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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 시인의 시드니 통신

16억원 들여 동포 어린이 살려낸 호주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인종, 계층 뛰어넘은 감동의 ‘전방위’ 인술

  • 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ipsyd@naver.com

16억원 들여 동포 어린이 살려낸 호주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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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억원 들여 동포 어린이 살려낸 호주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돕기 100인전’에 참가한 서울미술협회 회원들.

한주는 전신에 걸쳐 화상을 입은 범위가 너무 넓어 타버린 피부에서 발생하는 질병 전염을 막아야 하며, 새로운 피부 이식 수술을 실시해야 하는 등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한주는 이제 가장 어려운 고비를 겨우 넘긴 셈이다. 한주가 퇴원하더라도 17~18세까지는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쩌면 평생이 될지도 모른다. 현재 한주는 물리치료사의 지도로 매일 팔과 다리 근육의 이완을 돕기 위한 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있다.”

한주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자 한인 동포사회도 성금 모금에 적극 나섰다. 음악회, 미술전시회, 생방송 모금, 각종 모금행사 참여 등으로 웨스트미드 아동병원을 돕고 있는 것. 경로잔치를 마련한 호주한인유도회(회장·이영수 장로)는 경로잔치 현장에서 성금을 모아 한인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대접을 받으러 온 노인들이 오히려 쌈짓돈을 내놓은 것이다.

9월1일부터 1주일 동안 시드니의 빈센트 고 갤러리에서는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돕기 전시회 유명작가 100인전’이 열렸다. 빈센트 고 갤러리가 주최하고 주(駐) 시드니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후원한 이 행사엔 서울미술협회 소속 화가 100명이 참가했다.

손가락 없어도 활달한 아이

“안·녕·하·세·요?”



병실 내 욕실에서 한주(영어 이름은 폴)가 스타카토 발음으로 인사를 했다. 미처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목소리로 먼저 인사를 나눈 것이다. 병실은 마치 놀이방 같았다. 컴퓨터, 게임기, 곰 인형, 각종 미술도구, 빨간색 풍선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TV만 아니면 병실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다.

한주의 할머니 오희년씨에 따르면 한주의 담임선생님인 캠시 초등학교 허버트 교사는 한주가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주 병원에 들러 한주를 위로한다고 한다. 허버트 교사는 병실을 찾을 때마다 한주가 좋아하는 동화를 읽어주어서 한주가 가장 반기는 사람이다. 어쩌다 병원에 오지 못할 때는 어김없이 카드를 보내 한주를 위로한다. 그가 보낸 카드와 새순교회 등 한인 종교단체에서 보낸 카드가 너무 많아 병실에 다 둘 수 없을 정도다. 한주의 병실을 찾았다가 허버트 교사를 만난 적이 있는 고직만 시드니한인회 사무총장은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한주의 할머니가 가끔 한국말로 허버트 교사에서 말을 걸면, 허버트 교사는 영어로 대답한다. 10개월 동안 한주를 돌봐온 분들이어서 언어는 달라도 서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감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더러는 한주가 통역을 맡기도 한다.”

샤워를 끝낸 한주가 침대로 와 옷을 입었다. 간호사의 허락을 받고 그가 옷 입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온몸이 화상자국이어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얼굴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고,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남아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한주는 밝은 표정이었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영어와 한국어로 반복해서 말했다. 간호사 캐리와 할머니가 함께 그의 병수발을 하기 때문이다. 캐리는 한주가 입원할 때부터 간호를 맡아선지 모든 것을 척척 해냈다. 둘은 마치 오누이 같고 친구 같았다. 한주는 수술 등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정해진 일정표에 따라 하루를 지낸다. 벽에 붙은 일정표에 눈이 갔다.

7:30 아침식사8:00∼8:30 의자에 앉아 있기9:00 학교공부10:00∼10:30 목욕12:00 점심식사14:00 경사 테이블(tilt table)에서 그림 그리기 등15:00 놀이 치료(play therapy)18:00 저녁식사

샤워를 끝낸 한주는 점심식사 전까지 30분 정도 여유시간을 가졌다. 간호사 캐리가 “무얼 하고 싶으냐?”고 물으니까, 한주는 색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캐리가 손가락이 하나도 없는 한주의 손목에 특수장갑을 끼워줬다.

한주가 색칠을 할 때마다 캐리가 “잘 한다”를 연발하자 한주는 깔깔 웃으며 색칠에 더 열심이다. 그때 병실 밖에서 기타연주 소리가 들리면서 어릿광대 복장을 한 의사 두 명이 나타났다. 아널드 타운젠드 박사와 알폰소 넛캐이스 박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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