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호

골프, 포커 그리고 그들만의 진한 술파티

연예인들의 은밀한 스트레스 해소법

  • 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입력2003-03-25 14:0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적당히 취기가 오르니까 남자인 제가 낯이 달아오를 정도로 마구 놀더라구요. 아무리 친한 사이고 같은 연예인이라 소문 날 염려가 없다고는 해도 좀 심하다 싶었어요. 한마디로 제 몸 구석구석을….”
    골프, 포커 그리고  그들만의 진한 술파티
    “저∼어, 비뇨기과죠.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진료받을 수 있습니까?”

    잘생기고, 돈 잘 버는 이른바 톱탤런트인 40대의 K씨는 수없이 망설이다 결국 비뇨기과 문을 두드렸다. 두 아이의 아버지로 단란한 가정의 가장인 그가 서울 강남의 P비뇨기과를 찾은 것은 2001년 초여름.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매니저와 함께 병원에 도착한 그는 진료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과 병원 직원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황급히 진찰실로 들어갔다.

    7∼8년 전부터 시작된 K씨의 병세는 2년 전부터는 아예 발기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K씨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남성으로서의 자존심은 둘째치고 인기에 치명타라고 생각해 그동안 병원을 찾지 못했다.

    병원 갈 때도 눈에 띌까 안절부절

    병원을 찾기 전에 비아그라도 먹어보았지만 부작용 때문에 머리만 아플 뿐 별 효과를 볼 수 없었다. 그의 아내도 남편이 유명 연예인이다 보니 섹스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어느 누구와도 드러내놓고 상의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았다고 한다. K씨는 결국 발기부전 때문에 부부 생활이 파탄 직전에 이르자 위기감에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시기를 놓친 탓에 치료는 더뎠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정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지정병원이기도 해 연예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 병원 원장 장송선(48) 박사는 “K씨가 겉으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같은 남자로서 동정심마저 들 정도였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발기부전의 원인이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장원장은 “연기자들은 주연·조연 할 것 없이 생활이 불규칙하고 남다른 스트레스 탓에 성기능 장애가 여느 직장인들보다 많이 생기는 편에 속합니다. 밤 새워 촬영하고 술 담배도 많이 하고…. 요즘에도 치료를 받고 있는 연예인이 적지 않아요. 그 중에는 미혼의 젊은 연예인도 몇 명 있어요. 정말 안타까운 것은 연예인들이 일반인에 비해 병이 상당히 악화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다는 겁니다. 성기능이 20∼30%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태가 대부분”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원장은 “연예인들은 남들의 눈을 의식해야만 하는 직업 특성상 제때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여자 연예인들이 산부인과를 꺼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자 연예인들은 비뇨기과를 찾는 것을 몹시 두려워한다”고 털어놓는다.

    대형 스크린 또는 안방의 브라운관 속을 화려하게 누비는 연예인. 그들은 불안정한 직업의 ‘대표선수’다. 겉보기에는 멋있는 직업이지만 언제 인기가 떨어져 방송이나 업소 등에서 퇴출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스타’들은 광고 출연료 등으로 목돈을 챙기기도 하지만 ‘보통’ 연예인들은 언감생심이다. 목돈은커녕 매달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한 연예인이 태반인 게 현실이다.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불안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임영식(52) 사무국장은 “현재 회원으로 등록한 연기자가 1400여 명에 이르고 있지만 이 가운데 300∼400명만이 실제 활동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불러주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잠정 휴업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들 연기자를 포함해 각각의 협회에 등록된 가수, 개그맨 등 연예인은 총 4000여 명에 이르지만 협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활동중인 연예인은 1000명을 밑돈다.

    일반 작장인들은 언제 책상을 비워야 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연예인들은 그와는 다른 형태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직업은 있지만 ‘정해진 일자리’가 없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 매일매일 그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른다는 것.

    연예인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 중에서도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불안정한 미래’다. 때문에 대부분의 연예인은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에도 인기가 떨어져 설자리가 없어질 때를 대비해 항상 부업을 염두에 둔다. 연예인의 부업 중 최고의 아이템은 지금까지는 먹는 장사. 하지만 대중들에게 알려진 얼굴을 무기로 창업하여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다.

    조정경기장이 있는 경기도 하남의 미사리에서 라이브 카페 ‘김학래·임미숙의 루브르’를 운영하고 있는 개그맨 김학래. 그는 카페 문을 연 4년 전부터 매일 새벽 별을 보면서 귀가한다. ‘이름 값’을 믿고 느슨하게 가게를 운영한 선후배 연예인이 줄줄이 문닫는 걸 옆에서 지켜본 그는 주방에서 쓸 음식재료를 사기 위해 매일 자신이 직접 새벽시장을 돌아다니고 화장실 청소, 음식 맛, 종업원들의 서비스까지 하나하나 챙긴다.

