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호

주름살과 검버섯, 더 이상 숙명이 아니다

  • 글: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기자 pmiyong@donga.com

    입력2004-08-27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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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름살과 검버섯, 더 이상 숙명이 아니다

    서양인(위)은 뺨 주위에 주름이 많은 반면 한국인은 이마와 입에 많다.

    “80세에 20~30대의 얼굴로 죽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꿈이다.”

    서울대 의대 피부과학교실의 정진호 교수의 말이다. 의대 교수가 한 말이니 터무니없는 것은 아닐 터인데 과연 가능한 것일까?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탄력이 떨어지며 기미, 검버섯 같은 잡티가 늘어난다. 대표적 노화현상인 주름살은 흔히 세월의 흔적이라고도 하지만 피부과학자들은 결코 이 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노화의 주범으로 햇빛을 꼽는다. 얼굴에 나타나는 노화현상의 70%가 햇빛 때문이라는 것이다.

    햇빛이 피부노화의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피부과학자들은 최근 광(光)노화 연구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햇빛을 쬐고도 피부가 늙지 않게 하거나 햇빛으로 늙은 피부를 다시 젊게 하는, 광노화 극복이 피부과학 연구의 주된 테마로 등장한 것이다.

    최근 서울대 의대 피부과학교실과 (주)태평양은 지난 5년간 공동으로 실시한 한국인의 광노화 특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은 서양인과는 다른 노화 특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주름살과 잡티에서 드러났다. 서양인은 주름이 뺨에 많은 반면 우리나라 사람은 이마와 입에 주로 분포해 있다. 또한 서양인은 잔주름이 많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이마와 입 주변에 굵은 주름이 팬다. 기미와 검버섯 같은 피부잡티도 서양인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이 훨씬 심하다.

    한편 연구팀은 한국인 내에서도 노화특성에 남녀간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름의 경우 폐경기 이전까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심하지만, 폐경기 이후에는 여성이 남성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색소침착의 경우에는 종류가 달랐다. 나이 든 여성은 기미, 주근깨, 점이 많고 남성은 검버섯이 심하다. 또한 여성의 검버섯은 평평한 반면 남성은 오톨도톨한 형태가 많았다.

    연구팀은 이밖에 피부노화를 억제하는 물질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녹차나 녹차의 주성분인 EGCG가 피부 속 항산화시스템의 붕괴를 방지해 피부노화의 진행은 물론 이미 노화된 피부상태를 회복시켜줄 수 있다는 점이 발견됐다.

    앞으로 피부노화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면 주름살과 검버섯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시대는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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