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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참여정부에서 감사원장으로 ‘부활’한 전윤철

“국정원·검찰도 대상…감사에 성역은 없다”

  • 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참여정부에서 감사원장으로 ‘부활’한 전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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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청문회 때 병역면제, 제과점 운영, 아들 재산형성과정 질문에 마음 아파
  • ●血稅 낭비 파악 위해 부처별 리스트 만들 것
  • ●부작위처분 감사·국민감사청구제 활성화할 것
  • ●민간기업 같은 경영형태 갖추는 데 공기업 감사 초점 맞출 것
  • ●공적자금 관련해 문제 있으면 나도 기꺼이 감사받겠다
  • ●DJ정부가 무엇을 실패했는지 기억나는 게 없다
참여정부에서 감사원장으로 ‘부활’한 전윤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건물에서 바라보면 청와대를 병풍처럼 둘러싼 북악산 전경이 사시사철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 중에서도 10월 단풍철 경치와 겨울철 설경이 일품이다. 늦가을 짧은 해가 기운 뒤라 북악산 풍경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감사원장 접견실에는 박문수의 마패를 비롯, 암행어사와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돼 있었다. 조선시대 왕의 특명으로 지방관의 잘잘못을 가리고 민정을 살피던 암행어사제에서 감사제도의 연원을 찾는 모양이다.

전윤철(田允喆·64) 신임 감사원장과 인터뷰 일정을 놓고 여러 차례 전화협상을 한 끝에 취임식날인 11월10일 오후 6시로 잡았다. 그는 일과를 마치고 피곤한 시간에 인터뷰를 하기보다는 정신이 맑은 이른 아침에 만나 이야기하자고 고집했으나 ‘신동아’의 마감일자가 임박해 인터뷰를 마냥 미룰 수 없었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취임식을 가졌다. 인터뷰 예정시각보다 20분 가량 일찍 도착했더니, 전원장은 집무실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있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시달리고 인준안이 통과된 뒤 쉬지 않고 업무보고를 받은 탓인지 눈자위가 피곤해 보였다.

“9개월 가량 쉴 때는 맥이 풀린 기분이었는데 바빠지니까 조금 힘드네요.”



감사원장 자리 바로 뒷면에는 ‘청권입국(淸權立國)’이란 글씨가 걸려 있었다. ‘권력을 맑게 하여 나라를 세운다’는 뜻이다.

인사청문회 필요하나 사생활은 보호돼야

전원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 기획예산처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내고 물러난 뒤 9개월 동안 외국여행과 대학강의로 소일했다. 윤성식 고려대 교수가 국회의 감사원장 인준투표를 통과하지 못하는 바람에 전원장은 ‘공직 마감 후 인생’에서 행정부 서열 3위의 관직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전원장은 국회의 인준투표에서 투표참석 의원 222명 가운데 176명의 찬성표를 얻었다.

-감사원장 후보를 두 번씩이나 부결시키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찬성표가 꽤 나온 편입니다. 득표운동을 열심히 하셨나 본데요.

“내가 오랫동안 공직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을 많이 압니다. 기획예산처 장관 하면서 추경까지 포함해 5번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아시겠지만 국회에서 기획예산처 장관의 질의답변 시간이 가장 깁니다.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의원들 외에는 거의 모든 국회의원을 압니다. 그분들이 나의 개성까지 파악하고 있어요. 국회에서 무난히 통과시켜줘 마음이 흡족합니다.”

-지역구 예산 문제로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신세진 의원들이 많았겠지요. 그 덕을 좀 본 건가요.

“국회 재적의원 272명의 지역구 예산을 전부 돌봐드릴 수는 없지요. 그 이유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여러 차례 지켜보면서 거의 수도자 수준의 덕목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본인은 물론 처자식의 재산과 사생활이 샅샅이 공개될 때 기분이 어땠습니까.

“내가 일생 여러 차례 시험을 치렀지만 청문회는 가장 어려운 시험이라고 느꼈습니다. 우리의 청문회 역사가 일천한 편입니다. 능력 검증은 철저히 해야겠지만 사생활 보호 측면은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국회에서 얘기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개인의 신상 문제는 비공개로 합니다. 우리의 인사청문회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가장 아픈 질문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을 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지금까지 나라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체검사를 네 번 받았습니다. 병역을 면제받으려는 생각이 있었다면 한 번에 정리됐겠지요. 법제처에서 공직생활 시작하면서 최종 면제 처분을 받았습니다. 고시공부하다 폐결핵에 걸려 그렇게 된 걸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괴로웠습니다.

두 번째는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내 제과점 운영과 관련한 질문이었습니다. 내가 수산청장을 그만두고 나서 집사람이 계약한 것인데 공정거래위원장에 부임하면서 재산등록을 했어요. 의원들이 현대그룹에 압력을 넣어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고 물어 괴로웠습니다. 정상적으로 전세금 내고 계약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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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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