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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주먹의 어제와 오늘

영화 ‘친구’로 뜨고 불법오락실로 쫓기고…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부산 주먹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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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주먹의 어제와 오늘

부산 주먹들은 최근 검찰의 불법오락실 수사로 숨죽인 듯 지내고 있다. 사진은 성인 오락실 슬롯머신 업장.

부산지검 관계자는 이씨가 이처럼 벌금을 내지 못해 형을 더 살고 나온 데 대해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감옥에 있는 동안 재산관리를 못하고 부하들이 챙겨주지 않아 진짜 돈이 없었을 가능성, 둘째는 벌금을 대체하는 노역 일당이 크기 때문에 돈이 있으면서도 ‘몸으로 때웠을’ 가능성이다. 검찰은 이씨가 오랜 수형생활로 인한 건강 악화 등으로 조직에서 사실상 은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교도소에서도 툭하면 의무실 신세를 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20세기파 등장

칠성파와 더불어 부산 주먹계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신20세기파는 1970년대 칠성파에 맞섰던 20세기파의 후신이다. 1985년 20세기파 두목 김영춘씨는 합법적인 사업가로 변신, 조직에서 은퇴했다. 이때 부두목이었던 안용섭, 정상수씨 등이 독립해 만든 조직이 바로 신20세기파다. 신20세기파는 부산 남포동 및 부평동 일대의 유흥업소와 오락실 밀집지역을 주 활동무대로 삼았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 때 두목 안용섭씨를 비롯한 주요 간부 10여 명이 구속된 이후 조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1997년 2월 장○근씨가 두목 자리를 넘겨받아 조직을 추슬렀다. 하지만 장씨는 히로뽕 복용으로 몸이 망가져 몇 년 만에 두목 자리를 내놓았다. 2001년 초 장씨가 은퇴한 후 행동대장급이었던 30대 주먹들이 급부상했다. 신20세기파는 장씨의 총애를 받던 하○석씨가 이끄는 정통파와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의 모델인 정○철씨가 속했던 김○철(4년 전 사망) 계열, 구○석씨가 중심이 된 재건20세기파로 분파됐다.

2001년 7월 하○석씨는 김○철 계열의 20세기파 방계 조직을 흡수한 데 이어 재건20세기파 조직원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부산지검이 적발한 통합20세기파다. 하○석씨에게 폭행당한 길○근씨는 안용섭씨 밑에서 행동대장을 했었다.



하씨는 자신을 따르는 선배는 고문으로 대접하고 따르지 않는 선배에 대해서는 조직 결속력을 다진다는 명목으로 무자비하게 폭행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밝혔다. 하씨의 선배인 길씨가 집단폭행을 당한 것도 하씨를 두목으로 인정하지 않은 탓이었다. 한편 안용섭씨는 불법오락실 운영과 관련해 수배된 상태다.

부산 조직의 양대 산맥을 꼽으라면 칠성파와 신20세기파지만, 4대 조직이라고 얘기할 때는 여기에 신칠성파와 영도파가 추가된다. 이 4대 조직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범죄와의 전쟁’ 때 두목이 구속돼 와해 위기를 맞았다는 사실이다.

신칠성파는 칠성파 부두목급이었던 김영찬씨가 1988년 이강환씨에 반감을 품은 조직원들을 이끌고 나와 결성한 조직이다. 중앙동 남천동 광안리 일대를 장악하고 오락실 골프장 등의 이권에 개입하는 과정에 폭력을 행사했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 당시 김영찬씨를 비롯해 주요 조직원들이 구속되는 바람에 사실상 조직활동이 중단됐다. 지금은 칠성파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영찬씨는 몇 해 전 외국으로 이민간 것으로 알려졌다.

영도파도 신칠성파와 마찬가지로 칠성파에서 갈라져나온 조직이다. 칠성파 부두목 노릇을 했던 천달남씨가 1989년 부산 카지노업계 실력자인 P씨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도 일대 건달들을 규합해 만들었다. 영도파는 해운대에서 칠성파 조직원 이○수씨를 손도끼로 공격하는 등 한때 칠성파와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친구’ 감독에게 거액 요구

이강환씨의 친구이기도 한 천씨는 1991년 ‘범죄와의 전쟁’ 당시 대구로 도피해 있다가 부산지검 조승식 검사에 의해 구속됐다. 조 검사는 당시 천씨의 전화 발신지를 추적해 직접 수사팀을 이끌고 대구로 가 공중전화 부스에서 지인과 통화중이던 천씨를 체포했다. 천씨가 구속된 이후 영도파의 세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천씨는 출소한 후 주먹계 일선에 물러나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 주먹계의 최대 관심사는 최강 조직인 칠성파의 후계구도다. 부산 지역 주먹계의 향후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사안이기에 수사기관 또한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산지검 박충근 강력부장은 부산 지역 주먹계 동향에 대해 “전반적으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의 말마따나 칠성파나 신20세기파 모두 30대 주먹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칠성파 두목 이강환씨를 무너뜨린 것은 오랜 수감생활과 검찰의 지속적인 감시와 제재였다. 검찰은 1991년 ‘범죄와의 전쟁’ 때 구속돼 8년 동안 옥살이하고 출소한 그를 1년 만에 또 다시 잡아넣었다.

2000년 11월 이씨가 재구속된 후 칠성파의 후계자로 떠오른 사람은 40대 중반의 권○기씨다. 검찰에 따르면 권씨는 이씨를 대신해 조직을 관리하는 한편 서면파를 접수하는 등 세력을 확장했다.

권씨는 폭행 등의 혐의로 5년 실형을 산 전과가 있다. 1990년대 중반 서울 서교동 서교호텔에서 발생한 강○환씨 피살사건과 관련됐다는 혐의도 받았으나 재판과정에서 무죄가 인정됐다. 2001년 11월 그가 결혼식을 치른 부산 P호텔에는 약 1000명의 하객이 몰려들었다. 이 결혼식엔 전국 주요 조직의 보스급 주먹들과 연예인들이 상당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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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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