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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고발

현직 요리사가 털어놓은 레스토랑의 비밀

피 줄줄 흐르는 ‘비닐봉지 고기’, 짜깁기 스테이크, 소아 질병의 온상 ‘키드 메뉴’

  • 오민석(가명) 요리사

현직 요리사가 털어놓은 레스토랑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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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걸로 주세요”

현직 요리사가 털어놓은 레스토랑의 비밀

광우병 파동에 휩싸인 2003년 12월 한 냉장창고에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역관과 수의사가 미국산 쇠고기가 든 종이상자에 출고금지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실 식당에서 팔리는 고기가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됐는지 요리사들은 잘 알지 못한다. 축산물의 생산 이력이 제품에 표기돼 있지도 않거니와 그런 것에 관심을 둘 교육도 받지 못했고 그럴 여유도 없다. 손가락이 칼에 베어 퉁퉁 부어도 하루 열두 시간 중노동을 해야 하는 판국에 언제 고기 이력까지 따지면서 사들이는가 말이다.

스테이크나 구이용으로 쓰는 고기는 그래도 낫다. 덩어리로 썰어 파는 고기이므로 비교적 품질을 꼼꼼히 따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고기의 유통과정까지 따지지는 않지만 말이다. 문제는 ‘간 고기’에 있다. 덩어리 고기는 포장지에 원산지와 유통기한이 표기돼 있으니 악덕업자가 포장지를 바꿔치기하지 않는 한 그나마 믿을 수 있다.

하지만 간 고기는 도대체 무슨 고기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포장된 고기를 뜯어 정육점에서 2차 처리, 즉 갈아서 대충 비닐봉지에 담아 팔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단 한번도 원산지나 유통기한이 붙어 있는 간 고기를 납품받아 본 적이 없다. 워낙 소량을 쓰는 식당 사정과 관련이 있겠지만, 유독 간 고기만은 검정 비닐봉지에 담긴, 핏물이 줄줄 흐르는 것을 받아서 쓴다.

고기의 유통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으므로 원산지가 호주인지 멕시코인지 한국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대충 팔고 남은 잡고기를 섞어 갈아서 파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식당측에도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해 고기업자에게 주문할 때 “싼 걸로 주세요” 하는 게 보통이다. 햄버거에나 쓰이는 간 고기를 좋은 고기로 써봐야 소비자가 알아주지도 않거니와 표시도 안 난다. 당국의 무신경, 일부 악덕업자와 식당의 무대책이 만드는 난맥상이다.



올봄에 가짜 이동갈비 때문에 갈빗집들이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값싼 다릿살 등을 갈비처럼 편 후 푸드 바인더라고 부르는 고농축 전분을 사용해 갈비뼈에 붙인 후 시장에 유통시킨 업주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1심에서는 징역8월의 유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특별히 먹지 못할 성분을 넣은 것도 아니며 갈비뼈와 갈빗살의 함량이 높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던 사건이다.

그런데 일부 호텔과 고급 양식당에서도 이런 희한한 스테이크를 만들어 판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쇠고기는 ‘스테이크감으로 쓸 수 있나 없나’를 기준으로 부위별 가격이 매겨진다. 등심과 안심이 비싼 것은 스테이크를 만들기에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다. 다릿살이나 엉덩잇살의 가격은 등심이나 안심의 20~30%밖에 안 된다. 이는 백화점에서 파는 구이용과 불고기감의 가격 차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가격 차이가 뭔가 수상한 스테이크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감식안이 높아지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지만, 오랫동안 양식당가에서는 이런 가짜 스테이크 제조가 공공연히 성행했다.

만드는 방법은 대개 비슷하다. 다릿살과 엉덩잇살과 지방을 갈아 적당히 섞은 다음 스테이크 모양의 기다란 틀에 넣어 굳힌다. 고기의 아미노산이 자연 분해되면서 나오는 진액이 간 고기가 서로 잘 달라붙게 해준다. 이때 ‘이동갈비 사건’에 등장했던 푸드 바인더나 글루텐 함량이 높은 전분을 섞어 단단하게 엉기도록 한다. 이렇게 만든 고기를 썰어서 구우면 꽤 그럴 듯한 스테이크가 된다.

물론 이런 고기를 아무 때나 쓰지는 않는다. 음식의 질을 크게 따지지 않는 대형 연회나 값싸게 출시하는 세트 메뉴에 주로 집어넣는다. 워낙 싸게 매긴 가격이니 뭔가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저지르는 잘못이다. ‘밑지고 파는 장사꾼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서양은 감자튀김과 전쟁 치르는데…

‘패밀리레스토랑’이란 말은 일본에서 만든 말이다. 필자는 이 말이 정말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패밀리’는 절대로 가지 말아야 할 식당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외관과 세련되고 친절한 서비스, 입에 착착 붙는 맛까지 패밀리레스토랑은 성장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갖췄다. 젊은이들을 주 공략 대상으로 삼으면서 광고 마케팅도 워낙 열심히 하는 통에 음식값을 할인받지 못하는 휴대전화회사 멤버십카드나 신용카드가 거의 없을 정도다. 맛 좋지, 할인해주지, 분위기 좋지, 도대체 장사가 안 될 수가 없다.

필자도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가끔 이런 식당에 간다. 그때마다 유심히 음식을 살펴본다. 필자 생각에 패밀리레스토랑의 문제점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어린이 메뉴, 설탕과 지방을 비롯한 첨가물, 튀긴 음식 이 세 가지다.

어떤 패밀리레스토랑이든 ‘키드 메뉴’라는 게 있다. 어린이가 좋아할 만한 메뉴가 예쁘게 치장한 접시에 담겨 나온다. 문제는 키드 메뉴야말로 절대 어린이에게 주면 안 될 음식이라는 것이다. 모 패밀리레스토랑의 어린이 메뉴를 보자. 6가지 메뉴가 있는데, 음식 이름은 하나같이 예쁘게 달아놓았지만, 그 내용물은 튀긴 닭과 감자튀김, 돼지갈비와 감자튀김, 토마토 스파게티, 튀긴 닭날개와 감자튀김, 고지방 아이스크림, 쇠고기스테이크와 감자튀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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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석(가명)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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