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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대변인’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

“A기업 얼마 냈으니 B기업도 참고하세요”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재계 대변인’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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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손길승 회장이 ‘한나라당에서 집권 후 표적사정을 들먹여서 어쩔 수 없이 100억원을 가져다줬다’고 했는데요, 손회장 발언에 공감하십니까.

“그렇죠, 난감하죠. 돈을 요구하는데 딱 거절해서 못 주겠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까.”

-예를 들어 삼성 비서실장 재직 당시 지인들을 통해 그런 요구가 왔다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한푼도 안 주고 딱부러지게 거절하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단, 금액을 우리 실정에 맞게 조정해달라거나 시기를 좀 늦춰달라거나 하는 식으로는 이야기할 수 있겠죠.”

대선자금 떳떳하다



-대선자금 문제에 관해 전경련은 ‘억울한 피해자’입니까, 아니면 ‘불법행위의 한 주체’입니까.

“원칙론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돈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죠. 도의적 책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국적 현실로 볼 때 많은 재계인사들은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억울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 수사에 100% 협조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대부분 기업들은 대선자금 문제에 관한 한 떳떳하고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언론에 보도된 대선자금 제공 기업 리스트에 오른 기업도 대개 법정 한도 내에서 준 것 아니에요? 5억원을 줘야 하는데 관계사에서 1억씩 내게 해서 5억원 모아준 것이 뭐가 잘못입니까. 그런 것은 다 밝히겠다는 겁니다.”

-과거 삼성그룹 비서실장을 하실 때도 정치 후원금은 계열사별로 조정하지 않았습니까.

“비서실장은 그런 데 관여 안 해요. 어느 회사 이름으로 어떻게 내느냐는 실무자들이 알아서 합니다.”

-정치 후원금 제공 메커니즘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까.

“몰라, 몰라.”

-정치자금을 둘러싼 당시 분위기나 관행과 비교해보면 요즘 사정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정치도 확실히 발전하고 있어요. 그건 확실합니다. 전두환 노태우 시대하고 비교해봐도 그렇고, 김영삼 김대중 시대하고 비교해봐도 정치자금의 규모도 줄어들었고 방법도 투명해졌습니다.”

-당시에도 ‘대선 축하금’이라는 용어가 있었습니까.

“글쎄…. 그런 건 없었던 것 같은데요. 재임중 대통령에게 직접 갖다준 것 아닌가요? 추석 이나 설 같은 명절 때마다 가져다주고, 큰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갖다주고….”

-SK가 제공한 대선자금만 보더라도 처음에는 한나라당에 ‘풀 베팅’했다가 후보단일화 시기를 전후해서 민주당 쪽으로 한꺼번에 몰렸던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싸들고 갔다는 이야기지요. 사정이 이런 데도 기업을 대선자금의 피해자라고만 볼 수 있는 겁니까.

“(…) 그런데요…. 사실은 그게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당선 가능성 높은 곳에 더 많이 주는 것은 당연하죠. 그런데 사실은 말이죠, 정치권이 요구 안 하면 아까운 돈 왜 가져다주겠어요, 직접적으로 달라니까 주지. 돈을 요구하는 강도가 세냐 약하냐가 다를 뿐이지, 정치권이 아무 이야기 안 하는데 돈 갖다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SK에 그 정도를 요구했다면 그룹 규모로 보나 수익성으로 보나 삼성 같은 경우에는 더욱 많은 돈을 요구했을 것 같은데요.

“기업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게 바로 그런 거라고요. ‘왜 SK는 100억원인데 규모도 훨씬 큰 회사가 이것밖에 안 되느냐’라든가 하는. 아예 불법자금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추궁한다든가 하는 것이 정말 곤혹스럽다는 겁니다.”

정치자금 사전조율은 어불성설

-사실은 그런 식으로 빌미를 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5대 그룹 정도면 정치자금 규모를 어느 정도 조율하는 것이 상식 아닙니까.

“조율을 어떻게 해요? 정치자금은 극비사항입니다. 그거 조율하는 미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건 정말 기업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예요. 그룹 내에서도 그런 것 아는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어요. 알면 알수록 폭탄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정치인들이 ‘SK가 100억 냈으니 얼마 좀 내주시오’ 이런 식으로 유도하는 경우가 있어요. 당 후원회 할 때도 ‘LG는 얼마, SK는 얼마 냈으니 참고하십시오’ 하는 경우가 있었죠. 하지만 그런 데에 넘어가서는 안 되지.”

-누가 그렇게 전화합니까.

“후원회장이 전화하고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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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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