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대 음식으로 무엇이 좋을지 고민하다가 배운 거예요. 다행히 손님들이 무척 좋아하더군요. 한번은 부장판사 부부를 식사에 초대한 적이 있는데 유난히 탕평채를 좋아하시고 잘 드시더라구요.”
강 변호사도 탕평채를 무척 좋아한다. 맛도 맛이지만 음식 이름에 담긴 뜻 때문이다. ‘탕평’은 요즘 강 변호사에게 화두이자 과제. 핵폐기장 건설을 둘러싼 민관갈등, 진보와 보수간의 이념갈등, 노사갈등 등 투쟁과 대립으로 치닫는 사회를 지켜보면서 그의 마음속으로 파고 들어온 단어들이 중화(中和), 조화(調和), 상생(相生), 탕평 같은 것들이다. 따져보면 모두 일맥 상통한다. 청소년 문제에만 매달렸던 강 변호사가 이처럼 사회 전반의 문제에까지 고민의 폭을 넓히게 된 것은 시사프로그램을 맡으면서부터다. 그는 2003년 7월14일부터 KBS 제1라디오에서 ‘안녕하십니까 강지원입니다’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 (프로그램 진행)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거절했어요. 시사문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지만 청소년들을 위해 할 일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그러다 청소년지킴이 운동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에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맡게 됐어요. 결과적으로는 잘했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청소년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욱 절감했거든요.”
강 변호사가 맡은 프로그램은 사회의 이슈를 쫓아 대담이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다. 갈등의 양측을 불러내 토론을 하고, 그 과정에서 나름의 해법을 모색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치의 양보 없이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하다 무의미하게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해법을 찾기는커녕 감정싸움으로 치달을 때도 종종 있다.
강 변호사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국민이 갈라져 서로 싸우고 헐뜯는 것이 조선후기 사색당파 때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며 그 해법을 청소년에게서 찾았다. “오랜 세월 고정관념에 매몰된 기성세대가 쉽게 변할까요? 청소년기부터 다양성에 대한 공부, 다른 입장과 견해를 존중하고 때로는 받아들일 줄 아는 관용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사회의 주역이 될 때쯤이면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