    그는 “직장인처럼 매달 정해진 날짜에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또 퇴직금이 적립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늘 미래가 불안해 집안의 가장으로서 안정된 수입원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부업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방송 출연료를 모아서 부자가 된 연예인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씀씀이가 큰 것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고정 수입이 없어 생활인으로 살아가기에는 부적합한 직업”이라고 말한다.

    톱스타의 억대 광고(영화) 출연료 뉴스는 직장인들의 기를 꺾기에 충분하다. 평범한 직장인이 평생을 저축한다해도 모을까말까한 거액을 단번에 거머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같은 거액의 몸값을 받는 연예인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기도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한 연예계는 총소리 없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저마다 피눈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

    여성 연예인들의 경우 외모는 스타로 자리 매김하기 위한 중요한 자격(?) 요건 중 하나다. 때문에 예뻐도 조금 더 예뻐지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성형수술을 받은 여성 연예인이 적지 않다. 스크린과 TV 브라운관을 오가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20대의 K양은 잠잘 때도 반쯤 눈을 뜨고 잔다. 세 번에 걸친 쌍꺼풀 수술의 후유증으로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기 때문이다. 돈과 명예는 거머쥐었지만 그녀는 평생 밤마다 뜬눈(?)으로 지새워야하는 멍에를 지고 산다.

    연애결혼 힘들어

    지난 3월7일 오후 1시. KBS 2TV ‘개그콘서트’ 연습장을 찾았다. 드라마 부문을 빼고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는 긴 무명시절을 단숨에 청산하고 ‘확’ 뜬 개그맨이 여럿 출연한다. 대표적인 예가 ‘노통장’ 김상태. 1999년 KBS 개그맨 공채14기 출신인 그는 4년 동안 개그맨이라는 간판을 걸고 살아왔지만 가족과 친구들 외에는 연예인임을 인정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에 따르면 연예인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또 다른 주범은 기약 없는 ‘무명시절’이 가져다주는 절망감이다.

    “무명시절엔 쓸쓸하고 힘들 때가 참 많았어요. 연예계의 생리를 익히 알았던 터라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개그맨이 되었지만 이름 없는 연예인으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사는 게 초조해지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엄청났어요. 끼가 넘치고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서 모두 다 스타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연예계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곳임을 실감했죠. 나도 ‘노통장’으로 이렇게까지 뜨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연예인은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에서 맛보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더 크다는 사실은 말 안 해도 잘 아시겠죠.”

    김상태보다 한 발 앞서 스타가 된 ‘갈갈이’ 박준형. 그는 “연예계에 들어온 것 자체가 스트레스의 연속”이라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개그맨들은 영화배우나 탤런트와는 달리 주어진 대본을 외워서 연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맡고 있는 ‘코너’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몫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스타가 돼서 좋은 점은 역시 수입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반면에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아 무지 불편해요. 결혼을 하더라도 연애결혼은 못할 것 같아요. 여자와 만나는 장면이 목격되기만 해도 스캔들로 이어지니까요. 나뿐만 아니라 남자 연예인들 중엔 여자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다들 중매결혼이나 해야겠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니까요.”(웃음)

    연예인을 만났을 때 가장 민망할 때는 다름아닌 명함을 건네는 순간이다. 직장인들의 경우 사람을 만났을 때 명함을 주고받는 것은 예의에 속하지만 대다수 연예인들은 상대방이 건네는 명함을 받을 뿐이다. 연예인이 명함을 건네는 경우는 부업을 하거나 정당이나 각종 단체, 또는 기관에서 직책을 맡은 경우를 빼면 거의 없다. 명함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상대방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간판’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존심’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나갔다가 사회에서 다들 한자리씩 꿰차고 있는 친구들이 건네는 명함을 받으면 마음이 우울해질 때가 많습니다. 나라고 친구들이나 사람들을 만났을 때 폼 나게 명함을 건네고 싶은 욕망이 왜 없겠어요. ‘연예인은 얼굴이 명함’이라고 자위해보지만 명함이 없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참 씁쓸하기도 합니다. 가수 최백호씨는 자신의 이름 석자와 휴대전화 번호만이 담긴 명함을 가지고 다녀요. 그 모습이 부러워서 나도 명함을 만들어볼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멋쩍어서 포기하고 말았어요.”

