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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의 심心중中일一언言

“제가 싫어하는 건 하얀 머리칼이 아니라 머릿 속 하얌이에요”

책 속에서 걸어나와 책 속으로 들어간 가수 요조

  • 글 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 사진 지호영 기자|f3young@donga.com

“제가 싫어하는 건 하얀 머리칼이 아니라 머릿 속 하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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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요정? 책의 요정!

“제가 싫어하는 건 하얀 머리칼이  아니라 머릿 속 하얌이에요”

‘홍대 여신’이라는 별명에 대해 “이젠 그런 수사는 내려놓을 때가 된 거 같아요, 제가 주름도 얼마나 많고 흰머리도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라고 답하며 웃는 요조.

요조의 인생에선 책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의 음악 인생 뒤에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이 숨어 있다면 그의 삶터 뒤엔 김영갑의 사진집이 숨어 있다. 또 ‘책방무사’를 통해 최근 주목받는 개성 만점 동네서점 붐의 시발탄을 쏘아 올렸다.

6월 14~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3회 서울국제도서전은 유례없는 관객몰이로 화제가 됐다. 지난해 방문객 10만3214명의 두 배 가까운 20만2297명이 찾아 역대 최다 방문객을 기록했다. 17일 토요일 하루만 5만 명이 넘게 모여 입장 제한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 흥행몰이에 홍보대사 3명의 일조도 빼놓을 수 없다. 정치인에서 작가로 전업한 뒤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시민, 한국 스릴러의 절대강자로 떠오른 소설가 정유정 그리고 요조였다. 도서전 곳곳에서 파란 머릿결의 요조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도서전을 찾은 방문객도 은근히 많았다.

“저한테 홍보대사 제안을 하시면서 기획안을 설명해주실 때부터 성공을 예감했어요. 서울국제도서전을 몇 년 전부터 빠지지 않고 참여해왔기에 방문객 입장에서 정말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실제로 동네서점의 존재감을 크게 부각하는 전시기획안도 차별화돼 좋았고, 시인들이 독자에게 맞는 시를 추천해주면 그 시를 필사해보게 해주거나 책의 좋은 문구를 선택해 출력하게 해주는 재미있고 기발한 아이템이 많았어요.”

그런 그녀의 독서량이 과연 얼마나 될까 궁금해져서 최근 읽은 책 중에서 추천하고픈 책이 뭐냐고 물어봤다. 앤 카슨의 소설 ‘남편의 아름다움’과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란 답이 돌아왔다.

캐나다의 시인이자 신화학자인 앤 카슨의 소설에 대해선 ‘스물아홉 번의 탱고로 쓴 허구의 에세이’라는 독특한 부제를 언급하며 “에세이를 허구로 쓴다는 게 가능할까, 그걸 또 어떻게 탱고로 쓴다는 거지”라는 호기심 때문에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아름다워서 사랑했던 남편이 계속 바람을 피우다가 결국 버려지게 되는 여인의 불편한 심정을 한편으론 시적으로 한편으론 유머 넘치게 써 내려간 독창적 스타일에 매료됐다는 것.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그런 걸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 불편한 것을 불편해하면서도 재밌어하거든요.”



‘82년생 김지영’은 신동아의 주독자인 40대 남성을 겨냥한 추천서였다. 81년생인 요조는 “동시대 여성의 절절한 경험담이라는 점에서 불에 타듯이 (책을) 읽었다”면서 “요즘 여성들이 어떤 생각, 어떤 느낌으로 사회생활을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고 했다.



야누스를 닮은 음악 세계

요조의 음악 세계는 두 갈래가 존재한다. 하나는 뮤즈 요조다. 데뷔 앨범 ‘내 이름은 요조’(2007)에서 시작해 다른 뮤지션에게 영감을 준 ‘Nostalgia’와 ‘빈 하늘을 바라보며’ 그리고 최근 화장품 CF송으로 각광받는 ‘반짝이게 해’를 부르는 요정 같은 가수다. 다른 하나는 2집 ‘나의 쓸모’(2013)와 이번 3집 ‘나아당궁’까지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펼치는 언더그라운드 요조다.

“1집의 전반적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그런 걸 회사에서 가공했죠. 사랑스럽고 귀엽고 밝은 에너지를 주는 걸로. 그런데 저도 활동을 하면서 처음엔 멋모르고 하다가 점점 나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고, 내가 내고 싶은 목소리가 이런 목소리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 얘기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회사가 바라는 방향과 맞지 않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된 거죠. 그 때문에 의견충돌이 있다가 회사를 옮겨서 2집을 내면서 분명한 제 색깔을 낼 수 있게 됐죠. 확실히 저라는 사람에겐 근접한 앨범이었지만 대중적으로는 확 멀어지는 결과를 낳더라고요. 음반 판매량이 확 달라졌으니까요. 하지만 제 목소리를 필요로 하는 분들과 옛날 스타일로 작업을 하면 또 반응이 뜨거워지고요. 그래서 그 둘을 적절히 병행해나가기로 했어요.”

이런 요조의 음악 세계는 1960년대 프렌치 팝의 요정으로 불린 프랑수아즈 아르디를 연상시킨다. 편안한 동경의 대상으로서 ‘이웃집 소녀’의 이미지를 부각한 아르디의 노래는 밝고 귀엽고 산뜻함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아르디 자신은 문학과 철학에 심취한 극도로 수줍음 많은 여성이었기에 대중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이미지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런 이율배반성은 레오나드 코언, 세르주 갱스부르와 같은 뮤지션은 물론 훗날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에게도 영감의 원천이 된다. 이에 고무된 아르디는 1970년대 들면서 자신만의 색깔 있는 음악을 펼쳐나가며 대중의 지지를 받게 된다.

“전 회사에 있을 때 프랑수아즈 아르디 커버앨범을 내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저도 아르디는 알아요. 제가 불문과(경기대) 출신이라 프랑스어 발음은 가능하니 아르디의 히트곡을 엮어서 앨범을 내자는 계획이었는데 무산됐어요. 하지만 아르디가 수줍음 많은 성격에 진지한 뮤지션이기도 했다는 건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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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 사진 지호영 기자|f3yo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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