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럼 참석자들이 일본 기후현 르네상스 호텔에서 3국의 현안과 협력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올들어 한일관계는 ‘한일우호의 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경색됐다. 중국에선 연일 반일폭력시위가 벌어지면서 두 나라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감돈다. 그 틈바구니에서 한·중·일 3국의 40대 안팎 정치인, 학자, 공무원, 기업인, 언론인 등 각국에서 5명씩 모두 15명이 세 나라를 오가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3국 갈등 속에 특별한 ‘동거’가 이뤄진 셈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 중화전국청년연합회가 합동으로 7월17일부터 26일까지 연 ‘제3회 한·중·일 차세대 지도자 포럼’이 계기가 됐다. 참석자들은 10박11일간 중국 베이징(北京), 일본 중서부의 기후(岐阜)현, 그리고 한국의 광주와 서울을 돌며 3국간의 현안과 미래 협력 방안을 토론했다. 올해로 세 번째인 이 행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3국간 상호 이해에 토대를 둔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
행사 참석자들은 처음 만났을 때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처럼 들떠 있었다. 각자의 일터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다 특별한 여행기회를 얻은 설렘 때문일 수도 있고, 마음 한켠에는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3국간의 불편한 관계를 반영하는 의구심, 오해도 뒤섞여 있을 터였다. 중일간의 무역액이 2000억달러를 넘어서고 한중간도 1000억달러(올해 전망)를 훌쩍 넘어서는 최대 교역국일 만큼 상호 경제의존도가 절대적인데도 세 나라 사이는 여전히 낯설어 보였다. 지리적으로는 이웃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침략-피침략 혹은 지배-피지배 관계였던 이중성 때문일까.
일본 기후현에서 열린 한·중·일 포럼 첫 번째 토론. 일본 참의원의 다무라 구오타로(田村耕太郞·재선) 의원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인의 반일감정과 일본인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여론조사 자료로 비교해가며 “뭔가 불공평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최근 3국 국민의 상호인식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일본인에 대해 지니고 있는 호감도가 일본인의 한·중 사람들에 대한 호감도보다 훨씬 낮은 점, 그리고 한국인과 중국인이 일본을 군사적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뜨거운 감자’ 야스쿠니 신사 참배
3국간의 역사적 배경을 떼놓는다면 다무라 의원의 지적은 형식·논리적으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는 당신들을 좋아하는데 왜 당신들은 우리를 미워하는가’. 이런 문제제기는 식민 침략과 전쟁의 경험 없이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의 시대를 살아온 일본의 세대가 가지는 일반적 의문 같았다.
‘요미우리신문’의 이다 다쓰히토(飯田達人) 기자는 “한일간, 한중간에 역사교과서 문제 등을 둘러싸고 긴장이 조성되고 있어 매우 서글프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현재 일본의 현실을 제대로 본다면 더는 일본을 과거 같은 군사적 위협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본에는 징병제도 없을뿐더러 지난 60년간 아주 평화적인 나라였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중국의 신세대조차 이런 현실을 잘 모른 채 과거 인식에 얽매여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것.
한국 효성그룹의 조현상(趙顯相) 상무는 최근 한·중·일 사이의 관광객과 교역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를 소개했다. 이른바 ‘정냉경렬(政冷經熱)’. 세 나라 국민의 그 같은 인식 충돌 속에서도 현실적인 교류의 힘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일본 총리나 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도 제기됐다. 일본측 참석자들은 “1978년 야스쿠니 신사에 A급 전범 14명이 합사(合絲祀)될 때는 가만있다가 한참 뒤인 1980년대 중반부터야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은 “오히려 중국과 한국이 신사참배 문제를 내부의 민족감정을 일으키는 데 동원하고 일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