    이름 밝히기를 꺼리는 한 남자 탤런트(30대)의 말이다. 그는 “술자리에서 동료 연예인들끼리 만나면 ‘명함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라면서 자조 섞인 푸념을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사방이 유리로 된 공간에 살고 있는 것처럼 사생활이 훤히 드러나는 톱스타는 늘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연예인들은 한결같이 “인터넷의 발달로 온 국민이 ‘현장 기자’나 다름없어 모든 행동에 제약이 따른다”면서 연예인이기에 겪어야 하는 고충을 토로한다.

    연예인이 행동의 제약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대중들의 시선에 ‘묶인’ 행동의 제약보다 더 그들을 괴롭히고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바로 밑도끝도없이 떠도는 루머다. 연예인들은 “루머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서는 몸가짐을 조심하고 사는 것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골프, 포커 그리고  그들만의 진한 술파티

    연예인들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다양하다.영화배우 김보성은 기체조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지난해 10월 중순 새벽 2시 서울 강남성모병원 응급실.

    “쉿! 내가 응급실에 실려온 사실을…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마세요. 제∼발∼요.”

    간호사는 환자가 가슴을 움켜쥐며 “숨이 멎을 것 같다”고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알았다”고만 대답하고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썼다. 의사가 다가오자 환자는 간호사에게 건넸던 말을 되풀이했다. 위급한 환자를 두고 애써 웃음을 참기는 의사도 마찬가지였다.

    이름 석자 앞에 ‘터프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영화배우 김보성은 스스로 ‘돌연사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낄 만큼 위독한 상황에 처했다. 놀란 아내가 119 구조대에 신고하겠다는 것을 제지한 그는 자신의 매니저를 불러서 ‘조용히’ 병원으로 향했다. 그동안 연예계 활동을 통해 쌓아온 이미지와는 다르게 병원에 실려가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래서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의료진의 ‘입’을 묶었다.

    “연예인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었다면 당연히 119에 신고를 했겠죠. 죽음이 코앞에 닥쳤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이미지 관리를 하게 됩디다.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지만 죽지 않고 살아서 다시 활동할 것을 염두에 둔 거죠. 이렇게 사는 게 연예인이에요. 죽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죠. 의사와 간호사는 그런 저를 보고 황당하기도 했겠지만 속마음을 눈치챘을 겁니다. 터프가이로 소문난 제가 맥없이 실려온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기 어려웠을 거고요. 저만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죠.”

    김보성은 전전날 밤에 시작한 동료 연예인들과의 술자리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다시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피할 수 없는 낮술 자리에 참석해 술을 마신 후 집에 돌아와 그같은 사고(?)가 발생했던 것.

    “죽을 것만 같아서 매니저를 기다리는 동안 유언을 남겼어요.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채로 유언을 했는데 아내는 그 장면을 캠코더에 담으며 연신 눈물을 흘렸죠. 터프가이가 아니라 터프가이 할아버지라 해도 술과 담배에는 장사가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연예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까.

    영화배우 이영애는 한때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여행을 다니면서 묵은 스트레스를 털어냈지만 요즘은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책을 읽거나 조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대신한다. 오랫동안 이영애의 매니저 일을 담당하고 있는 이주열씨는 “이영애는 다른 연예인에 비해서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고 대중들의 관심을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앞의 김상태와 박준형, 그리고 ‘옥동자’ 김종철을 비롯해 신세대 연예인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컴퓨터 게임을 즐긴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가수 이지훈, 채리나, 인기 듀엣 UN 등은 스타크래프트 고수로 통할 정도다. 드라마 ‘상도’로 스타덤에 오른 탤런트 김유미(23)는 준 프로급 실력을 자랑한다. ‘인어아가씨’에서 마마린으로 출연하는 탤런트 이재은과 드라마 ‘왕초’에서 ‘맨발’역으로 인기를 끈 윤태영도 게임에 푹 빠져서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산다.

    김보성은 두 달 전부터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스린다. 매주 토요일 2시간씩 명상과 기체조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그는 “스트레스의 주범은 마음속에 자리잡은 욕심”이라면서 “이를 없애고 평온한 마음을 회복하는 데는 명상만큼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고 명상 예찬론을 펼쳤다.

