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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화제

DNA칩, 질병 없는 세상 만드나

유전병·암 진단 척척, 미래의 질병도 차단

  • 글: 황승용 한양대 교수·분자생명과학 syhwang@hanyang.ac.kr

DNA칩, 질병 없는 세상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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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칩, 질병 없는 세상 만드나

DNA칩 덕분에 피 한 방울 검사로 암 부위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게 됐다.

집에 들어오는 문의 열쇠는 최근에 인간 ID DNA칩을 내장한 것으로 교체했다. 이 열쇠는 손가락을 대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소량의 혈액을 뽑아 본인 유무를 판정한다. 이 열쇠를 달면 가족의 DNA ID를 보관했다가 혹시 사고가 생기면 바로 찾아주는 부가서비스도 제공한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자 집사람이 반갑게 맞이하며 생수기에서 시원한 물을 한잔 뽑아줬다. 이 생수기에는 미생물 검사 DNA칩이 부착돼 있어 혹시 있을지 모를 오염에 대비한다.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소변을 보러간 나는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라는 음성메시지를 들었다. 나는 ‘언제쯤 이 변기가 내 기분을 맞추어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깊은 잠에 빠진다.

위의 내용은 현존하는 생명공학 기술과 DNA칩의 발전 방향에 기초해 가상으로 꾸며본 15년 후의 세상이다. 지금부터는 DNA칩의 개발배경과 현재의 기술수준, 그리고 발전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953년 DNA의 구조가 밝혀진 이후 인류는 모든 생명체의 기본인 DNA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DNA 발견은 생명공학의 수준을 크게 높였다. 21세기를 맞아 눈부시게 발전한 생명공학은 새로운 연금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생명공학이 인류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1990년부터 본격 시작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때문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24종류의 염색체에 담겨 있는 약 32억개의 염기 서열을 모두 밝히는 이 계획은 전세계 과학자들의 공동연구로 2003년에 실현됐다.

박테리아를 비롯해 여러 동식물의 게놈 구조를 밝히는 작업이 동반돼 지금까지 200여종이 넘는 생명체의 게놈구조가 밝혀졌다. 유전자 해독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이들의 수는 급속히 늘어날 것이며, 향후 인간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생명체의 게놈은 대부분 밝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금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약 3만종의 유전자 기능을 모두 밝히는 연구에 전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인간의 몸에는 250여종의 다른 세포가 10조개 이상 존재한다. 이들 세포는 모두 같은 염색체를 가지고 있지만 필요한 유전자들만이 발현해 단백질을 생산함으로써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피부와 뇌가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다. 만약 이들 유전자 기능정보를 모두 밝힌다면, 인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살게 될 것이다. 또한 이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유전병이나 암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돌연변이 검색은 인류의 건강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이다.

게놈 차원에서의 유전자 연구와 검색은 기존의 유전공학 방법에서 나타난 한계, 즉 동시에 검색할 수 있는 유전자 수의 제한성을 뛰어 넘어야 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개발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DNA칩이다.

DNA칩이란 일반적으로 DNA 분자를 아주 작은 공간의 표면 위에 결합시킨 형태를 말하며, 이 분자들의 정량 및 정성 분석에 필요한 프로그램이나 장비도 함께 포함한다. 1990년 초부터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개발이 시작된 DNA칩은 생물학적 지식에 기계 및 전자공학의 기술이 접목돼 만들어졌다.

암환자 치료제 선정에 도움

현재 DNA칩은 유전자발현 검색과 돌연변이 같은 유전자변이 검색에 사용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연구용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자궁암 바이러스 진단용 DNA칩이 허가를 받았다. 또한 DNA칩을 비전문가가 진단용으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의 생물학적 실험과정을 축소해 칩 안에서 자동으로 일어나게 만든 랩온어칩(lab-on-a-chip) 기술과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단백질칩, 세포칩 등이 있으며 이들을 합쳐 바이오칩이라고 부른다.

DNA칩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유전자의 기능을 분석하는 유전자발현 측정 분야다. 이는 유전자는 필요에 의해서만 발현, 즉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점에 착안해 암이나 약에 특이한 유전자들을 찾는 것이다.

최근엔 여러 논문을 통해 유전자 발현 변화 패턴을 검색해 질병의 종류를 진단할 수 있다는 증거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2000년 미국 국립의료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60여개의 암세포에 대해 8000개의 유전자가 있는 DNA칩으로 발현검사를 하자 세포주의 생성 장소나 시기가 달라도 종류가 같은 세포주에서는 유사한 형태의 유전자 발현 패턴이 나타난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한 최근에는 유방암 환자에 대한 화학치료 과정에서 치료제에 반응을 나타내는 환자와 나타내지 않는 환자를 구별할 수 있는 후보 유전자들이 발견됐다. 이들 유전자를 이용한 DNA칩은 유방암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제를 선정하는 데 유효한 예측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위암의 경우에도 최근 12개의 위암세포주를 이용한 DNA칩 실험에서 이들에게만 독특하게 발현되는 유전자들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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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승용 한양대 교수·분자생명과학 syhwa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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