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을 연상시키는 숲과 평원 사이에 자리잡은 마야 최대의 유적지 치첸이싸.
세계적인 휴양지로 알려진 카리브해의 중심도시 칸쿤에서 자동차로 2시간쯤 달리면 마야 최대의 유적지 치첸이싸(Chichen Itza)에 닿는다. 마야 언어로 ‘우물가 이싸의 집’이란 뜻. 정글을 방불케 하는 치첸이싸의 입구를 지나 시야가 확 트인 평원에 이르면 우뚝 솟아 있는 건축물이 방문객을 반긴다.
인신제물 바치던 ‘성스러운 샘’
고대 유적지가 즐비한 까닭에 어느 곳을 방문해도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지만 치첸이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카스티요(El Castillo) 성(城)이다. 한 변이 55.3m인 정사각형 밑면에 높이가 30m인 피라미드형 신전인 이 성의 꼭대기에는 재규어 석상이 안치된 사각형 석조건물이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건물이 천문대로 쓰였으며 마야력(曆)을 만든 원천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문대로 추정되는 카스티요 성 유적.
한편 치첸이싸 유적지의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전사의 신전은 마야문명과 멕시코 중앙고원지역에서 발생한 톨레카문명이 결합한 대표적인 유적지로, 신전의 규모만 봐도 당시 전사들의 사회적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다.
구기장 인근에 있는 세노테 또한 마야인에게는 신성한 장소다. 치첸이싸의 지질층이 석회암으로 되어 있어 비가 내리면 자연스럽게 연못과 우물이 만들어지곤 했는데 마야인은 이것을 통칭해 세노테라고 불렀다.
재규어상이 안치된 카스티요 성 정상을 향해 방문객들이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100km가 넘는 산호초 백사장
수수께끼 같은 문화유산지역인만큼 볼거리도 즐비하다.
대표적인 곳은 마야 언어로 ‘하늘의 기원’이라는 뜻을 지닌 시안카안 생존권 보존지역(Sian Ka’an Biosphere Reserve)이다. 지명부터 독특한 이 지역은 유카탄 반도의 동쪽 끝에 있는데 하얀 물감으로 색칠해놓은 듯한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술에라도 걸린 듯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동식물과 멋진 해변이 어우러진 시안카안 생존권 보존지역에서 최고의 장관은 100km가 넘는 해변이다. 이 일대의 모래는 모두 산호초가 부서져 만들어진 것인데 흡사 밀가루처럼 부드럽다. 깨끗한 모래와 물 덕분에 이 지역 해변에는 미생물과 작은 어류 100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카리브해에 서식하는 어류와 미생물을 이곳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시안카안에 이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안내자를 따라 작은 보트를 타고 둘러보면 곳곳에 형성된 독특한 생태계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카리브해에 인접한 해변에서는 무지개앵무새, 따오기, 해오라기 같은 조류가 날아다니고, 정글과 늪지대가 어우러진 내륙으로 이동하면 이구아나와 카멜레온, 재규어 같은 동물들이 어슬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대추야자 열매, 야자수, 풍란, 용설란 등의 식물군도 방문객을 기다린다.
멕시코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인류유산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다. 유네스코 인류유산으로 지정된 유적지만 20곳이 넘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롭고 가장 신비로운 유적지가 유카탄 반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