    골프를 통해 연예계 이외의 사람들과 인맥도 넓히고 스트레스도 해소한다는 탤런트 박근형은 동료 선후배 연기자들을 만나면 “스트레스가 많은 연기자 생활을 하려면 골프를 배워두는 게 좋다”고 권한다. 박근형의 조언으로 골프에 입문한 연예인으로는 드라마 ‘내 사랑누굴까’의 김정현이 대표적이다. 김정현은 이 드라마에서 함께 출연하고 있는 이태란에게 골프를 권유해 입문시켰다. DJ 배철수, 탤런트 이순재, 유동근·전인화 부부, 윤다훈, 이경진, 이종원, 길용우, 이상인, 가수 최백호, 권인하, 개그맨 이상운 등은 알아주는 골프 애호가들이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질문에 “술 담배 여행 독서 운동(골프 축구 수영 헬스) 등을 통해서 해소한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지만 바깥에 드러나지 않은 그들만의 스트레스 해소법도 적지 않다.
    골프, 포커 그리고  그들만의 진한 술파티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강남의 유명 카페

    서울 강남의 한 고급 룸살롱. 매달 말일쯤에는 ‘특별한’ 여자 손님 10여 명이 몰려와 밀실을 찾는다. 이들은 얼굴만 봐도 한눈에 누군지 알 만큼 유명한 중년의 여자 연기자들이다.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연기자들과 왕년에 ‘톱스타’였던 연기자들이 뒤섞여 있다. 일종의 친목계인 이 모임의 특징은 이튿날 아침이 돼서야 막을 내린다는 점. 늦은 밤에 시작돼 처음에는 동네 아줌마들이 주고받는 수다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결국엔 밤새워 술을 마시고 놀기 때문이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누나(그는 선배 여자 연예인을 누나라고 불렀다)가 저녁 때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놀러오라고 하더라고요. 그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과도 모두 친분이 있는 터라 별 생각 없이 참석했다가 혼쭐났어요.(웃음) 처음에는 다들 조용히 술을 마시는가 싶더니 적당히 취기가 오르니까 남자인 제가 낯이 달아오를 정도로 마구 놀더군요. 음담패설이야 어떤 술자리에서건 심심풀이 땅콩처럼 등장하는 메뉴긴 하지만…. 아무리 친한 사이고 같은 연예인이라 소문날 염려가 없다고는 해도 좀 심하다 싶을 정도였어요.

    한마디로 제 몸 구석구석을 가만히 놔두지 않습디다. 가슴을 만지는가 싶더니 아래쪽으로 손이 내려오기도 하고…. 처음에는 분위기를 맞추느라 농담을 받아주고 ‘누님’들 가슴을 살짝 만지기도 했죠. 그런데 너나할 것 없이 달려드는 통에 나중엔 괴롭더라고요. 10명의 누나들 손에 놀아난 하룻밤이었죠. 그날 있었던 일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누나들은 제게 가끔 숨겨놓은 ‘애인’도 데리고 와서 호스트바 못지않게 ‘찐한’ 밤을 보낸다고 스스럼없이 털어놓더라고요.”

    바와 가라오케에 당당히 출입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한 40대 남자 연예인의 충격적인 고백이다. “두번 다시 그 모임에 초대받고 싶지 않다”는 그는 “폐쇄된 공간에서 박제된 동물처럼 살아야 하는 연예인으로서 겪는 고충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겠다는 그들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술을 마셔도 ‘숨어서’ 마시는 구세대 연예인들과 달리 신세대 연예인들은 바나 가라오케를 당당하게 드나든다.

    지난 3월10일 밤 10시40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T바. 육중한 두 개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미국 뉴욕풍의 세련되면서도 약간 고풍적인 분위기와 맞닥뜨린다. 2층짜리인 이 바에는 가라오케와 댄스장도 있다. 룸이 있기 때문에 20∼40대의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이 찾고 있으며 강남구 논현동 안세병원 뒤쪽에 위치한 ‘M바’와 청담동 사거리의 테크노 가라오케 ‘H’와 함께 연예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업소들은 6∼30명이 이용할 수 있는 룸을 12∼17개씩 갖추고 있다. 이곳의 실내 장식은 검정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룸에는 최고급 PDP와 안락한 소파, 탁자가 갖춰져 있다. 이곳의 룸은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틈’이 없거나 있어도 손바닥만한 크기를 넘지 않는다. 3월10일 밤 10시부터 11시30분 사이에 둘러본 세 곳 모두 사회 전반에 걸친 불경기로 경제가 위축됐다는 언론 보도가 무색할 정도로 손님들이 가득 차 있었다.

    M바의 지배인 이아무개씨는 “거의 매일 연예인들이 우리 집을 찾아온다. 톱스타부터 무명 연예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친구들과 오는 사람도 있지만 주로 동료 연예인들끼리 찾아와 한바탕 신명나게 놀다 간다”면서 “술을 마시면 성격이 포악해지는 연예인이 있어 종종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놀다 간다”고 했다.

