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호

백혜선 ‘사랑의 꿈’ 외

  • 글: 전원경 / 동아일보 출판기획팀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12-29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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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혜선 ‘사랑의 꿈’ 외
    “긴겨울잠을 잔 후 일어난 것 같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서울대 교수)은 4년 만에 만든 음반 ‘사랑의 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그의 인생에는 적지 않은 일들이 일어났다. 비올리스트 최은식과의 결혼과 연이은 출산. 백혜선은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잠시 접고 아내와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았다. 그러므로 이 음반은 백혜선이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 같은 심정으로 팬들에게 바치는 리스트 모음집이다.

    보너스 음반을 합해 2장으로 구성된 음반은 유명한 소품인 리스트의 ‘사랑의 꿈’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어지는 ‘파가니니 대연습곡’과 연주회용 연습곡 ‘S145’와 ‘S144’, ‘베네치아와 나폴리’ 등은 장대한 규모와 난해한 테크닉을 특징으로 하는 곡들이다.

    리스트는 백혜선이 평소 선호하는 작곡가다. 그래서인지 4년 만의 녹음임에도 리스트의 곡을 대하는 백혜선의 태도는 거침없고 여유롭다. 테크닉의 재현에만 급급하기 쉬운 리스트의 피아노 곡들에 적절한 색채감을 불어넣은 것이 이 음반이 지닌 최대의 장점일 듯싶다. 백혜선의 장기인 힘차고 명료한 타건 역시 조금도 녹슬지 않았다.

    음반의 마지막 트랙인 16번은 ‘사랑의 꿈’ 못지않게 귀에 익은 멜로디인 ‘위안’ 3번이다. 첫 곡과 끝 곡을 비슷한 분위기로 구성해 음반을 상쾌하게 마무리한 점도 만족스럽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쇼팽 김대현 등의 자장가를 모아 연주한 보너스 CD는 ‘엄마’다운 선택이라 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백혜선은 ‘연주자 노트’의 말미에 이렇게 쓰고 있다.

    ‘이 음반을 준비하면서 내 안에 자리잡고 있는 음악과 연주에 대한 갈망을 다시 찾아 음악 안에서 자신을 불태우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약간은 어눌한 고백 속에서 연주자의 진실이 읽힌다. 이 고백처럼, 이 음반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음악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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