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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급성장 감당할 경험도, 역량도 없었다”

다시 벤처로 돌아온 김진호 전 골드뱅크 사장

  • 글: 허헌 자유기고가 parkers49@hanmail.net

“급성장 감당할 경험도, 역량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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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부분은 무엇입니까.

“검사는 ‘김변호사와의 전환사채 발행 계약을 파기하고 위약금 5000만원만 주면 될 텐데 왜 굳이 백지 전환사채를 주겠다고 약속했느냐’고 지적하더군요. 제가 회사의 손실을 피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했어요. 저도 위약금만 주면 된다는 조항은 알고 있었지만 약속을 깰 수 없었습니다. 기업이 신뢰를 잃는다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자고 한 것이 백지 전환사채였습니다. 결국 김변호사에게 40억원을 물어주고 전환사채 발행은 없었던 일로 했죠. 40억원 중 제가 28억원을 댔고, 회사가 12억원을 지급했습니다.

-횡령 건은 유죄가 인정됐는데요.

“그건 제가 잘못한 겁니다. 주총(2000년 3월) 때 제가 의뢰한 변호사 비용 5억원을 회사가 부담했어요. 제가 내야 하는 비용인데, 솔직히 그땐 그래야 된다는 걸 몰랐습니다. 또한 골드뱅크가 계열사인 골드투어에 5억원을 지원할 때, 당시 류정숙 골드뱅크 부사장(김 전 사장의 부인) 명의로 돈을 빌려 투자했습니다. 결국 제 아내가 5억원을 빌린 셈이 됐죠. 이와 관련해서는 제가 앞으로 2년간 12억원(변호사 비용 및 빌린 돈 원금 10억원과 이자 2억원)을 코리아텐더에 갚기로 합의했습니다.”

“빚을 갚고 싶다”



-그간 마음 고생이 심했겠군요.

“세상이 제게 많은 기회를 주고 투자까지 했지만, 그만한 성과를 돌려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골드뱅크 김진호에게 거는 기대는 엄청났죠. 어느 재벌도 그런 기대를 안고 성장한 경우는 없을 겁니다. 거기에 부응하는 성과를 못 냈으니 부채감이 크죠. 그 빚은 어떻게 해서든지 갚고 싶습니다. 저에 대한 세상의 선입견이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당연한 결과예요. 이런 대접을 받아도 당연해요.

다만 좀 서운한 것은, 앞으로 제가 60년 동안 CEO를 할 것인데, 그래서 두고두고 이 빚을 갚고 싶은데, 그리고 결코 그것을 피하고 싶지 않은데도 세상이 나를 다른 각도로는 봐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금은 골드뱅크에서 ‘코리아텐더’로 회사 이름이 바뀌었지만, 1997년 김사장이 세운 골드뱅크는 그를 일약 벤처업계의 ‘스타’로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그를 ‘실패자’로 추락시킨 것도 골드뱅크였다. 그는 하루아침에 골드뱅크를 시가총액 2000억원대의 기업으로 키웠지만, 또한 하루아침에 골드뱅크를 떠나야 했다. 닷컴 붐이 절정에 이른 2000년 초, 그가 스스로 일군 회사를 나오자 그 배경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당시 언론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이렇다. 골드뱅크 주주총회를 한 달쯤 앞둔 어느 날 김사장은 한 일간지에서 ‘골드뱅크 경영권 인수 시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 골드뱅크의 대주주인 릴츠펀드가 골드뱅크 경영권 인수를 시도한다는 것이었다. 적대적 M&A는 소문 없이 진행되고 있었고, 김사장은 그 사실을 몰랐다. 이후 그는 “릴츠펀드의 배경엔 재벌가의 손녀가 있다”고 주장하며 골드뱅크 M&A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려 했다. “내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다면 전문 경영인을 세우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급해진 김사장은 릴츠펀드의 대주주이자 당시 중앙종금 사장이던 김석기씨를 찾아갔다. 김석기 사장만 그의 편을 들어주면 표 대결에서 이길 수 있었으나, 김사장은 그의 부탁을 거절했다. 결국 표 대결로 가야 했다. 당시 주총장엔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와 닷컴 기업 최초의 M&A 현장을 취재하려고 북새통을 이뤘다.

-왜 갑작스럽게 골드뱅크를 떠나야 했습니까.

“코리아텐더 유신종 사장과 제가 주총장에서 표 대결에 들어가기 전에 경영권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저는 유사장에게 공동경영을 하자고까지 얘기했는데, 유사장은 제가 나가야 한다고 했어요. 유사장을 끈질기게 설득했습니다. 그가 묵던 호텔로 뻔질나게 찾아갔죠. 주총 전날과 당일 아침에도 만났어요. 그러나 유사장은 완강했습니다. 제 변호사는 ‘표 대결로 가라’고 조언했지만 저는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커뮤니티’가 생명인 회사가 표 대결까지 가서 둘로 나뉘면 끝장날 거라고 생각했죠.

서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자 소액주주 대표가 합의를 보라고 의견을 냈습니다. 그래서 유사장과 저는 주총장 구석의 작은 방으로 옮겨 얘기를 나눴지만 서로의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입니다. 결단이 필요했어요. 성서에 나오는 솔로몬의 판결이 생각나더군요. 서로 자기 아이라고 우기는 두 여인에게 칼로 아이를 둘로 갈라 하나씩 나눠가지라고 한 판결말입니다. 저는 아이를 포기한 여인의 선택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골드뱅크를 둘로 나눠 표 대결에 부치기보다 우리가 골드뱅크를 포기하는 쪽을 택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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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헌 자유기고가 parkers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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