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하라 신타로도쿄지사는 도쿄의 한류 잠재우기에 앞장섰다.
이시하라 도지사의 한류 비판은 논쟁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근거가 박약하고, 상대에 대한 편견과 무시로 가득하다. 한국 영화계가 경청할 만한 조언도 없다. 그러나 이 같은 근거 없는 한류 때리기, 혐한의 분위기는 일본에서 점점 더 세를 얻어가고 있다. 일본 사회 여론에 커다란 영향력을 지닌 매스미디어, 대중문화계, 그리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유력 인사들이 ‘혐한류’를 조장하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최근 도쿄의 매스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류 깎아내리기’는 빈번하고 집요하다.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접근해도 무리가 없다.
한국인 TV 출연시켜 한국 비하
요즘 일본 TV들은 혐한류의 주요 매개체 노릇을 한다. 지난 1월29일 니혼TV는 ‘제네장’이란 한류 스페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혐한류’가 주내용이었다. 일본인 출연자들은 “한류는 조작된 이미지에 불과하다.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게 아니고, 당시 조선의 총리 이완용씨가 합방조약서에 서명한 것이다. 정당한 절차로 맺어진 합방조약인데 왜들 그렇게 흥분하는지 모르겠다. 한일합방은 조선이 원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프로그램은 한류 비하에서 점차 한국 역사 비하로 방향을 틀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출연진이 공중파 방송에서 거침없이 내뱉는 한류 비하 발언이 대부분 만화 ‘혐한류’에 나오는 대사와 일치한다는 점이다. 한국을 비하할 때 동원된 논리 구조도 똑같다. 만화 ‘혐한류’는 혐한류의 바이블이 되어 TV 등을 통해 혐한(嫌韓) 분위기를 일본사회에 증폭시키고 있다.
일본 민영방송인 TBS 등은 오전 10시와 오후 3시경 집중적으로 한국 관련 가십성 뉴스를 내보낸다. 이들 프로그램은 혐한류를 왕성하게 퍼뜨리는 대표적 매체다. 한국에서 일어난 비상식적인 뉴스들이 조롱의 대상으로 올라온다. 이러한 프로그램엔 친일(親日) 성향의 한국인이나 일본으로 귀화한 재일동포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입을 통해 한국을 비판하니 훨씬 설득력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
변진일, 백진훈, 오선화가 대표적
대표적 인사는 한국 전문가로 자처하는 변진일씨(‘코리아리포트’ 편집장).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본 유력 정치인 백진훈씨도 단골로 출연해 극우인사들과 별반 다름없는 발언으로 한국인의 자존심을 교묘히 자극한다. 그는 “한국에선 양친의 허락이 없으면 결혼을 못한다”고 하는가 하면 “북한의 생화학 무기 공격에 대비해 한국의 경찰 등은 의무적으로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고도 한다.
일본 TV에 출연하는 한국인 대다수는 역사 문제, 독도 문제, 문화교류 문제에서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동원된 소품에 불과하다. 이들은 한국의 보편적 정서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극우의 입맛에 맞는 말만 하며 일본인들을 즐겁게 해주는 광대들이다. TBS 방송의 ‘선데이 재팬’ 프로그램에는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을 지낸 시게무라씨가 자주 출연한다. 그의 서울 비하는 걸쭉하기 이를 데 없다.
TV는 일본 대중에게 인기 있는 극우인사들의 한국 비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하기도 한다. 아베 신조, 아소 다로, 오쿠노 세이료오, 이시바 시게루, 시마무라 요시노부, 이시하라 신타로 같은 우익 인물들은 TV에 자주 등장해 한국 비하의 분위기를 잡아 나간다.
여성 뉴스캐스터 출신 사쿠라이 요시코는 혐한류 확산에 앞장선 방송인이다. 야스쿠니 신사를 위한 모금광고에도 나온다. 그는 김문수 한나라당 의원,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한국 인사들에게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질문하면 통상 한국에서 보이는 거센 반발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김 의원이나 신 대표의 발언을 왜곡해 전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