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호

‘고구려사 뺏기’ 중국의 노림수는 무엇인가

한반도 유사시 중국의 북한 연고권 주장 명분 쌓기?

  • 글: 윤휘탁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yhwytak@hanmail.net

    입력2004-08-26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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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구려사=중국사’라는 논리대로라면 중국은 한반도 유사시 현재의 북한 지역에 대해 연고권을 주장할 근거를 갖게 된다. 한국은 중국에 그럴 의사가 있는지 물어 확실한 답변을 받아두어야 한다.
    ‘고구려사 뺏기’ 중국의 노림수는 무엇인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정식 명칭은 ‘중국 동북 변강지구의 역사와 현실에 관한 연속 연구 프로젝트’)은 중국의 민족관·영토관·국가관이 응축된 산물이다. 중국의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이 중국 동북지구(만주)에 새롭게 적용되면서 파생된 중국의 만주관(滿洲觀)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민족학 연구는 문화대혁명 시기만 해도 정체상태를 면치 못했다. 1958년 ‘반우파(反右派) 투쟁’과 ‘민족정풍운동’ 시기에 대한족주의(大漢族主義)가 기승을 부리면서 소수민족의 발전을 위한 요구는 ‘지역민족주의 경향’으로 비판받았다.

    이 과정에서 소수민족 지도자들은 처형되거나 탄압당했으며 조선족도 갖가지 고초를 겪었다. 실제로 연변 조선족 관련 사건은 3만5000여건으로, 사망자 2000여명, 불구자 3000여명에 달했다. 희생자는 대부분 ‘반역자’ ‘외국특무’ ‘지하 노동당 당원’ ‘지하 국민당 당원’ 등의 누명을 쓴 사람들이었다. 이 시기에 조선족 다수가 북한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면서 사회주의 체제에 대해 회의를 갖는 사람이 늘어났고, 또 선진적인 동남연해(東南沿海)지역과 낙후된 내륙지역(주로 소수민족의 집단거주 지역이 분포해 있음) 사이에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내륙지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의 중국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다. 게다가 그때까지 금기시되었던 민족문제가 다시 거론되면서 일부 소수민족(신장 위구르족, 티베트족) 사이에서 분리독립운동도 일어나게 되었다.

    심각한 만주의 ‘한국 동화’ 현상



    중국이 동북공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이런 내부의 위기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동북공정의 직접적 대상지인 조선족자치주의 경우 그 절박감은 더 크다 하겠다. ‘옌볜(延邊)’이라고 불리는 조선족자치주는 남한의 3분의 2에 달하는 면적에 조선족이 자치주장, 자치주 내 각 도시의 시장으로 임명되어 일정정도의 자치권을 행사하는 행정구역이다. 자치주 내에선 조선어와 중국어가 공용어로 인정받고 있다. 자치주 내 인구의 40~50%가 조선족이며 조선족이 정치, 경제, 문화의 주도권을 갖고 있다.

    최근 조선족자치주와 한국 사이에 인적·물적 교류가 크게 증대되어 한국에는 이미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10만여명에 이르는 조선족이 상주하고 있다. 또 많은 한국인이 옌지(延吉), 하얼빈과 서울을 잇는 항로를 통해 만주와 조선족자치주를 방문하고 있다. 한국에서 5~6년 체류하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조선족은 이미 한국식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에 물들어 있는 상태다.

    조선족들은 한국인의 차별 대우에 불만을 품는 동시에 비교적 풍요롭게 사는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심을 지니는 이중적인 심리상태에 빠져 있다. 그런가하면 만주에선 한국의 대중문화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중국보다 한 차원 높은 한국의 문화와 생활양식이 조선족자치주에 빠르게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주 내에선 요즘 한족들 사이에서도 한국어 배우기 열기가 뜨겁다. 한국의 국력이 신장되면서 조선족자치주에선 같은 민족 국가인 한국에 ‘동화(同化)’되는 현상이 뚜렷한 것이다. 이는 ‘중국인’으로서의 조선족의 정체성에 혼돈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조선족의 한국 국적 회복운동이 중국정부를 자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동북지구에서는 매년 탈북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도 조선족 사회에 은거·접촉하면서 조선족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인뿐 아니라 탈북자도 ‘고구려사는 한민족의 역사이며 만주의 조선족, 연해주의 고려인, 북한인, 한국인은 모두 같은 피를 나눈 민족’이라고 교육받아왔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탈북자 지원 법률이 통과되었는데, 법이 발효되면 탈북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상하이박람회의 성공적 개최에 국운을 걸고 있는 중국으로선 인권문제를 외면한 채 마음대로 탈북자문제를 다루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위기를 느낀 중국 정부는 인민군을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집중 배치했다. 이와함께 대내적으로 조선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중국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대외적으로 중국정부는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구의 역사적 상관성을 부정함으로써 동북지구와 한반도를 영구히 단절시킬 필요성도 깨닫게 됐다. 그리하여 고구려사가 중국역사의 일부라는 동북공정에 나서게 된 것이다.

