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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3주년, ‘미국 요새’는 안전한가

11월 대선 앞두고 ‘악몽’재연 공포…테러정보는 부재

  • 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9·11’ 3주년, ‘미국 요새’는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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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이 대형테러 위협에 떨고 있다. 부시행정부가 9·11테러 이후 3년 동안 벌인 ‘테러와의 전쟁’ 공세에도 알 카에다와 그 동조세력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부시의 테러전쟁은 실패로 끝나는가.
‘9·11’ 3주년, ‘미국 요새’는 안전한가
9·11테러가 발생한 지 어느새 3년이 됐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미 방송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주리 함상에서 일본이 항복문서에 서명했던 것처럼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테러와의 전쟁이 승리를 거둬 테러리스트들로부터 항복문서를 받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부시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은 ‘전쟁-종전협정-평화’로 이어지는 고전적 등식과는 다르다. 끝이 분명치 않을 뿐더러 언제 그 끝이 보일지도 알 수 없다.

미국인들, 특히 부시행정부 관리들이 싫어하는 표현이 ‘미국 요새(Fortress America)에 갇혔다’는 말이다. 그들은 알 카에다를 비롯한 바깥의 테러 위협에 몸을 사리고 요새 속에 갇혀 지내는 미국이 아닌 그냥 ‘자유로운 미국’이길 바란다. 그러나 미국의 평화(Pax Americana)는 없다. 걸핏하면 테러비상이 걸리는 것이 오늘의 미국 요새가 부닥치는 현실이다.

장관급인 톰 리지 국장이 이끄는 미 국토안전국은 8월1일 뉴욕과 워싱턴 일대 금융기관에 대한 테러경보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 이에 미 일부 언론에선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테러경보 격상의 근거가 된 테러정보가 3년 전에 일어났던 9·11테러 때보다 더 오래된 것’이라며 부시행정부가 테러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미 국토안전국은 전에도 여러 차례 ‘알 카에다가 공격해올 가능성이 크다’며 비상을 걸었다가 슬그머니 푼 바 있다.

미 국토안전국은 이미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부터 올 초까지 ‘테러리스트들이 방사능 물질이 든 이른바 ‘더러운 폭탄(dirty bomb)’을 사용해 9·11테러와 같은, 또는 그 이상 규모로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비상령을 발표한 바 있다. 물론 테러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톰 리지 국장은 비상령의 근거를 묻는 기자들에게 ‘특정 정보자료들에 바탕한 분석결과’라는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해왔다. 비상령 자체가 일종의 테러 억지력(deterrent)을 갖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구체적 정보 없이 비상조치를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은 ‘테러 비상을 대선 정국에 이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조직원 80%가 체포·사살됐지만…



미 금융기관들은 오래 전부터 알 카에다의 공격목표로 꼽혀왔다. 신자유주의 깃발 아래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적 건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시는 3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며 긴장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을 차기 대선 후보로 확정하는 공화당 전국대회가 8월말 뉴욕에서 열리는 것도 한 이유. 반미 테러분자들로서도 이를 노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톰 리지 미 국토안전국장은 ‘알 카에다가 오는 11월2일 치러질 대통령선거를 방해할 목적으로 가까운 시일 안에(in the near term)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 주장해왔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알 카에다가 테러공격을 해올 것인지 정보당국자들이 알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3년 전 미국 뉴욕과 워싱턴을 강타했던 알 카에다 조직은 이미 중앙통제적인 조직이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동안 부시행정부가 아프간 침공과 이라크 침공과는 별도로 알 카에다 조직을 파괴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고위간부 및 중간간부 상당수가 9·11테러 뒤 테러와의 전쟁 공세에 휘말려 죽거나 붙잡혔다.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오른팔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알 카에다에 대한 조직적 통제력을 잃은 상태다. 그럼에도 알 카에다는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국방전략연구소(IDSS) 산하 ‘정치폭력과 테러 국제센터’ 소장 로한 구나라트나가 미 계간지 ‘워싱턴 쿼털리’ 2004년 여름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9·11테러 당시 약 4000명에 이르렀던 알 카에다 요원 가운데 80% 가량은 이미 체포되거나 죽임을 당했다. 이들을 국적별로 보면 102개국에 이른다. 나머지는 지하로 잠복해 들어갔다. 미 정보당국은 알 카에다 잔존세력이 1000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추산한다.

알 카에다는 2001년 10월 미군이 아프간에서 벌인 지속적 자유작전(Ope- ration Enduring Freedom)의 압박 속에서 조직을 지키기 위해 분산전술을 폈다. 그동안 훈련, 무장, 투쟁원칙, 재정 면에서 도움을 주어왔던 중동과 아프리카, 코카서스 지방의 반미저항단체들의 도움을 얻어 지하로 잠복한 것. 9·11테러 뒤 아프가니스탄의 훈련캠프를 잃은 알 카에다는 아프간 주변국들, 이를테면 파키스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지에서 반미 이념을 같이하는 다른 저항조직들의 도움을 받아 생존해왔다. 아울러 알 카에다는 그들과 손을 잡고 이슬람권 내부의 적(세속적이고 부패한 지배체제와 지배자)과 외부의 적(미국을 비롯한 이교도 세력)을 향해 테러행위를 벌여왔다.

알 카에다와 그 연계(또는 동조)세력들이 꼽는 이슬람권 내부의 적은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은 이집트와 요르단 ▲군사독재정권이 다스리는 알제리와 파키스탄 ▲부패한 왕조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친미국가인 인도네시아 등이다. 알 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볼 때 이들 국가들은 대체로 친미 노선을 걸으면서 이슬람권 민중들을 세속화시키는 ‘가짜 이슬람’이다(빈 라덴은 특히 1991년 1차 걸프전쟁 이후 미군기지를 제공해온 친미부패 사우디아라비아 왕조를 뒤엎고, 그곳에 이슬람 신성국가를 세운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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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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