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호

사막에서 느끼는 자유의 향기

인도 자이살메르의 카멜 사파리

  • 입력2002-10-09 09:4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도 북서쪽, 파키스탄과 가까운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 아름다운 고성(古城) 도시 자이살메르가 있다. 타르사막 한가운데 신기루처럼 솟아있는 황금빛 고성은 라지푸트 전사들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채 수백년을 버텨왔다. 자이살메르를 찾는 여행객들은 보너스를 하나 얻을 수 있다. 카멜 사파리(Camel Safari)가 바로 그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사막으로 떠나는 카멜 사파리는 낯섦으로 인한 두려움보다는 일상의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단조로움의 미학(美學)

    필자가 참여한 카멜 사파리의 리더격인 우쿠말은 가난과 삶의 굴레에 지쳐 29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나이가 많아 보이지만 꽤나 낙천적인 사람이다. 그는 물과 음식을 낙타 등에 싣고는 지체없이 타르 사막으로 길을 재촉한다.

    혹이 하나뿐인 낙타 등에 올라타는 것은 초보자에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낙타가 뒷발부터 일어서기 때문에 자칫 방심하다가는 앞으로 굴러떨어지기 십상이다. 낙타는 발과 다리를 동시에 내밀기 때문에 걷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사막의 캐러밴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작열하듯 내리쬐는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낙타와 함께 뒤뚱거리다 보면 간혹 인가가 나타난다.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그들의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보금자리는 흙으로 만든 토담집인 데다, 수도조차 없어서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공동우물에서 물을 길어 사용해야 한다. 낙타에서 내려 마을을 돌아보는 동안, 낯선 이방인을 발견한 동네 꼬마들이 순식간에 몰려들고 아낙들은 문 뒤로 얼굴만 빠끔히 내밀고 쳐다본다.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리라.



    타르사막의 풍경은 단조롭다. 듬성듬성 잡목이 삐쭉 솟은 모습이 끝없이 펼쳐질 뿐이다. 바쁜 도시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견디기 힘들 정도의 무료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카멜 사파리의 큰 즐거움. 마치 전쟁을 치르듯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단조로움의 미학이란 참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모든 걱정에서 벗어나 자연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다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낮 동안 괴롭히던 태양이 술 취한 모습으로 붉게 물들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면 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한낮의 강렬한 태양이 사라진 사막의 밤은 매서울 정도로 춥다. 안장 삼아 낙타 등에 포개두었던 담요를 꺼내 모래 위에 펼쳐놓고 야영을 준비하는 동안 우쿠말과 그의 친구들이 저녁식사를 차린다.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모닥불을 피우고 그들의 주식인 ‘차파티’와 ‘차이’를 만들어낸다. 모래가 서걱서걱 씹히는 차파티를 감자와 당근, 양파를 넣고 끓인 야채수프에 찍어먹는 맛은 사막의 추억을 더욱 오랫동안 간직하게 만드는 경험이다.

    사막에서의 설거지는 아주 간단하다. 그릇들을 모래로 문지르면 그만이다. 식사를 마치고 모두들 한기를 피해 모닥불 주위로 모여들면 낙타몰이꾼들은 감추어두었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이야기가 끊어지기라도 하면, 그들은 적막을 뚫는 구성진 목소리로 황홀한 사막의 별밤을 노래한다. 그 소리에 취해 있는 동안 어느새 칠흑 같은 어둠이 밀려온다.

    사막의 또 다른 얼굴

    사막의 밤은 한낮의 황량함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밤하늘을 하얗게 뒤덮은 별들은 아름다움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끼게 하고, 어두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별똥별은 탄성을 연발하게 만든다. 잡목을 불사르며 타오르던 모닥불의 열기와 밤하늘의 별들이 사라질 무렵 지평선 멀리 동이 터온다. 타르사막이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아침을 열고 있는 것이다. 모래를 털고 일어나 따뜻한 ‘차이’ 한 잔을 마시며 솟아오르는 붉은 해와 함께 맞는 사막의 아침은 카멜 사파리가 주는 또 다른 감동이다.

    ◇ 여행안내

    서울에서 자이살메르까지 직행하는 항공편은 없다. 일단 델리까지 간 다음 라자스탄의 주도인 자이푸르에서 기차를 이용해서 자이살메르로 가야 한다. 카멜 사파리는 자이살메르의 숙소나 여행사를 통해 쉽게 신청할 수 있으나 여자 혼자인 경우는 피하거나 믿을 만한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카멜 사파리를 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11~2월로 이 시기가 지나면 더워서 힘들다. 당일 투어에서 일주일이 걸리는 투어까지 여러 종류가 있으나 1박 2일 정도가 가장 무난하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