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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반도, 해법은 없는가

다자주의 안보틀은 비현실적

  • 글: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cmlee@yonsei.ac.kr

다자주의 안보틀은 비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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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북한이 김일성 사후 추진해온 북한형(型) 대전략을 객관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북한 핵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극히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북한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대미·대일용 협상 카드와 국제사회로부터 좀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면 북핵 문제는 의외로 빨리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쌍무적 협상을 계속 보류하고 있으나 다자주의적 틀 속에서 북미대화와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 계획을 경제원조와 안전보장을 확보하는 대가로 포기할 의도를 갖고 있다면 북미회담은 긍정적으로 풀릴 수 있다. 반면 북한이 끝내 핵무기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우라늄 농축 강행,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혹은 지하 핵실험 같은 레드 라인(red line)을 넘으면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미는 평화적 해결 방안을 총론으로 끌고 가지 말고 빠른 시일 내에 각론화할 필요가 있다. 한미간의 긴밀한 정책협의를 기반으로 ‘공통적이고 합동적인 로드맵(common and joint road map)’를 제시해야 한다.

한미관계와 남북관계가 한국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적인 기둥이지만 어느 정도의 정치적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즉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남북문제와 동맹관리를 유지하기 위한 한미관계는 이상과 현실 양면의 동시 고려라는 한국 고유의 ‘전략적 고민’을 낳는다. 이제 우리는 선택의 시점에 놓여있다.

물론 선택이라고 해서 어느 한 쪽을 포기할 수는 없으나 한국의 중장기적인 국가이익과 통일한국을 구축하기 위한 대전략 차원에서 무엇이 핵심적인 이익인지를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미간에 갈등이 고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으나 이미 미국은 주한미군 문제를 포함한 대(對)한정책 검토를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월6일 도널드 럼스펠트 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과 관련된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재배치와 축소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외교통상부와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조정문제를 공식적으로 접수한 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건 국무총리도 북핵위기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재배치, 혹은 감축 문제를 논한다는 것 자체를 유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 및 정부 인사들도 주한미군의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한강 이북에 배치된 미 2사단을 후방으로 재배치한다면 이는 미국이 북한의 핵 시설을 군사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전초단계일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미국에 부정적인 신호로 간주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을 부분적으로 인정한다 해도 한국안보의 일차적 책임과 임무는 한국정부와 한국군에 있으므로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에 한미 연합전력 차원에서의 전략적 가치를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애치슨 라인의 교훈

일부에서는 주한 미지상군 전면 철수도 예측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對)동북아 군사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6·25전쟁 발발 전인 1950년 1월에 설치된 애치슨 라인 (Acheson Line)은 한국이 미국의 동아시아 방위 노선에서 사실상 배제되었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 결과 북한과 소련은 남침을 해도 미국이 한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세기 전의 상황과 현재의 동북아 전략 구도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위상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면 일본의 상대적인 전략적 가치는 강화될 것이다. 미 국방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가칭 동북아사령부 (Northeast Asia Command)도 일본에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미국이 일본에 동북아사령부를 설치한다면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으며 궁극적으로 미국은 동북아에서는 일본, 그리고 동남아와 서태평양에서는 호주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아시아 전선을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부시 라인(Bush Line)’이 새롭게 형성되고 일본이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핵심적인 기둥으로 자리잡으면서 미·중·일 3각 구도로 동북아의 세력균형이 재편성될 수 있다. 그럴 경우 한국은 지난 50년 동안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유지해온 해양전략(maritime strategy)의 틀 속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대표적인 대륙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다양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이 동북아사령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공식 발표는 없었다. 따라서 당장 이같은 구상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주한미군의 전반적인 역할 문제는 1980년대부터 미군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군사혁신(RMA),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과 네트워크 전쟁(Network Warfare) 그리고 통합 전투체제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전쟁양상(1990년의 걸프전쟁, 1999년의 코소보 작전, 그리고 2001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작전) 등을 고려해 보면 재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미동맹 문제는 한국안보와 직결돼 있다. 한반도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독일 통일을 실현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서독의 외교와 미독(美獨)공조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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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cmle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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