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디언 로키 인류유산지역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진 루이스 호수.
수면에 비친 만년설 봉우리
공항에서 캐나디언 로키의 관문에 해당하는 밴프(Banff)를 향해 달리다 보면 우선 비범한 모양새의 산과 태고의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드넓은 호수, 울창한 숲이 눈에 들어온다.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밴프에는 캐나다 최대의 예술기관인 밴프센터 등이 자리잡고 있지만, 가장 큰 볼거리는 뭐니뭐니 해도 루이스, 모레인 등의 호수다.
캐나디언 로키를 찾은 방문객 대상의 설문조사 때마다 매번 인기 1위를 차지한다는 루이스호는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생겨났다. 일정이 촉박한 방문객이라면 호수 주변을 산책하거나 배를 타고 둘러보는 것이 좋지만 시간이 충분하다면 숲과 계곡을 벗삼아 삼림욕을 즐기면서 주변의 등산코스를 돌아보기를 권한다. 루이스호는 바라보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광경을 연출하곤 하는데, 특히 이른 아침 물에 비친 만년설 봉우리와 주변의 숲이 어우러진 풍경이 신비롭다.
루이스호에서 자동차로 약 20여분쯤 달리면 모레인 호수가 나온다. 캐나다 지폐에도 등장하는 이 호수는 바벨 산을 중심으로 10여개에 이르는 바위산에 둘러싸여 있는데,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영롱하다는 표현이 보다 어울릴 듯하다. 이 호수에서 작은 배를 타면 로키의 안쪽에 해당하는 바벨 산 초입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 등산을 즐기려는 방문객이 많이 찾는다.
루이스 호수 앞에서 호른을 연주하고 있는 현지인.
길이 130m의 이 거대한 빙하지역에 들어가려면 탱크를 연상시키는 궤도차를 이용해야 한다. 과거에는 걸어서 빙하를 둘러보는 관람객이 많았지만 몇 해 전 인명사고가 발생한 뒤로는 개인관람을 통제하고 있다. 얼음평원을 연상시키는 입구를 지나 빙하지역으로 접어들면 멀리서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색으로 이루어진 초대형 얼음덩어리가 기다리고 있다. 원초적인 자연이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다. 파랑이나 연둣빛으로 보이다가도 다시 보면 잿빛을 띤다. 이렇듯 빙하지역은 날씨에 따라 색깔이 수시로 변한다.
아이스필드에서 북쪽으로 곧장 달리면 캐나디언 로키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재스퍼(Jasper) 국립공원에 이른다. 웅장하고 장엄한 풍광은 물론이고 거대한 뿔을 과시하며 마을 주변 숲을 어슬렁거리는 순록과 사슴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간혹 먹을 것을 달라고 자동차로 달려와 창문에 매달리는 녀석들도 있는데, 이 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야생동물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재스퍼 국립공원지역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을 꼽으라면 필자는 마을에 인접한 피라미드(Pyramid) 산과 말린(Maligne) 호수를 들겠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생긴 피라미드 산은 커다란 순록과 재스퍼의 상징인 회색곰이 출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튼 동물기’의 ‘회색곰 와프’에 등장하는 바로 그 회색곰이다. 재스퍼 내 수십 개 호수 중 가장 아름답다는 말린 호의 이름에는 인디언 말로 ‘악한’이란 뜻이 담겨 있다는데 아무리 보아도 악한과는 거리가 멀다.
로키산맥의 가을풍경.
캐나디언 로키에는 그밖에도 요호 국립공원, 쿠티니 국립공원 등 볼 만한 곳이 많다. 어느 곳을 방문해도 대자연을 배경으로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캐나디언 로키.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태초의 자연을 유추해볼 수 있다. 로키산맥은 존 덴버의 노래만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