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호

노무현 대통령 후원자 박연차 토지매입 논란

土公 땅 수의계약으로 산 뒤 시세 800억 상승, 김해시, 세금 6%만 과세했다 의혹 일자 재징수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7-04-09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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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朴淵次·61) 태광실업 회장이 수의계약을 통해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매입 중인 땅이 최근 8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행정기관은 이 땅에 대해 재산세 등 세금을 부과하면서 관련 규정을 부당하게 적용해 적정 세금의 6% 정도만 축소 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에서 문제를 삼자 잔여분을 다시 징수했다.
    노무현 대통령 후원자 박연차 토지매입 논란

    경남 김해시 시외버스터미널 전경.

    한국토지공사(이하 토공)는 2002년 10월11일 박연차 회장 등 2인에게 경남 김해시 외동 1264번지 2만2527평 부지를 282억9871만4000원에 매각했다. 대금은 10회에 걸쳐 분납하는 조건이었는데, 박 회장은 2007년 4월과 10월 두 번만 더 돈을 내면 소유권을 완전히 이전받게 된다. 이 땅은 경남 김해시 신도시의 노른자위 요지여서 많은 사람이 눈독을 들이던 곳이었다. 계약 당시부터 2007년 3월 현재까지 이 땅은 김해시 시외버스터미널로 사용되고 있다.

    토공은 처음에는 김모씨와 이 땅의 매매약정을 체결했는데, 박 회장은 김씨로부터 전매 받는 방식을 통해 토공과 수의계약으로 다시 매매약정을 한 것이다. 박 회장 측근인 정승영 휴캠스 사장은 “땅 매입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김씨가 친구 소개로 박 회장에 넘긴 것이다. 2002년 10월은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던 때였다. 특혜의 소지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토공은 2003년 5월부터는 부동산 투기를 우려해, 자사 토지 매수인이 다른 사람에게 토지를 전매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해 나갔다.

    “최고 요지…문의전화만 1000통”

    김해시청 관계자는 “이 땅은 김해시의 최고 요지 중 하나여서 많은 사람이 매입을 희망했던 부지다. 지금까지 이 땅의 개발계획 등과 관련한 문의전화를 무려 1000통 이상 받았다”고 말했다.

    토공은 박 회장에게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매매약정을 한 1264번지 2만2527평 중 4000평에 대해선 김해시청에 시외버스터미널로 임대하는 임대차계약을 2001년 3월부터 김해시청과 맺어 왔다. 매년 갱신되는 이 계약을 통해 김해시청은 이 땅을 시외버스터미널(터미널 청사 및 버스 계류장 등)로 활용하는 대신 토공에 월 800여 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토공은 박 회장에게 이 땅을 매각한 직후 김해시청과의 임대차계약서에 ‘특약사항’을 새로 넣었다. 특약사항에 따르면 매수자인 박 회장이 대금을 모두 완납하면 임대차기간 중이라도 임대차계약의 중도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 이 경우 김해시청은 지체 없이 각종 버스터미널 시설물들을 철거하여 토지를 원상복구한 뒤 박 회장에게 넘겨줘야 한다.

    박 회장이 계약서의 일정대로 2007년 10월 대금을 완납할 경우 박 회장의 의사에 따라 김해시청은 현재의 시외버스터미널 시설을 철거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시외버스터미널이 박 회장의 땅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김해시에서 시외버스터미널은 이곳 하나뿐이다. 박 회장 땅에 대한 ‘개발 기대감’이 치솟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승영 사장은 “박 회장은 소유권을 완전히 넘겨받은 뒤 이 땅을 교통시설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해시는 이 땅에 시외버스터미널을 그대로 존치하는 방안과 더불어 터미널을 이전하는 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었다.

    김해시 도시계획 서류에 따르면 이 땅은 ‘도시계획시설’로는 ‘교통시설’로 지정되어 있었고, ‘용도지역’으로는 ‘상업지역’으로 돼 있었다. 김해시 상업지역에선 용적율을 900%까지 받을 수 있다. 김해시 관계자는 “교통시설에는 자동차정류장과 부대시설 정도만 건축이 허용된다. 그러나 도시계획이 변경돼 교통시설에서 해지된다면 고층건물 건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개발수요 무궁무진”

    노무현 대통령 후원자 박연차 토지매입 논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2002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부탁을 받고 매입해 준 경남 거제시 구조라리 부동산. 박 회장은 노 대통령측을 경제적으로 여러 번 지원했다.

    김해시 외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는 박 회장 땅의 미래가치를 ‘극찬’했다.

    “이 땅은 김해시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내외동 신도시 지역에 있다. 평지에다 이만한 규모의 땅은 이 부근에 없다. 또한 주요간선도로를 물고 있는 등 교통환경도 최적이다. 이 땅 주변은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된 곳이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이전한다면 고층빌딩, 주상복합, 대형 할인점 등 개발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이런 곳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다. 터미널을 존치하더라도 서울 강남고속터미널과 같이 현대식으로 개발할 수 있다.”

