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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탈북자 지원활동 벌이는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

“나는 左도 右도 아니다. 북한 인권 실태 알리려 양쪽 이용할 뿐”

  • 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탈북자 지원활동 벌이는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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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간의 베이징 6자회담이 끝났지만 폴러첸이 예고했던 탈북자들의 대사관 진입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폴러첸은 전에도 몽골에 탈북난민 수용소를 세우겠다거나 탈북난민 보트피플 수천명을 한꺼번에 해상탈출시키겠다는 계획들을 발표했지만 공수표를 냈다. 부단히 뉴스거리를 공급해 탈북자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욕심이 앞서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공수표가 반복되다 보면 뉴스원으로서 그의 가치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폴러첸은 남한에서의 활동이 북한에서처럼 24시간 감시받는 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당신들이 들어오면서 이 집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는 사람을 보았을 것이다. 그에게 물어보면 24시간 나의 모든 일정을 말해줄 것이다. 그는 매우 영리하며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 내가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거나 택시를 탈 때도 그의 동료들이 내 뒤에 있다. 그들은 내 이메일을 검색하고 나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감시한다. 이 나라에서 내가 비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평양에 있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 그들은 내가 DMZ에 갔을 때도 미행했고 보트피플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수행하고자 할 때도 감시했다.”

폴러첸을 인터뷰한 직후 그를 관리하는 당국자를 만나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당국자는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폴러첸을 인터뷰한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당국자는 감시가 아니라 보호라고 해명했다. 북한의 테러 위협이 있는 폴러첸을 보호하는 조치에 대해 독일대사관과 폴러첸에게 충분히 설명했다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 이한영씨가 1997년 북한 공작원에 의해 살해당한 것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는 해명이다. 전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 황장엽씨도 폴러첸과 같은 경찰보호를 받고 있다. 당국자의 설명을 듣고난 필자의 판단은 ‘50% 보호, 50% 감시’였다.

“폴러첸이 NGO(비정부기구)들과 협력해 정부가 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그의 행동이 번번이 사태를 악화시킨다. 목적이 정당한 일을 하더라도 방법이 적절해야 한다.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찾아가 북한 기자들을 도발한 행위에 대해서는 여론조사에서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지나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마치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인권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말하지만, 국가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폴러첸은 언론플레이의 천재다. 우리가 신변보호를 해주는 걸 뻔히 알면서 감시당한다고 주장한다.”(당국자)



외국언론 적극 활용

폴러첸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자.

“우리는 감시당하고 있기 때문에 작전을 바꿨다. 이번에 풍선 띄우기 작전도 비밀리에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체포됐을 것이다. 우리는 풍선 띄우기에 앞서 미국·일본의 언론과 연계했다. 20개의 풍선띄우기 작전은 실패했지만 세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데는 성공했다.

방콕 주재 한국대사관이 북한난민들을 받아들여 피난처를 제공해주고 있다. 잘하는 일이지만 그렇게만 해서는 북한난민에 관한 실상이 널리 알려지지 않는다. 우리는 미디어의 관심을 이용해 북한의 인권문제를 공론화하려고 한다. 중국은 100여 명에 가까운 탈북난민을 억류하고 있다. 우리의 주된 목표는 중국이 북한난민을 해외로 내보내게 하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경제개혁을 추진한다지만 너무 늦었다. 중국은 결국 그를 버릴 것이다. 중국은 동맹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참아 더 이상 인내하긴 힘들 것이다. 중국은 ‘그래 할 만큼 했는데, 이제 어쩌란 말인가’라는 식으로 북한에 말하고 싶어한다. 후진타오(胡錦濤) 집권 이후 북한에 대한 태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사진기자가 떠나기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은 북한에서 화상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허벅지 피부를 떼주고 ‘우정의 메달’을 받았다. 그 상처를 촬영하게 해줄 수 있는가.

폴러첸은 “좀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며 북한에서 피부이식수술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하려 했다. 필자가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그는 “어떤 증거를 확인하기 위해서인가”라고 물었다. 필자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폴러첸은 “바지를 벗어 보여줄 수 있지만…” 하며 김정안 기자를 의식해 주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필자는 “그녀는 기자다. 괜찮다”고 말했다.

“대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을 실망시킬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직접 면돗날로 살을 떼내고 스스로 치료했다. 흉터를 보여주겠다.”

그가 바지를 벗어내렸다. 오른쪽 허벅지에 피부를 떼낸 상처가 두 군데 있었다. 하나는 가로 1.5cm 세로 1cm 크기였고 다른 곳은 그보다 작았다. 그는 허벅지에서 피부를 떼낼 때 찍은 사진이 실린 ‘미친 곳에서 쓴 일기’ 일본어판을 보여주었다.

“나는 피부를 떼내 북한 환자한테 주고 나서 우정의 메달을 받았다. 피부를 깊이 파면 긁힌 상처와는 달리 나중에 이렇게 상처가 흉터로 남는다. 새살을 돋게 하려고 독일제 약을 발랐다. 나는 수영과 서핑을 좋아해 큰 흉터가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 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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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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