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에 둘러싸여 한 폭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하롱베이 인류유산지역의 저녁 풍경.
아오자이 차림의 아가씨들이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무리지어 질주하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 이곳에서 하롱베이로 향하는 자동차 창 밖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풍광은 관광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최고급 승용차와 구형 자전거가 나란히 달리고 세련된 신축건물과 쓰러져가는 옛 가옥, 최신형 에어컨이 설치된 화려한 상점과 재래식으로 연탄을 만드는 공장이 공존하는 경치는 전혀 다른 세계들을 혼합해놓은 듯 묘하다.
‘용(龍)이 내려온 곳’이라는 뜻을 가진 하롱베이의 풍경 또한 마찬가지다. 길고 완만한 바위부터 바다에서 하늘을 향해 곧장 뻗은 기암괴석,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섬,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배와 관광객을 상대로 물건을 판매하는 작은 상선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볼거리가 모퉁이마다 가득하다.
수천 개 섬 곳곳에 숨은 석회암 동굴
하롱베이의 자랑인 3000여개의 석회암을 가리켜 ‘바다의 구이린(桂林)’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중국 구이린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도 크고 풍광 또한 훨씬 다채롭다. 하롱베이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아쉽게도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욱 아쉬운 점은 3000여개나 되는 섬 가운데 두 발로 직접 걸으면서 체험할 수 있는 곳이 10여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