    중화민족론의 前근대성

    한편 중국에서는 경제건설을 위주로 한 개혁·개방정책과 아울러 시장경제 체제가 사회주의 체제에 접목되면서 자본주의 가치관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종래의 변증법적 유물사관에 입각한 계급투쟁 위주의 역사관은 점차 빛을 잃고 그 대신 ‘각 민족의 단결과 인민의 애국심을 바탕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국가를 건설하자’는 ‘신중화주의(新中華主義)적 민족주의 역사관’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정부에서는 교과과정, 각종 매체, 연설 등을 통해 ‘애국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건국 초기에 제기된 ‘통일적 다민족국가론(統一的 多民族國家論)’이 보편적 역사인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는 “중국은 한족과 이민족이 생존·경쟁하면서 분열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통일국가를 형성해왔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현재의 중국국경 내에 있는 민족은 모두 중국민족이고 그들의 활동 내용은 모두 중국역사에 속한다”는 논리가 전개된다.

    이 논리를 중국 동북지구에 적용시킬 경우 고구려나 발해 민족은 모두 중국민족인 셈이고 이들의 역사도 중국사에 속하게 된다. 이때 중국민족은 ‘복합민족’으로 중국에서는 이를 ‘중화민족’으로 지칭한다. 동북공정은 이러한 중국판 ‘역사 바로 세우기’ 움직임에서 파생된 것이다.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은 중국내 민족적·지역적 모순을 해소하려는 방법으로 제시됐다. 다시 말해 중국민족으로의 ‘융화’를 강조함으로써 최근 일부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운동으로 야기된 국정불안을 극복하고 ‘국민통합’과 ‘영토통합’을 굳건히 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엄연히 다른 여러 민족을 단일민족화해서 국가통합을 추구하는 것은 일종의 고육책이다. 우선 ‘현재 중국 영토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같은 민족이다’라는 설정 자체가 다분히 작위적이다. 미국 등 서구가 자국민의 인종적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국가 통합의 수단으로 삼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전략은 전근대적일 뿐 아니라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의 중국은 ‘특정민족(한족)에 절대적 기반을 둔 일당 독재체제’이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분리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신장 위구르족과 티베트족을 비롯한 서부지구 거주민에 대해서는 이미 ‘서부대개발(西部大開發)’ 정책을 펴고 있고, 조선족이 집단거주하고 있는 동북지구에 대해서는 ‘동북공정’의 깃발을 치켜들었다.

    전자가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소외된 서부지구를 개발해 해당지구 주민의 경제적 박탈감을 해소하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 후자는 중국의 동북지구와 한반도의 역사적 상관성을 부정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전자는 경제논리, 후자는 정치논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화민족관’이나 ‘동북공정’은 현재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역사를 마음대로 재단하는 ‘이고위금(以古爲今)’의 전형적인 사례이자 비민주적 독재권력의 쇼비니즘적 선전선동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60년대까지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

    중국은 1950~60년대까지만 해도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하고 그 사실을 세계사 교과서에 기술했다. 중국이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 홈페이지(www.chinaborderland.com)는 중국이 현실 정치적 이유에서 동북공정에 나섰음을 분명히 말해준다.

