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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茶母’들의 맹렬 활약기

조폭 잡는 주부 형사, 시체 들쑤시는 처녀 형사

  • 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현대판 茶母’들의 맹렬 활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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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과 수사경력 12년차인 김시화(44) 경위(서울 노량진경찰서 수사1계장)도 경찰에 입문한 후 처음 10년 동안은 여러 부서를 돌며 주로 행정·교통업무를 맡아왔다. 수사업무를 맡게 된 것은 1990년 서울경찰청 외사과로 발령나면서부터. 김경위는 경찰 입문 후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는데, 전국 경찰 영어시험에서 2등을 차지했다. 외국어 실력을 겸비한 수사관이 필요한 외사과가 그를 눈여겨보았던 것. 당시 80여 명의 외사과 직원 중 여경은 6∼7명뿐이었고, 그나마 수사업무를 맡은 여경은 김경위가 유일했다.

외사과에 근무한 12년 동안 김경위는 외환거래, 밀수, 마약, 위조지폐, 외국인 범죄 등 국제성 범죄에 대한 공작업무를 맡아왔다. 지난해 가을에는 사찰을 세워놓고 외국인 근로자인 신도들의 돈을 가로채고 혼인을 빙자해 간음까지 한 스리랑카 승려들을 검거하면서 경위로 특진했다.

지난 2000년 마약 공급책 18명을 검거한 사건은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알약 형태의 신종 마약인 ‘야바’를 밀반입해 일반인에게 공급하던 일당이었다. 마약 유통과정에는 항상 여자가 중간 공급책으로 끼여있기 마련. 김경위는 4개월 동안 여성사우나, 미용실, 헬스클럽 등을 돌며 수사했다.

“위장을 하는 데는 여경이 유리해요. 저만 해도 아파트에서는 동네 아줌마나 보험 아줌마로, 호텔이나 여관에서는 종업원으로 가장합니다. 단 한 번도 경찰이라는 신분을 들켜본 적이 없어요.”

국제적인 범죄를 수사하다보니 국세청, 관세청, 세관, 대사관 등 다소 까탈스러운 기관들의 협조가 필요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이런 기관들에 수사협조를 요청하는 경찰이 워낙 많다 보니 경찰들 간에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김경위에겐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그동안의 검거 실적, 이번 사건의 핵심 내용, 해당 기관을 통해 알아내야 할 사항 등을 스크랩한 자료를 갖다드려요. 수사에 능숙하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며 설득하는 거죠. 수사 중간에 정보원들에게 진척 상황을 알려주면서 신뢰를 쌓습니다.”

그는 평소 생활 주변에서도 ‘범죄거리’를 찾는다고 한다.

“월마트에 장을 보러 갔더니 천주교 신부님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의료보험 상담을 해주고 있더군요. 장보는 걸 잠깐 멈추고 ‘이러저러한 일은 범죄에 해당되니 얘기를 들으면 연락해달라’며 명함을 드렸어요.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폭력, 강간, 금품갈취 같은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거든요. 그러다 다쳐서 병원비가 필요하면 그 신부님들을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그런 연락을 받아 외국인 폭력배들을 검거한 적도 있습니다.”

특진으로만 3계급 진급

서울 양천경찰서 마약반장으로 근무하는 박미옥(35) 경위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경찰에 입문한 박경위는 1989년 6월 항쟁 당시 서울 성북경찰서 보안과에서 ‘홍일점’으로 외근 업무를 맡았다. 당시 성북서는 관내에 고려대, 성신여대 등 학생운동이 격렬한 대학이 많아 남자 경찰들도 혀를 내두르던 곳이었다.

그는 1991년 서울경찰청에 설치된 여자형사기동대(이하 여기대) 창단 멤버로 4년간 근무했다. 여기대는 대(對)여성범죄 수사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주로 여형사들로 이뤄진 조직. 박경위는 2000년 서울 양천서가 처음 설치한 ‘여경 강력반’의 반장을 맡았고, 이듬해에는 여기대 반장을 맡기도 했다. 여경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형사·수사업무에서 일해온 ‘정통 여형사’인 셈. 그러나 박경위는 “여자와 형사 사이에서 종종 딜레마에 빠진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처음 여기대에 들어갈 땐 운전도 배우는 등 의욕이 넘쳤어요. 하지만 1년 남짓 강도, 절도, 강간, 윤락 같은 거친 사건과 도박꾼, 조직폭력배, 사채업자 들을 겪고 나니 비(非)수사업무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이런 ‘터프’한 수사를 하기 위해 제 언행과 성격을 어디까지 변화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형사 노릇 제대로 하려면 자신을 잊고 뛰어들어야 해요. 여성성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여형사’라는 말에서 ‘여’자는 떼어내야 합니다.”

박경위는 순경에서 경위까지 세 차례의 진급을 모두 특진으로 해냈다. 노태우 대통령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던 1992년, 실적우수자 1등으로 순경에서 경장으로 특진했고, 1996년에는 ‘데이트 남녀 납치사건’을 해결한 공로로 28세의 나이에 두 번째 특진을 했다.

후자는 청송교도소에서 함께 복역했던 범인들이 서울 강남에서 데이트하던 남녀를 납치해 강릉까지 끌고가서 인질극을 벌이다 도망친 사건인데, 쉽게 잡히지 않아 경찰이 애를 먹고 있었다. 그런데 박경위가 평소 ‘정보원’으로 관리해오던 한 전과자가 “도피 자금을 요구하는 자들이 있다”고 알려온 것. 청송교도소 동기들에게 도피자금을 마련하려던 이 일당은 결국 박경위에게 덜미를 잡혔다.

1999년에는 신창원의 동거녀 8명을 만나 신창원의 여자 꾀어내는 수법과 생활습성을 조사, 신창원을 검거하는 데 공로를 세운 점이 인정돼 경위로 특진했다. 당시 밝혀진 신창원의 수법은 ‘인기가 별로 없는 티켓다방 종업원에 접근한다→하루 매상치 티켓을 모두 사주며 환심을 산다→동거에 들어가 성관계를 가진 후 본인이 신창원임을 밝힌다→다른 여성에게 접근한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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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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