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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은 겨울 서정 강원도 태백·정선

높고 맑은 山의 날숨, 풋풋한 두메 村의 들숨

  • 글·사진: 정 영

꼭꼭 숨은 겨울 서정 강원도 태백·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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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은 겨울 서정 강원도 태백·정선

함백산의 운무가 바람에 쓸릴 때마다 산은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거듭한다.

운무가 걷히고 말끔해진 산을 내려와 만항재 끝자락의 정암사를 찾았다. 신라 선덕여왕 14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고찰이다. 산마루에 수마노탑을 짓고 석가모니의 진신 사리를 모셨기에 적멸보궁이다.

험한 산세를 빠져나와 태백시로 방향을 잡으면 백두대간의 중추 금대봉 하부능선인 920m 높이에 자연 석회 동굴인 용연동굴이 있다. 전국 최고지대에 있는 동굴로 길이가 843m에 달한다. 동굴 안의 은은한 조명을 따라가면 물과 시간이 빚어낸 다양한 석순과 종유석, 석주를 만난다. 1억5000만~3억년 전에 생성됐다니 깊이 들어갈수록 시간을 거슬러가는 것만 같다.

태백 시내에서 찾은 먹을거리는 역시 한우다. 주공아파트 앞 태성실비식당(033-552-5287)은 한우전문점인데, 등심의 결과 색이 눈꽃이 핀 듯 곱다. 그 ‘눈꽃’을 태백의 상징인 연탄불 위에 올려놓으면 사르르 녹아드는데, 눈꽃은 입안에서도 살살 녹는다. 이 집에선 태백의 목장에서 실어온 특수 부위만 사용하는데 좋은 고기가 없는 날은 문을 열지 않는단다.

간이역이 많은 태백엔 태백선과 영동선이 지나가는데, 강릉으로 가는 영동선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나한정역-흥전역 구간에선 국내 유일의 스위치백 시스템 열차가 운행된다. 나한정역에 서 있으니 열차가 멀리서 달려와 방향을 바꾼 뒤 다시 빠져나간다. 열차는 이내 산등성이를 달려 흥전역으로 떠났다. 급한 경사지대여서 열차가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면서 산을 오르내려야 그 구간을 통과할 수 있다.





날이 저물자 몸도 저물어 머물 곳을 찾았다. 만항재 중턱에 자리잡은 장산콘도 (033-378-5550)는 하늘과 맞닿은 1200m 고지에 있어 태백의 밤하늘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숙소다. 통나무로 지어져 산속의 청정한 공기를 실내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함백산과 태백산까지 차로 5분 거리.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숙소 앞마당에 서니 초승달이 나뭇가지에 걸렸다. 구름빛을 머금은 함백(含白)의 달빛이 슬며시 통나무집 창가에 내려앉았다. 사락사락 눈이라도 내리듯 소리 없이 태백의 밤이 깊어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정선으로 향했다. ‘울고 왔다 울고 가는 곳’이라는 정선. 험한 길 넘어오느라 지쳐서 울고, 갈 때는 정든 이들과 헤어지는 서운함에 운다는 말이다. 태백선 철길을 따라가려니 선로 또한 그 험한 길을 따라간다. 다리를 건너고 수많은 터널을 지나 산등성이를 타고 열차는 달린다. 증산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우리나라에 마지막으로 남은 비둘기호 완행열차인데, 이름도 예쁜 별어곡역과 선평역, 정선역까지 달린다. 속도는 이 세상 열차 중 가장 느릴 시속 40km다. 승객은 통학생 몇몇, 보따리를 든 촌로들, 몇 안 되는 관광객이 전부다. 그들을 태우고 하루에 세 번, 객차 한 칸을 매단 꼬마열차는 한가로운 산골 오지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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