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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공 치기 전에는 말하지 말라”

PGA 우승한 프로골퍼 최경주

  • 글: 황호택 hthwang@donga.com

“공 치기 전에는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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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월 소니 오픈에 턱걸이로 참가했다가 컷오프를 당했더군요. 한 타 차로 컷오프를 모면한 적도 있고요. 그런데 불과 1년6개월 만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컷오프를 자주 당한 원인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코스를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 컷오프 라인이 원 오버든, 원 언더든 항상 그 근처에서 놀았습니다. 2000년, 2001년 두 해 동안 항상 컷오프 라인 근처에서 노니까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지요.”

PGA의 컷오프 라인은 보통 이븐(72타)이나 원 언더 또는 투 언더에서 결정된다. 이 라인 안으로 들어가는 선수는 70명 선. PGA 투어 상위 선수들은 코스의 난이도와 관계없이 8언더 9언더를 너끈하게 친다.

“내가 컷오프를 당하는 코스에서 톱 클래스 선수들이 8언더나 9언더를 치니까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하는 심리적 부담감이 생겼습니다. 톱 클래스 선수들은 코스의 난이도에 관계없이 그렇게 쳐요. 대단히 잘 치는 거죠.

올해 최고 낮은 컷오프 라인이 6언더였습니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스코어입니다. 그만큼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업그레이드된 거죠. 나는 한 타 또는 두 타 차로 떨어지면서도 희망을 가졌습니다. 다음 주에 잘 치면 되니까…. 예수를 믿기 때문에 항상 기도하고 준비합니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다음 주에 잘 되리라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최경주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신학교를 갓 졸업한 개척교회 전도사를 만난 기분이 든다.

잊지 못할 3m짜리 내리막 퍼팅

골프는 심리학이라는 말이 있다. 골프 선수 중에는 스윙 연습과 별도로 마인드 컨트롤 지도를 받는 사람도 있다.

18번째 홀에서 5m짜리 퍼팅이 들어가면 우승이고 안 들어가면 2위라고 할 때, 그 스트레스를 이겨내려면 강심장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감이 중요한 것이다. 최경주는 늘 ‘하나님 믿습니다’ 하고 퍼팅을 한단다. 기독교 전도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최경주의 마인드 컨트롤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시즌 들어서는 확신이 섰습니다. PGA 투어에서 어느 정도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 말입니다.”

―그게 미국 간 지 몇 년 만입니까.

“2년이 채 안됐죠. 2001년도 퀄리파잉 테스트를 받을 때 마지막 퍼팅 하나에 다음 1년의 운명이 결정되는 기로에 있었습니다. 정말 마음이 착잡하고 무거워 기도를 했습니다. ‘주님 이걸 미스 하면 1년을 더 기다리거나 한국으로 가야 됩니다. 이거 어떻게 합니까.’ 퍼팅 하나가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에 따라 고향으로 가느냐, PGA에 다시 남느냐가 결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몇 미터짜리 퍼팅이었습니까.

“한 3m짜리 내리막 퍼팅이었어요.”

골프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뱀 다리(蛇足)’를 붙여놓자면, 오르막 퍼팅보다 내리막 퍼팅이 훨씬 어렵다. 오르막 퍼팅은 강하게 치면 들어갈 때가 많지만, 내리막은 공이 엉뚱하게 흘러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아마추어 골프에서 OK 인심이 좋은 사람도 내리막 퍼팅에서는 OK를 잘 주지 않는다. 그만큼 들어갈 확률이 낮다는 이야기다.

“쉽지 않은 퍼팅이었습니다. 그런데 내 몸에서 작은 움직임도 생기지 않고 탁 들어가더란 말이죠. 갤러리들은 그냥 단순하게 최선수가 중요한 퍼팅에 성공했구나 했겠지만 저로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34위로 통과했지만 마음 속에서 불꽃이 피어올랐습니다. 이제는 되겠구나, 하나님께서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싶었습니다. 그 한 타에 2002년을 시작하는 내 마음은 벅차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신앙생활을 소홀히 할 수가 없죠. 나는 항상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잘 돼도 감사하고 못 돼도 감사합니다.”

―PGA 초기 시절에 상금 액수는 적고 비용은 많이 들어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습니까.

“많은 분들이 도와줬어요.”

최프로는 의류 메이커인 슈페리어와 1996년부터 전속계약을 맺고 있다. 최경주는 슈페리어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경기를 한다. 작년에 PGA에서 두 번 우승하면서 슈페리어 로고가 매스컴을 많이 타 광고효과가 꽤 높아졌단다.

“처음에는 슈페리어와 연간 2000만원에 계약을 했지요. 내가 우승을 하면서 한국에서 브랜드 선호도가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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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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