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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와 가깝다니까 안기부장은 면담 신청, 재벌은 돈다발 들고와”

탤런트 김수미가 살짝 엿본 정치인·기업인 그리고 뇌물

  • 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DJ와 가깝다니까 안기부장은 면담 신청, 재벌은 돈다발 들고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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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돌아온 그는 내심 속이 상했다. 이회창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신은 감옥에 갈 각오로, 또 남편 사업이 무사하지 않을 것까지 각오했기에 자신의 충정을 몰라주는 데 대해 섭섭함도 적잖았던 것. 섭섭했던 건 또 있다.

“손숙 선배가 환경부장관에 임명되고 난 후 한때 배신감에 못 이겨서 펄펄 뛰었어요. 손숙 선배는 선거운동에도 참여하지 않았어요. 대통령과 손숙씨는 팬과 배우 사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장관에 임명되고 나니까 알 수 없는 배신감이 밀려듭디다.”

-그렇다면 정치 쪽에 뜻을 두고 지원유세를 했다는 겁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장관이나 국회의원을 줘도 저는 안 해요. 정치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자리를 바랐던 게 아니라 그래도 목숨 걸고 뛰어 준 저에게 따뜻한 말이라도 한번 건네줬으면 하는 바람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러기는커녕 (김대중 대통령과 참모들이)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안 하더라고요. 그게 섭섭했던 거죠. 목숨 걸고 뛴 저와 비교하면 손숙씨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손숙씨가 장관 된 후에 제가 분해서 어쩔 줄 몰라 하니까 남편이 ‘너 까불지 마. 다른 건 다 관두고라도 말이야. 너 한자를 몇 자나 아냐. 손숙씨는 고려대 나왔어’라고 말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래 내가 대통령이라도 손숙씨 지명하지 나는 안 할 것 같애’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장관이나 국회의원 감은 아니잖아요.”(웃음)

당시 동료 연예인들은 그가 국회의원이나 문화부장관 자리 정도는 꿰차지 않겠냐고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후배 탤런트가 찾아와 ‘단역도 없어 목이 마르니 주인공 좀 시켜달라’는 부탁까지 했을 정도니.



김씨가 ‘막후 실세’로 떠오르게 된 것은 대통령 선거 다음날이다. 그는 “한 TV 방송에서 1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 특집 프로그램 ‘대통령을 말한다’에 출연하면서부터”라고 설명했다.

-당시 상황을 좀더 자세히 말해주세요.

“그 프로그램에 김대통령의 초등학교 동창생, 그리고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나이가 많았던 현역 국회의원이 출연했어요. 거기에 제가 함께 출연했으니 사람들이 제가 김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 사이로 알겠어요. 측근 중에 측근이기 때문에 출연하지 않았겠냐고 오해했던 거죠. 그 날부터 제 주변에는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특별히 김대통령과 친하다는 말을 하고 다닌 적도 없는데 하루아침에 이상하게 바뀌어 가더라고요.”

-어떻게 바뀌었다는 겁니까.

“몇 년 동안 소식이 없었던 기업체 회장이 과일바구니를 보내질 않나. 평소 친분 있는 안기부 직원이 자기 부장을 소개시켜주겠다며 술자리를 주선하지 않나. 심지어 어떤 이는 옆 사람에게 저를 소개할 때 ‘어른과는 오누이처럼 지내는 분’이라고 합디다(그는 최근 펴낸 고백 에세이집 ‘그해 봄 나는 중이 되고 싶었다’에서 ‘김대중 대통령 오라버니’에 대해 언급했다).”

-그래서 안기부장을 만났습니까.

“예. 만났죠. 김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쯤 됐을 때였죠. 평소 함께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는 친분있는 안기부(이때는 국정원으로 바뀜) 직원이 부장을 소개해주겠다면서 다리를 놨어요. 그 직원, 부장, 저 이렇게 셋이서 만났어요. 저녁 때 만나서 밥도 먹었고 자리를 옮겨 룸이 있는 술집에서 오랫동안 같이 마셨죠” 하고 당시를 회상했다.

“나 만나고 다음날 배 가르더라”

-주로 무슨 얘기를 나눴습니까.

“그 분(안기부장)이 자기는 ‘일용 엄니 팬’이라고 그럽디다. 정치 얘기는 하지 않았고 주로 드라마 얘기를 주고받으며 술을 꽤 많이 마셨죠. 그런데 저 만난 다음날 (안기부장이) 배 갈랐습디다(그가 만났다고 말하는 안기부장은 바로 권영해씨로 그는 1998년 3월 이른바 북풍(北風)을 배후에서 조종한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받는 도중 할복을 기도했다). 안기부 직원 말로는 부장이 김대통령과도 친하다고 합디다.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무서웠어요. 일개 배우가 안기부장과 술을 마셨다는 게 굉장히 찝찝했어요(그는 ‘찝찝했다’는 표현을 그대로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는 말입니까

“제가 김대통령과 가깝다고 소문이 나서 그런지 그동안 전혀 연락이 없던 사람들이 찾아옵디다.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니까 마음이 불안해졌어요. 굉장히 겁이 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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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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