    “남성 연예인도 룸살롱을 찾으면 보통 남성들처럼 맘에 드는 여성을 골라서 옆에 앉히고 술을 마셔요. 그런데 아무래도 연예인이다 보니까 손장난도 심하지 않은 편이고 조심스럽게 놀죠. 안 그렇겠어요?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라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면서도 이것저것 신경이 쓰이는가봐요. 놀 때도 마음 편하게 놀지 못하니 스트레스 풀러 왔다가 되레 스트레스를 받고 나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테크노 가라오케 H의 매니저 임아무개씨의 얘기다. 술에 취해서 실수를 저지르지나 않을까, 그래서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졌을 경우 연예계 활동에 지장을 받을까 싶어 전전긍긍하며 술집 출입을 삼가는 연예인도 적지 않다.

    그런데 연예인들은 주로 포커와 고스톱 판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결혼한 남성 연예인은 일거리가 없어 ‘휴직’ 상태가 지속될 경우 아내와 자식에게 눈치가 보여 집안에 머물지 못하고 바깥으로 나돌게 되는데 이때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연예인끼리 모여서 ‘판’을 벌인다.

    30대 후반의 한 연예인은 “일 없이 집에서 지내고 있는 중에 학교 갔다 온 아들의 얼굴을 마주 대할 때면 나 자신이 무척 초라하게 느껴진다”면서 “아버지의 직업이 탤런트라면서 TV에는 가뭄에 콩 나듯이 얼굴을 비추니 아들이 ‘친구들에게 아빠가 탤런트라는 말도 꺼내지 못하겠다’고 속상해한다. 아들한테 그런 얘기를 들을 때의 비참한 심정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아픈 속내를 드러냈다.

    “집에서 가족들이 눈치를 주지 않는다 해도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게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거든요. 할 일은 없지 시간은 남아돌지.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동료들이 한둘이 아니잖아요. 한때는 잘나가는 연기자라 해도 현재 불러주는 프로그램이 없으면 너나 할 것 없이 실업자 신세가 돼서 시간이 남아돌거든요. 시간을 죽이는 데 고스톱만큼 좋은 게 없잖아요. 종종 판돈이 커져서 껄끄러운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나마 재미로 노름을 하는 사람은 다행이에요. 얼마 전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J씨 같은 사람도 적지 않아요.”

    카지노에서 2억원 날린 가수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 이곳에서 30대의 한 남성 가수는 2억여 원을 날렸다고 한다. 그는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그의 지인들은 그가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입을 모은다. 음반 발매를 통해 ‘성적’이 곧바로 공개되고 그것이 인기와 직결되는 현실이 주는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홀로 정선으로 떠났던 것. 카지노에 손을 댄 지 불과 한달여 만에 그 같은 거액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그러한 사실은 그가 동료들에게 손을 벌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한 동료의 끈질긴 설득 끝에 정선에서 서울로 되돌아왔다.

    “스트레스 해소하는 방법이라…. 그것은 결국 어떻게 노느냐는 질문과 같은 것 아닌가요? 연예인은 세 가지를 잘해요. 골프, 포커, 그리고 섹스죠.”

    자신이 한 말을 곱씹으며 박장대소한 40대 중반의 C씨는 “연예인이라고 해서 보통 남자들과 다를 게 뭐 있냐”고 반문했다.

    “보통 남성들도 그 세 가지는 다들 좋아하는 것 아닌가요. 어디에서 어떻게 여자를 만나는지는 따로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섹스를 즐기는 남성 연예인이 적지 않아요. 물론 그런 일들은 어느 정도 비밀 보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을 때만 하죠.”

    C씨는 더 이상 질문하지 말라는 듯 집게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댔다.

    KBS 예능국 이승면 PD(KBS 2TV ‘폭소클럽’ 연출)는 “연예인이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인기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연예인 중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부류는 욕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를 받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연예인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어느 정도 운명에 순응할 줄 아는 게 스트레스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연예인의 술문화와 놀이문화를 두고 뭐라 말할 게 못 됩니다. 그것은 연예인들만의 문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그들의 놀이문화가 일반인과 비교해볼 때 유별나고 난잡한 것도 아닙니다. 그보다는 대중문화의 흐름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요람에서 시작돼 무덤까지 이어진다. ‘보통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일조(一助)하는 연예인들. 그들은 한결같이 연예인이 된 이유를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의 숙명이라고나 할까.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