    “개혁·개방 이래 동북 변강(滿洲)에서 러시아·북한·한국·몽골·일본·미국과 중국 사이의 쌍방 관계나 다변 관계에 큰 변화가 초래되었다. 동북아의 정치적·경제적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동북아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동북 변강 역시 동북아의 중심적인 위치에 놓이면서 중요한 전략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일부 국가(사실상 남·북한을 지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음)의 연구 기구와 학자들이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역사 연구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몇몇 정객(政客)이 정치적 목적으로 여러 가지 그릇된 논리를 공개적으로 펼치면서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동북 변강의 역사와 현상의 관계에 관한 연구는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홈페이지는 ‘동북공정’의 중요한 임무가 “기존의 연구 성과를 총결하고 역량을 집중시켜 역사상의 의문점이나 문제점, 현실 속의 논쟁이나 이론상의 어려운 점 등을 적극적으로 대비·극복하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동북공정’은 남북통일 등 한반도 형세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점은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 당대중국변강계열연구과제조(當代中國邊疆系列硏究課題組)가 1998년 9월에 작성한 ‘한반도 형세의 변화가 동북지구의 안정에 미칠 충격’이라는 내부자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 당국은 한반도 형세 변화시 대응책 마련 차원에서 1997년 하반기부터 중국 공안국변방부(公安局邊防部) 등의 지지하에 지린(吉林)성 내 북한 접경지역에 대한 조사 연구에 착수했음은 물론 청나라 때 중국-조선관계 자료를 수집·정리했다. 관련기관의 실무자들은 1998년 중국의 중앙기관에 보고서를 연달아 제출했고 결국 중국 중앙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 중점 업무로 제기된 것은 한반도 형세변화의 추이 조사연구, 중국과 남북한 사이의 역사상 논쟁점(기자조선, 위만조선, 고구려, 발해, 중국-조선 국경 형성, 19세기 중반 이후 조선인의 만주 이민, 조선족의 형성 등) 연구, 동북지구의 아편·종교·민족관계 문제 등의 논쟁점에 대한 조사 연구, 대규모 북한 탈출자의 출현 가능성과 그 대책 등이었다.

    ‘고구려사 뺏기’ 중국의 노림수는 무엇인가

    2004년 8월5일 중국 기자단이 서울 외교통상부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고구려사에 대한 중국측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

    동북공정의 본질은 정치문제, 영토문제에 있으며 학술문제는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 혹은 논리개발의 성격을 띤다. 동북공정이 단순히 학술적인 문제였다면 중국공산당의 최고 권력자 반열에 있는 정치국 위원을 비롯하여 재정부 부장, 동북3성의 부성장(副省長)과 공산당위원회 부서기(副書記) 들이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북공정에 담겨 있는 정치적 의도는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소수민족에 대한 통제권 강화다. 조선족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서 그들의 동요 내지 이탈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이다. 중국정부는 조선족의 정체성 문제를 소홀히 취급할 경우 자칫 동북지역은 물론, 다른 지역의 소수민족 문제도 새롭게 파생시켜 중국의 ‘국민적 통합’과 ‘영토적 통합’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둘째는 북한 탈출자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다. 탈북자 문제를 방치하다간 자칫 ‘국제 난민(難民)’ 문제가 파생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중국 동북지구가 ‘한민족의 근거지’로 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구 사이의 역사적 관련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함으로써 조선족 사회 및 중국 동북지구에 대한 한반도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야기될 영토분쟁(주로 간도문제)의 씨앗을 없애버리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몽골, 위구르, 티베트의 미묘한 동향

    중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반도 유사시 현재의 북한 영토인 한반도 북부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여지를 남겨두려는 것 같다. 중국측 논리대로라면 ‘고구려사=중국사’이므로 과거 고구려의 영토였던 북한지역에 대해서도 중국이 영유권을 내세울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한국의 영유권은 UN 등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현재 한국과 북한은 별개의 국가로서 UN에 동시가입한 상태다. 동북공정은 ‘유사시 중국이 한반도 북부지역을 선점하는’ 시나리오까지 상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넷째 중국정부는 남북한이 고조선사·고구려사·발해사 등을 자국의 역사로 주장하는 것을 방치할 경우 몽골이 원사(元史)를, 위구르족이나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가 서역사(西域史)를, 베트남이 진한(秦漢) 시기 백월(百越)과 남월(南越)의 역사를 각각 자국사로 공공연히 주장하는 상황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역사는 여기저기 찢겨 나가고 다민족국가인 중국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고구려사 뺏기’ 중국의 노림수는 무엇인가

    8월9일 한나라당 박진(가운데), 임태희(왼쪽), 박찬숙 의원이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을 방문해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고구려의 첫 번째 수도가 있었던 중국 랴오닝성 환런(桓仁)시에서는 장군묘가 그동안 소재지가 알려지지 않았던 ‘고구려 시조 주몽(朱蒙)의 묘(墓)’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늘고 있다. 이는 고구려 시조의 묘가 중국에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려 ‘고구려의 뿌리는 중국’이라는 논리를 굳히려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결과이다.

    동북공정은 한반도 통일문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현재의 국제정세를 고려해볼 때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은 미국과 중국의 동의를 얻지 않는 한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북한정권이 붕괴될 경우, 중국의 동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한반도는 남한에 의해 흡수통일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중국 동북지구는 ‘한민족의 근거지’로 변할 수도 있다.

