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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성사시킨 권병현·최수진 베이징 비밀접촉 내막

  • 글: 이정훈 hoon@donga.com

남북 정상회담 성사시킨 권병현·최수진 베이징 비밀접촉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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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기자는 베이징(北京)에 있는 최총사장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따뜻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준 그는 “지금(내일) 조선을 방문해야 하니, 갔다온 후에 보자”고 말했다. 그가 북한 방문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오기로 한 날 다시 전화를 걸자, 그는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며 단호히 인터뷰를 사양했다.

무작정 베이징으로 날아갈 수도 없어 속을 끓이던 기자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11월 중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뜻밖에도 “베이징으로 오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1월30일 기자는 베이징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2월1일 흑민경 사무실에서 최총사장을 만났다. 마침 일요일이라 찾아오는 사람도, 걸려오는 전화도 없어 대화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최총사장은 5척 단구(短軀)지만, 부리부리한 퉁방울눈과 붉은 얼굴을 가진 게 특징이다.

가자와 수인사를 나눈 직후 그는 “내가 왜 당신을 오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한국 기자는 만나지 않는 게 옳은데…”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때까지도 기자는 그를 만나자고 한 목적을 밝히지 않았다.

기자는 조심스럽게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기까지의 남북 접촉사를 알고 싶다”고 운을 떼었다. 그가 뜨악한 눈빛으로 바라보기에 DJ정부 출범 이후의 남북 접촉사를 간략히 정리해주었다.



‘1996년 강릉 잠수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는 동결되었다. 때문에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1998년 남측이 비료 10만t을 지원하는 대신 북측은 이산가족 만남에 응한다는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양측이 베이징에서 차관급 회담을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헤어졌다. 이듬해인 1999년 6월 중순에도 차관급 회담을 가졌으나 역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그해 6월15일 서해 연평도 부근에서 남북 해군이 맞붙어 북측에서는 30여 명 이상이 사상하고, 남측에서도 수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연평해전이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는 완전 단절됐다. 그런데, 연평해전 1년 후 남북은 정상회담을 갖고 5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기자는 “가장 극렬한 대립인 연평해전이 발발한 지 정확히 1년 후 남북 정상회담으로 반전(反轉)이 이뤄졌다. 이 반전이 이루어진 1년 사이에 최총사장의 움직임이 있었다. 최총사장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싶다”며 답변을 유도했다.

이에 대해 최총사장은 “당신이 알고 있는 진실은 무엇이냐. 당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겠다”고 역제의했다. 그로 인해 기자는 그때까지 취재해온 권병현-최수진 라인의 움직임에 대해 장시간 브리핑하는 처지가 되었다.

이 브리핑이 ‘이 기자와 대화를 해야 하나’하고 망설이는 최총사장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았다. 최총사장은 주의 깊게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기자의 취재 내용이 그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면, 이야기를 자르고 들어와 정정(訂正)해 주었다.

덕분에 기자는 박지원-송호경 담판이 있기 전의 남북 정상회담 비화를 거의 완벽히 재구성해낼 수 있었다. 다음은 최총사장의 도움을 받아가며 기자가 복원해낸 남북 정상회담 성사 과정이다.

문대근씨가 돌파구 마련

1999년 6월의 연평해전 후 남북관계는 완전 냉각기로 들어갔다. 뜻하지 않은 충돌로 대화선을 놓친 김대중 정부는 대북문제를 다루는 부처에 남북관계를 열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접촉선을 뚫지 못했다.

이러한 때인 1999년 10월말 통일부의 문대근씨가 북한문제를 다루는 ‘통일관’으로 임명돼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부임했다. 전임자로부터 업무 인수를 받는 과정에서 문씨는 과거 최수진씨가 남북 협력에 깊이 관여해온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문씨는 최수진씨를 만나면 꽉 막힌 남북 대화를 틀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최총사장 사무실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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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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