    이 업자에게 대략적 시세를 평가해 달라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개발 인·허가까지 받는다면 가격이 얼마까지 뛸지 알 수 없다. 주변 상업지역이 평당 700만원 수준이므로 현재의 개발 잠재력만 놓고 평가했을 때 평당 500만원 이상은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당 500만원으로 잡으면 박 회장 땅의 현 시세는 1126억원 정도가 된다. 이 계산에 따르면 박 회장이 토공으로부터 평당 125만원선에서 이 땅을 사들인 뒤 땅값은 매매금액 대비 844억여 원이 상승한 셈이다.

    김해시 한 관계자는 “교통시설 용도에서 다른 용도로 변경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청 다른 부서의 관계자는 “터미널 이전 가능성과 도시계획의 수정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부동산 업자의 의견에 대해 “이 땅은 현재 교통시설로밖에는 못 쓴다. 박 회장도 그럴 용도로 샀다. 사기꾼이나 시세가 급등했다고 말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토공에서 박 회장으로 소유권 이전이 진행중인 이 땅에 대해 김해시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재산세 등의 세금을 1억4978만2620원이나 적게 과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2004년 김해시청이 이 땅에 대해 부과한 세금은 956만5390원에 불과했다. 정상 세금의 6%만 부당하게 축소 부과한 것이다. 김해시 측은 이 땅에 대한 공시지가를 과소평가해 적정액보다 적게 세금을 과세했다.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이 이 땅에 대해 세금 축소부과 의혹을 제기하자 김해시는 세금 축소부과 사실을 인정했다. 김해시는 김 의원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착오로 세금을 적게 부과했다. 적게 부과된 세액 1억4978만2620원은 추가 징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의 절친한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이 매입 중인 땅에 대해 행정기관이 잘못된 기준을 적용하여 엄청나게 세금을 깎아 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혹도 일고 있다. ‘착오였다’는 설명에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는 것이다.

    “축소 과세, 박 회장과 무관”

    정 사장은 “소유권이 박 회장에게 완전히 넘어오지 않은 상태이기에 2006년도까지의 납세자는 토공이므로 박 회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해시는 이 땅에 대해 토공과 임대차계약 및 특약계약을 맺어온 만큼 2002년 10월 박 회장이 토공으로부터 이 땅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국회의 의혹제기가 없었다면 김해시는 2007년 10월 이 땅의 소유권이 박 회장에게 넘어온 뒤에도 같은 과세기준을 적용해 박 회장에게도 정상세액보다 훨씬 적은 세금을 과세할 가능성이 있다. 김태환 의원측은 “잘못된 과세기준이 그대로 적용되는 상태에서 이 땅의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세금 특혜도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연차 회장은 2002년 12월 노무현 후보의 정무팀장이던 안희정씨에게 불법정치자금 5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그는 2003년 3월 다시 안씨에게 불법자금 2억원을 줬다. 박 회장은 2006년 5월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20명에게 1인당 300만~500만원씩 9800만원의 불법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로 2007년 3월 검찰에 의해 약식 기소됐다.

    노무현 대통령 후원자 박연차 토지매입 논란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5월28일 박연차 회장이 노건평씨 부동산을 매입해준 것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박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 집안에도 자주 경제적 도움을 줬으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은 ‘신동아’ 2007년 1월호 보도내용이다.

    “박연차 회장은 1988년 노무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의 요청을 받고 김해시 한림면 소재 노씨의 임야 9만평을 사준 적이 있다.

    2002년 4월에도 박 회장은 노건평씨의 부탁으로 노씨 처남 명의의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 땅과 주택을 매입했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5월 이에 대해 직접 해명하면서 ‘노건평씨가 박 회장에게 호소해 매각을 성사시켰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박 회장 측근인 정승영씨 소유 땅을 매입해 퇴임 후 자택을 지을 계획이다. 박 회장 소유 정산골프장 측은 2003년 12월 노건평씨가 관여하고 있는 정원토건에 32억6000만원 상당의 토목공사를 맡기기도 했다.”

    박 회장은 공기관인 농협으로부터 알짜 자회사를 헐값 인수해 큰 이익을 봤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2006년 12월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연차 회장은 최근 농협 자회사로서 독과점 품목을 판매하며 많은 수익을 내는 휴켐스를 인수했다. 박 회장측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농협이 매각대금 322억원을 깎아 주는 등 헐값 인수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승영씨는 “박 회장이 김해시 시외버스터미널 부지를 인수한 것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부동산거래일 뿐이다. 매매계약 및 보유과정에서 의혹이 일 만한 일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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