    조선족 가운데 다수가 북한 출신이고 그들의 친척들이 대부분 북한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내의 탈북자들은 언어가 통하는 조선족 사회의 친척에게 주로 의존할 것임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조선족은 탈북자들과 접촉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민족적 동질성을 느끼게 될 것이고 중국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은 흔들릴 것이다.

    더 나아가 평소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중국의 조선족이 한반도 통일의 와중에 대규모로 한반도로 유입할 가능성도 있다.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조선족은 종래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올 것이다. 이들은 기존 한국내 불법 체류 조선족과 마찬가지로 돈벌이에 몰두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식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에 물들면서 점차 한국인의 성향을 띠게 될 것이다.

    결국 한반도가 통일될 경우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구에서는 한국인·북한인·조선족·탈북자가 뒤섞여 어울리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한민족의 인적 네트워크는 한반도와 중국 동북지구의 국경을 무색하게 만들 것이고, 중국 동북지구 및 조선족에 대한 통일한국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중국정부가 더욱 용인하기 어려운 점은 한반도가 남한에 의해 흡수통일되고 그에 따라 동북아질서가 미국 주도로 재편되는 것. 미국이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동북아 국제질서를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미군기지를 압록강이나 두만강 주변에 배치할 경우, 중국은 곤혹스러운 국제환경에 노출된다. 중국은 이미 중국내 압록강 주변의 일부 도시에서 북한 접경의 국경경비 주체를 변방부대나 경찰조직에서 인민해방군으로 바꾸었다. 이는 중국정부가 본격적으로 한반도의 정세변화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동북공정은 중화민족과 한민족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정치의 논리, 힘의 논리다. 한국은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부 학술단체나 고구려연구재단만으로는 부족하고 정·관·학·민이 모두 참여하는 유기적 대응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효율적인 역할 분담과 외교전략도 요구된다.

    총체적인 역사인식 체계 구축해야

    동북공정은 한민족 역사의 말살, 한·중간 영토문제, 한반도의 정세문제 등 과거부터 현재, 미래의 문제를 모두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에 부합하는 ‘통시대적이고 총체적인 역사인식 체계’의 구축이 요구된다. 동북공정은 여전히 진행중이고 그것도 일부만이 드러났을 뿐이다. 따라서 동북공정의 내용이 달라지거나 상황이 바뀌면 우리의 과제나 대응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 중국은 우리의 제1수출대상국이고 우리는 매년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1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내고 있다. 북한 핵문제 역시 우리의 현안으로서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그에 수반된 향후 남북한의 경제교류문제와 직결된다. ‘6자 회담’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에서 볼 수 있듯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더욱이 향후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도 중국의 긍정적인 역할과 도움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동북공정 문제에서 중국에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요구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 걸까. 먼저 중국의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에 의해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북한·몽골·베트남·중앙아시아의 이슬람국가 등과 국제적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중·일간 영토분쟁(센가쿠섬 문제)에서 기존에 취해왔던 자세를 중국의 역사왜곡 문제와 연계시켜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성도 있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취급한 각종 사례나 증거들을 수집·정리해 중국측 주장의 부당성을 중국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동북공정이 조선족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파생된 것인 만큼 한국국민은 조선족을 경시하는 인식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그들을 한민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선족 문제를 의식하고 추진된 동북공정을 사상누각으로 만드는 일은 간단하다. 동북공정의 대상인 조선족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알면 되는 것이다.

    조선족자치주에선 한국TV를 보는 가정이 많다. 동북공정에 대해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하는 한국의 TV뉴스도 조선족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정부, 학술기관뿐 아니라 매스컴도 동북공정 문제에 대응할 힘을 갖고 있다. 동북공정이 한민족의 민족의식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면 중국은 당황할 것이다. 한국 매스컴, 특히 TV는 이참에 지속적으로 고구려사 검증과 중국의 숨은 의도 알리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

    넘지 말아야 할 선 넘은 중국

    한국은 고구려사가 한국사라는 이유로 중국에 속한 고구려의 옛 영토를 한국 영토라고 우기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이럴 때는 원칙에 따라, 한치의 물러섬 없이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국은 ‘고구려사=중국사’라는 논리를 통해 한민족의 활동공간을 한강 이남으로 축소시켰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이미 넘은 것이다.



    영토 주권에 관한 위협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더구나 중국은 초강대국이다. 한국은 이 문제를 간단히 처리해선 안 된다. 한국은 현 시점에서 중국에 북한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할 의사가 있는지 묻고 그 답변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 지금 그렇게 해놓는 일은 실제로 한반도에서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을 경우 한국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론 중국정부가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국정부나 중국인들이 한국의 역사와 한반도의 현 상황을 이해하도록 도와 동반자 관계를 지속시켜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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