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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각 구름과 벗해 온 천년 無慾의 가르침을 찾아…

탑 지킴이 윤광수의 국토 순례기

  • 글: 윤광수 탑 연구가 www.stupa.co.kr

한 조각 구름과 벗해 온 천년 無慾의 가르침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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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으레 절이 있으면 탑이 있는 당탑가람(堂塔伽藍)의 등식이 성립되어 한반도 전역에 걸쳐 고루 탑이 조성되는 황금기를 맞는다. 우리나라의 탑은 불교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부처님이 돌아가시자 제자들은 회의를 열었다.

“부처님 살아 생전에도 가르침을 제대로 수행 못했는데, 이제 돌아가셨으니 어떻게 범부를 교화하고 우리 십대 제자들은 무엇에 의지하여 정진할 것인가?”

이때 화장한 부처님의 시신에서 영롱하고 신비로운 광채를 발하는 물질을 발견하니 바로 사리(舍利)였다. 이를 본 제자들은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부처님의 몸에서 나온 저 덩이를 고이고이 간직하여 수행의 징표로 삼자”고 다짐했다.

제자들은 당시 고대 인도국의 전통적인 민간신앙에서 출발한 조형물에 부처님의 사리를 안치했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탑이라 할 수 있는 산치(Sanchi) 탑이며 후대 학자들은 이를 두고 탑의 기원이라 말한다. 결국 탑은 부처님의 유골을 안치하기 위한 구조물에서 시작됐다. 훗날 불교신자들이 탑을 보면 경건히 합장하고 예를 갖추는 것도 탑을 부처님의 화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동방 3국의 탑



이러한 연유로 불교의 전래와 함께 고구려의 영란사 탑이 조성되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언급돼 있는데, 이 시점을 우리나라 탑의 시작으로 보는 이가 많다. 중국을 거쳐 들어온 불교의 여러 문물 중에 우리의 환경에 맞게 고쳐지고 보완된 것이 바로 석탑이다.

애당초 이 땅에 처음 세워진 탑은 기존의 목조건물 양식을 빌려서 만든 목탑이었다. 그러나 이 목탑은 화재 등의 이유로 장기보존에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목탑은 법주사의 팔상전과 최근에 복원된 화순의 쌍봉사 대웅전이 대표적이다. 이렇듯 최초 형식의 목탑은 후대로 전해진 것이 얼마 없기에 일반적으로 탑이라 하면 지천에 널린 화강암을 다듬어서 만든 석탑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화산지대의 섬나라여서 화강암 같은 단단한 석재가 귀하기 때문에 목재를 사용한 탑을 조성했다. 지금도 일본의 오사카 성이나 기타 영주의 성지에는 탑의 형식을 본뜬 목조건물이 즐비한데, 대개 영주권력과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중국은 애초 불교가 전래되기 전에 민간신앙으로 신선사상이 오랫동안 영향을 끼쳐 인도로부터 배워온 불사리 장치를 기존의 누각과 접목하여 진흙벽돌로 조성했다. 이를 전탑(塼塔)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애초 부처님의 유골을 안치하기 위해 출발한 탑이 자연환경과 사상에 따라 나라마다 특수한 방식으로 조성되었으니 가히 우리는 ‘석탑의 나라’라고 할 수 있으며 일본은 ‘목탑’, 중국은 ‘전탑’이라고 일컬을 수 있겠다.

전국 방방곡곡의 마을 이름 중에는 탑과 관련된 것이 많다. 탑골, 탑리, 탑하, 탑상, 세탑, 내탑, 외탑…. 탑은 우리 민족의 가슴 깊이 각인되어 슬프나 기쁘나 마음의 동무이자 안식처로 한세월을 함께 살아온 것이다.

조상들은 탑의 위치를 정함에도 도참설 미륵설 길상설 등의 풍수지리사상을 활용했다. 그 마을의 가장 중심지나 지형상 돋보이는 곳에 탑을 만들어 일체의식을 고양시킨 것이다. 주민들이 융합하고 한평생의 고단한 심사를 달래고 현세의 화평과 죽어서의 극락왕생을 비는 상징의 도구로 삼았던 것이다.

출발은 불교의 조형물이었지만 전제국가의 핍박과 신분의 한계 속에서 조상들은 탑을 울분을 토로하고 위안삼는 평안의 친구로 여겨온 것이다. 특히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구복심은 한결같아 부모의 사후에 장지로서 탑 주변은 홍역을 치르기 일쑤였다. 평민들은 몰래 탑 옆에 구덩이를 파서 매장하고 고관대작들은 당당하게 땅을 사들여 조상을 매장했다. 그래서 지금도 한적한 외곽의 탑 주변에는 많은 무덤이 산재해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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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광수 탑 연구가 www.stup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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