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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의 酒黨千里 마지막회

아침이슬 머금은 전통 와인, 무주 머루주

와인 사대주의자들아, 부디 와서 맛보라!

  • 허시명 여행작가, 전통술 품평가 soolstory@empal.com

아침이슬 머금은 전통 와인, 무주 머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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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머루 최대의 산지이자 머루주 공장이 4개나 밀집한 전라북도 무주를 찾아갔다. 무주는 군청 차원에서 머루 재배를 권장해 1999년에 머루 재배 면적이 15ha이던 것이 올해는 130ha로 크게 늘었다. 올해 생산량도 400t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무주에서 처음 머루주를 담은 이는 덕유양조의 이재국(45)씨다. 1994년에 주류면허를 얻어 1996년부터 머루주를 출시했다. 덕유양조장을 찾아갔을 때 그는 추석선물 세트를 포장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에게 10년 전에 머루주를 생각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무주가 구천동 계곡으로 유명하고 무주리조트까지 들어오면서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게 되었는데, 딱히 내놓을 만한 관광상품이 없었어요. 무주의 노래 중에서 ‘머루 달래 익어가는 무주구천동’이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거기에서 무주가 두메산골이고 깡촌이니 머루농사를 지어 와인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는 그 직후 파주 산머루농원의 서우석씨에게서 머루 묘목을 사다 심기 시작했다. 현재 전국으로 퍼져 나간 머루는 대부분 파주 서우석씨가 보급한 것들이다. 그리고 서씨의 머루나무는 1970년대에 경기도 남양주에서 김홍집씨에게서 분양받은 것이다. 김씨는 머루를 현재의 품종으로 개량한 농민이다. 그는 열매가 촘촘히 달리는 야생 새머루와 양조용 포도나무인 콩코드를 교잡해 현재의 개량머루를 만들어냈다.



무주 농업기술센터에서 만난 김미중씨는 김씨의 개량머루에 대해 “알의 굵기로 보나 성분으로 보나 콩코드보다는 새머루의 기질이 훨씬 강하게 나타난 품종으로 그냥 산머루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라고 평했다.

덕유양조 이재국씨는 한때 전국 머루주 시장의 50% 이상을 석권했고 지금도 선두주자다. 하지만 그런 그도 정통 와인만 고집할 수 없었다. 7년 넘게 상근 직원 한 명조차 두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것. 결국 이씨는 2003년부터 알코올 강화 와인을 출시한다. 알코올 강화 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16%로, 정통 와인 12%보다 훨씬 높다. 그가 알코올 강화 와인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머루와인 시장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증표기도 하다.

품격·품질, 복분자보다 우위

머루주와 비교할 만한 술로 복분자주와 오디주가 있다. 이들 술은 적포도주와 술 빛이 비슷해 잘만 하면 웰빙 바람을 탈 수 있다. 이 가운데 복분자주가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다. 현재 머루주 시장이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반해 복분자주 시장은 5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규모가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장규모는 비록 작지만 머루주 시장상황은 복분자주보다 훨씬 탄탄하고 건강하다.

복분자주의 경우 20개가 넘는 제조장에서 알코올 강화 와인만 출시하다가 올해 들어서야 비로소 고창과 횡성에서 정통 와인이 처음 출시됐다. 그 수준은 초기부터 정통 와인으로 제조된 머루주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또 복분자주를 빚는 이들은 수익을 앞세운 투자자가 대부분이지만, 머루주는 직접 머루농사를 지으면서 와인을 빚으려는 농업인들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머루주가 아직 안정된 시장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품질과 품격에서 복분자주보다는 훨씬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덕유양조 이씨는 앞으로 설탕을 넣지 않고 순수한 머루만으로 알코올 8%대의 머루주를 만드는 게 목표다. 말 그대로 순수 머루와인을 만들겠다는 것. 2브릭스(Brix·당도)가 알코올 1%로 전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8%의 머루주를 만들려면 16브릭스를 확보해야 한다. 머루에서 15~16브릭스를 확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머루는 평균적으로 포도보다 당도가 1~2브릭스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무주 적상산 서쪽에 자리잡은 산성와인에서 머루를 수매할 때 당도 16브릭스를 1등급, 15브릭스를 2등급, 14브릭스를 3등급, 13브릭스 이하를 4등급으로 나눈 적이 있다. 이때 1등급이 20%를, 2등급과 3등급이 60%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간단한 건 아니다. 머루의 크기는 포도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씨앗의 크기는 포도와 같다. 껍질과 씨앗을 빼면 과육은 얼마 남지 않는다. 그래서 머루는 생과로는 먹잘 것이 없어 대부분이 머루즙이나 머루주로 가공된다. 압착 수율을 보면 포도는 75%가량이 즙으로 나오는데, 머루는 55%에 불과하다. 게다가 머루의 가격은 1kg에 2000원이 넘는데, 포도는 1000원이 안 된다. 그러니 머루주 제조원가가 포도주보다 3~4배 높을 수밖에 없다.

머루는 포도보다 색소가 진해서 먹으면 입이 새카매질 정도다. 맛은 포도보다 당도가 높은데도 신맛에 가려서 달다는 느낌이 적게 든다. 또 머루주는 포도주보다 걸쭉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이씨가 알코올 8% 와인을 만들어도 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은 머루주가 좀더 옅어져도 좋겠다는 느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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