술을 끊을 수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 알코올을 대신할 가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게 치유와 재발 방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가톨릭출판사/ 211쪽/ 5000원)

    ◇ 나, 황진이

    김탁환 지음

    조선 중종기 송도의 명기 황진이는 역사적으로 상반된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다. 여러 남자들을 섭렵한 재주 있는 기생으로, 다른 한편으론 조선 중기 여성의 한계를 극복한 대표적 인물로 칭송되며 서경덕의 제자이자 화담학파의 대모로까지 평가받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의 황진이 소설은 전자에만 머물렀다. 이 때문에 야담에 근거한 소설 속의 모습이 황진이의 실체처럼 인식돼왔다.

    이 책은 야사나 단편적 사건들의 짜깁기로부터 탈피해 고증과 재해석을 거쳐 새롭게 황진이를 조명한 역사소설이다. 즉 ‘기생 황진이’의 자리를 ‘지식인 황진이’로 대체하고, 조선조 가부장제 사회에 저항하면서 일탈을 꿈꾼 그의 삶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형상화했다.

    ‘역사와 소설의 포옹’이란 부제를 단 주석판(인문서)을 동시 출간한 것도 이채롭다. 주석판엔 소설 ‘나, 황진이’의 창작과정을 유추할 수 있는 주석 600여 개와 작가의 창작보고서, 소설 창작의 밑거름이 된 관련문헌 등을 수록했다. 저자는 황진이의 마음으로 16세기 지식인들의 사상적·미적 성취를 살피고 그들의 고뇌를 이해하려 했다는 집필 동기를 밝힌다.

    (푸른 역사/ 348쪽/ 9500원)

    ◇ 나는 웃는다, 고로 존재한다

    쓰시야 겐지 지음/ 박소연 옮김

    웃음은 한 시대의 문화적 양상을 읽는 코드다. 시대의 진리는 일상생활에 촘촘히 스며들어 당대의 질서와 관습이 되지만, 웃음은 그런 질서와 관습으로부터의 일탈이며 부정이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성 속에 내재된 허위의식에 철학적 유머라는 메스를 들이댄 에세이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모순적 존재이며 모순된 의식과 행동에서 불행의 씨를 잉태한다. 그 불행을 격퇴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바로 웃음이다. 때문에 그는 인간의 사고를 유머감각으로 재해석했을 때 더욱 더 열린 생각과 자유로운 정신의 표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유머감각이란 뭘까. 저자는 유머감각은 몇 가지 조건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던 진실을 간파하는 능력과 진실을 이해하는 통찰력, 사물을 다각도로 볼 줄 아는 다원적 시각, 자유로운 정신 등이 그것이다. 단순히 남의 이야기를 듣고 웃을 줄 알거나 남을 웃기는 능력에 국한하지 않는 감각이라는 것이다.

    일본 도쿄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오차노미즈대 교수로 있는 저자는 ‘웃음’ 시리즈만 8권을 출간한 ‘웃는 철학자’다.

    (한숲/ 256쪽/ 8000원)

    ◇ 의사가 말해주는 내 몸에 좋은 다이어트 나쁜 다이어트

    남재현 지음

    수많은 다이어트법들이 쏟아지지만, 정작 내 몸에 맞는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막상 시작하려 해도 그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선 무지한 경우가 많다.

    내과 전문의인 저자가 지난해 한 시사주간지에 연재했던 글을 보완해 엮은 이 책은 그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다이어트법은 ‘백인백색(百人百色)’이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방법이 모든 사람과 모든 상황에서 유효할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 살을 빼기 위해 무조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상식이 그릇된 것임을 일깨운다. 또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구체적 실례를 들면서 비만에 특효라는 다이어트법 중 상당수가 중장기적으론 건강을 해치고 오히려 체중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세아미디어/ 212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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