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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의 문화이야기

“역사는 운명도, 관념도 아니다”

최초의 사회과학자 몽테스키외

  • 글: 박홍규 영남대 교수·법학 hkpark@ynucc.yu.ac.kr

“역사는 운명도, 관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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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시대에는 지금 우리가 봉착하고 있는 이 모든 문제들이 다루어졌다. 베카리아는 사형폐지론자로 더 유명하다. 우리는 지금도 그 논쟁을 하고 있다. 볼테르는 이단의 처벌에 반대했다. 우리는 지금도 국가보안법을 두고 있다. 또한 볼테르는 고문 금지를 주장했다. 얼마 전에도 우리 검찰에서 고문으로 피의자가 죽었다. 그것도 검찰이, 인권 보장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찰이 아닌 바로 검찰에서.

‘참여정부’라는 노무현 정권의 가장 중요한 정치 이념은 교수의 참여가 아니라 국무총리의 참여인 것 같다. 즉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분권에 의한 국무총리의 적극적 역할을 인정하고, 앞으로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방향의 개헌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즉 대통령은 안보나 외교 등을 맡고, 소위 ‘내치’는 총리에게 일임한다는 복안이다. 이는 흔히 제왕적 대통령제라 불리는, 사실은 독재제를 방불케 하는 현행 제도를 개편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3권 분립이란 종래 제왕이 독점한 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누어 그 셋 사이의 견제와 균형으로 독재를 막는다는 것이고, 따라서 현재 대통령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력을 입법과 사법에 의해 견제토록 하는 것이어야지,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나눈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종래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력을 철저히 줄이고, 대통령과 행정부 사이에서 정치적 바람막이 기능을 하는 국무총리를 아예 없애 대통령이 직접 장관들과 국사를 도모해야 하며, 특히 또 하나의 정부처럼 존재하는 저 막강한 대통령 비서실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국무총리에게 막강한 권한을 준다는 것은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3권 분립이 아니라, 4권 분립, 아니 제왕 대통령을 여전히 으뜸에 두되 행정부는 국무총리에게 맡겨 형식적이나마 3권 분립을 유지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이번 정부는 그 비서실을 더욱 강화하고 있어서, 과연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우리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행정부 독주 하에 살고 있음은 사실 고리타분한 헌법의 분석으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당장 거리를 보라. 어디에나 경찰, 공무원, 군인이 있다. 골목에는 동사무소, 파출소, 군부대가 있다. 이런 거리 풍경은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현대 풍물이다.

우리 현대사에는 대통령 이름뿐이지 국회의장이나 대법원장의 이름이 없다. 지금도 국회의장, 대법원장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조선왕조와 무엇이 다른가? 국회의장은 패거리 난장판에서 나무망치를 급하게 두드리고 도망가는 노인 정도로 기억되고, 더욱이 대법원장은 그런 사람도 있나 하는 정도다.

의회 지도자가 한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를 결정하고, 사법 지도자를 통해 그 시대의 철학을 읽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에는 의회도, 사법도 “없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권은 구태의연하게, 아니 더욱 강한 대통령과 행정부를 지향한다는 느낌을 준다.

여기서 나는 다시 계몽시대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계몽주의인인 몽테스키외는 3권이 서로 독립해 기능한다는 ‘권력분립론’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몽테스키외가 그런 이론을 수립했다고 주장되는 ‘법의 정신’ 제11편에는 3권의 동등한 분립이라는 엄격한 내용을 갖는 권력 분립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런 엄격한 3권 분립이 역사에서 실현된 경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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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홍규 영남대 교수·법학 hkpark@ynucc.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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