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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최성일의 논쟁적 책읽기

환경·생태운동 흠집내기에 나선 또 한 권의 책 ‘에코파시즘’

  • 글: 최성일/출판칼럼니스트 jjambo@nownuri.net

환경·생태운동 흠집내기에 나선 또 한 권의 책 ‘에코파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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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우든마이어는 ‘환경주의’와 ‘생태주의’를 뒤섞어 현대의 환경운동과 연계된 관념·태도·실천 따위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한다. 그가 ‘환경주의’와 ‘생태주의’를 구별하지 않는 것은 “단지 오늘날의 관심사들과의 연계성을 부각시키려는 해석적 의도”라지만, 웬일인지 스타우든마이어는 ‘생태주의’ 쪽에 비판의 화살을 겨눈 듯하다. 영국의 정치학자 앤드루 돕슨이 ‘녹색정치사상’(민음사)에서 지적한 대로 “생태주의는 환경주의와 달리 정치, 경제, 사회적 관행의 전체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데도 말이다.

그래도 환경테마를 수용한 것이 나치운동의 대중화와 나치 집권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는 지적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하지만 나치의 ‘녹색 분파’가 힘을 잃은 나치정권의 마지막 3년간, 오히려 ‘녹색 분파’의 활동이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는 논리는 좀 허술하다.

한편 자넷 빌은 ‘생태론과 독일 극우파 안에서의 파시즘의 현대화’에서 현재 독일 정치 지형도에서 낮은 언덕쯤으로 짐작되는 에코파시스트 정당들을 일별한 다음, ‘녹색 아돌프’의 필요성을 역설한 루돌프 바로의 비판에 집중한다. 바로를 편들 생각은 없지만 자넷 빌의 바로 비판은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스타우든마이어와 자넷 빌은 “우리는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니다. 우리는 앞쪽일 뿐이다”라고 하는 생태주의자들의 탈이념적 태도를 거세게 비판한다. 스타우든마이어는 단독으로는 어떤 정치적 규정도 하지 않는 생태론이 “정치적 의미를 획득하려면 사회에 대한 어떤 이론을 통해 해석되고 매개돼야 한다”고 한다. 자넷 빌은 “생태의 정치화는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이라며 생태정치는 “사회적 억압에 대한 합리적이고 인간주의적이며, 진정으로 평등주의적인 비판인 좌파의 국제주의에 굳게 뿌리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좌우파의 생태위기 책임공방



또 스타우든마이어와 자넷 빌은 마르크스의 후예답게 생태계 파괴의 근본 원인을 ‘경제적 시장관계’에 돌린다. 그러면서 유물론을 생태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는 시각에는 발끈한다. 그러나 생태위기의 책임을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어느 한쪽에만 묻는 것은 온당치 않다. 결국 양쪽이 절반씩 책임을 져야 한다.

두 저자는 사회생태주의자다. 그런데 두 사람의 이념적 지향점은 ‘생태’보다 ‘사회’ 쪽으로 기운 듯하다. 나는 환경·생태운동이 사회적 불평등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환경·생태운동의 섣부른 정치세력화와 ‘녹적연대’ 혹은 ‘적록연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생태주의와 사회주의가 힘을 모으자는 목소리는 주로 전·현직 사회주의자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두 목소리는 미심쩍다.

조절이론가에서 생태주의자로 변신한 알랭 리피에츠의 이념적 전향 사유에는 공감하나 그가 펼치는 ‘녹색 희망’(이후)은 분홍빛(덜 빠진 붉은색)이다. ‘녹색은 적색이다’(북막스)라고 외치는 폴 먹가의 색맹적 슬로건은 비료의 사용과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용인하는 그의 기이한 아량만큼이나 터무니없다. 생태운동과 생태 사회의 창출에서 이성,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스타우든마이어와 자넷 빌의 견해는 폴 먹가와 비슷하다.

생태운동에서 이론의 우위, 그것도 사회주의로 짐작되는 진보 이념의 주도권 행사를 당연시하는 것은 이 책의 번역자도 공유하는 바다. 하지만 “이데올로기는 공백을 싫어한다. 이론이 결여된 장소에 이데올로기는 충만하다”는 번역자의 진술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괴테의 말마따나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나무뿐인 것을.”



어쨌든 ‘에코파시즘’ 번역 출간의 숨은 의도를 이제야 알 듯하다. 그것은 철 지난 이념과 이론의 지배력을 되찾기 위한 부질없는 시도라고 하겠다. 이 책이 “단지 하나의 입장으로 치부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번역자의 소망을 나는 이렇게 바꾸고 싶다. 환경·생태운동이 다른 분야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여러 사회운동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신동아 200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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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성일/출판칼럼니스트 jjambo@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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