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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 연구가 단국대 윤내현 교수

질타·모함·의혹과 싸운 고조선 연구 30년

  •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hmzip@donga.com

고대사 연구가 단국대 윤내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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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조선은 한반도와 만주를 아우른 우리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국가였다. 1980년대 초 윤내현 교수의 주장은 사학계의 통설을 뒤엎으며 끝내 국사교과서를 수정하게 만들었다. 정년을 앞둔 노학자로부터 한국 고대사 연구 30년을 듣는다.
고대사 연구가 단국대 윤내현 교수

윤내현 교수는 1939년 전남 해남 출생으로 단국대 사학과,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했다.

평소 윤내현 교수(64·단국대 대학원장·동양사)는 말을 아끼고 몸을 낮추는 스타일이다. 30년 가까이 한국 고대사에 매달리면서 ‘비정통 역사학자’ ‘국수주의자’ ‘과도한 민족주의자’ 심지어 ‘북한 추종자’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기에 자연스레 몸에 밴 조심성이리라 짐작된다. 그런 윤교수가 요즘 부쩍 말수가 늘고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정년퇴임까지 2년도 채 남지 않은 마당에 이것저것 가릴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월1일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가 추죄한 학술회의에 참가해 ‘한민족의 기원과 중심세력’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윤교수는 “우리민족과 문화의 기원을 외부에서 찾는 것은 자신감 부족 아닌가”라며 “초창기에는 우리 학문의 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지만 이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학계의 통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윤교수가 주장해온 ‘한민족 자생설’은 한민족이 외부에서 이동해온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만주지역 토착인들이 연합해 우리 민족과 문화를 형성했다는 내용이다. 우리 민족과 문화의 기원을 끊임없이 몽골이나 중앙아시아, 시베리아 등지에서 찾아온 ‘한민족 외래설’ 혹은 ‘민족이동설’을 정면에서 부정한 것이다.

최근 윤교수는 ‘우리 고대사-상상에서 현실로’(지식산업사)라는 책도 내놓았다. 1978년 첫 저서 ‘상왕조사(商王朝史)의 연구’를 발표한 이래 ‘상주사(商周史)’ ‘한국 고대사 신론’ ‘고조선 연구’ 등 중국사와 한국 고대사 분야에서 교과서나 다름없는 책과 논문을 썼지만 전문 학술서가 아닌 대중서를 낸 것은 처음이다. 그 책이 발매 몇 주 만에 2쇄에 들어갔다.

‘우리 고대사’에는 고대사 분야에서 새로운 학설을 발표할 때마다 쏟아진 질타와 모함과 의혹의 눈길을 묵묵히 감내하며 학문적 홀로 서기에 매진해온 한 노학자의 삶이 담겨 있다. 책에서 윤교수는 “학자들이 할 일은 그 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밝혀내거나 잘못 전해온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주장을 한 학자는 그것을 이해하고 동조하는 학자가 나타날 때까지 홀로 서기를 해야 한다. 윤교수의 홀로 서기는 길었지만 이제 그는 외롭지 않다. 그의 견해에 동조하고 격려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대사에 대한 우리의 시각도 많이 바뀌었다.

단국대학교 대학원장실에서 윤내현 교수와 마주했다. 요즘 그가 무엇보다 비중을 두는 일이 북한 역사학계와의 교류다. 지난 10월 개천절을 맞아 평양에서 제2차 ‘단군 및 고조선에 관한 남북공동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윤교수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남한의 ‘단군학회’와 북한의 ‘조선력사학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행사였다. 1년 전 제1회 행사 때는 “평양에서 남북한이 공동 개최한 최초의 학술대회”라며 언론의 반응이 야단스러웠던 것에 비해 2회는 소문 없이 지나갔다. 윤교수는 첫 행사가 물꼬를 튼 수준이라면 이제야 남북한이 서로 말문을 텄는데 막상 관심 갖는 이가 별로 없다며 아쉬운 기색이다.



남북한 공동발굴 기대

“각자 준비해간 논문을 발표하고 끝난 1회 때와 달리 꽤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남측 학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 1993년 발굴한 단군릉이죠. 알다시피 단군릉의 발굴로 북한에서는 고조선의 중심지가 요령에서 평양으로 수정됐고, 고조선 건국 시기도 기원전 3000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았습니까. 또 최근 북한에서 발굴된 청동기 유적들의 연대가 기원전 3000~2800년이라고 발표됐는데 우리 쪽에서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연대를 올린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해요. 실제 이번 학술대회에서 남측 학자들이 ‘당신들이 제시한 연대에 의문을 갖고 있다, 방사선탄소를 이용한 연대측정 등 과학적인 방법으로 다시 조사할 생각은 없느냐, 객관성을 위해 외국기관에 의뢰하는 것은 어떠냐’ 등등의 질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우리는 방사성탄소 측정시설이 없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시료 채취과정에서 뼈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곤란하지 않느냐, 대신 전자상자성공명법으로 2개 기관에서 각각 24번, 30번씩 측정한 것이기 때문에 객관성은 확보됐다고 본다’고 답했죠. 이번 학술대회의 수확은 공동연구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북측에 의문이 있으면 함께 풀어보자, 어렵더라도 발굴현장을 직접 답사할 기회와 발굴보고서를 제공해달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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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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