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룰을 모르면 단기 투자건 장기 투자건 개미들에게는 손실을 가져다줄 뿐이다
단기는 투기, 장기는 투자?
주식투자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은 이 역시 일종의 투기라 할 것이다. 그런 관념은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자본조달 시장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다. 물론 주가가 경제 환경이나 기업 사정 변화에 따라 변동한다는 점을 놓고 보면 투기적 요소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정도 위험은 어떤 투자에도 내재된 것이며,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합리적 한도 내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식투자가 투기가 되는 때는 상장이 폐지될 수도 있는 부실주를 매수하는 것처럼 합리적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대박을 노리는 경우다.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하는 것을 장기투자라 한다. 주식투자에 관해서는 주식을 장기 보유하면 투자고 단기 보유하면 투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주식 보유 기간이 길수록 주가 변동성으로 인한 위험이 커진다. 우리나라와 같이 주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주식을 장기 보유할수록 불확실한 미래를 믿고 고수익을 노리는 것이라 분석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단기투자보다 장기투자가 상대적으로 투기성이 적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어쨌거나, 우리나라는 장기투자 비중이 높지 않다. 장기투자를 목표로 하는 연기금의 주식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여기서 잠시 투자주체별 거래대금 규모를 따져보자. 개인·기관·외국인의 거래대금을 비교할 때, 개인 투자규모는 기관·외국인을 합한 것의 2배 이상이다. 그리고 이들은 단기투자를 선호한다. 투자자가 인터넷을 이용해 직접 주식을 매매하는 HTS(Home Trading System)의 확산과 함께 지수와 개별 주가의 등락에 관한 일목요연한 정보가 수 초 간격으로 전달되면서 개인 주식 투자는 점점 더 단기화하고 있다. 한편 외국인은 선물의 변동성을 이용한 ‘단타’에 열중하며, 기관은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의 초단기적 시세 차이를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에 치중한다.
우리나라에서 단기투자가 성행하는 근본 원인은 투자자보다 시장 자체에 있다. 그 동안 장기투자가 성공적인 투자전략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것이 단기 보유보다 더 큰 수익을 가져온다는 것이 확률상 증명되면 장기투자가 정착될텐데 그렇지 않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10년 동안 보유하여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낸 종목이 별로 없다.
증권사들이 근본적으로 단기 투자를 지향하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수익률이 아닌 거래대금에 비례한 수수료가 수입의 핵심인 현실에서, 증권사나 그 직원은 위탁받은 약정고를 가능한 자주 회전시켜 수수료 수입을 올려야 생존할 수 있다는 강박 관념을 피하기 어렵다. 증권사들은 수시로 단기 수익률 대회를 열어 단기 투자를 부추긴다. 그 소속 연구원이나 전문가들 또한 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저점 매수를 권하며, 수시로 추천 종목이나 낙관적 증시 전망을 양산해 일반 투자자들을 매수로 유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